밤중에 곤히 자다가 깨어보니 아직 수면 중인 배우자가 자신의 몸을 더듬으며 성교를 시도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의학계에서는 이런 현상을 “Sleep Sex”(수면 성행위)라고 부른다.
이 현상은 2002년 스탠퍼드 대학의 수면 연구전문 정신과 의사들이 그 해 ‘The Journal of Psychosomatic Medicine’란 학술 잡지 3/4월호에 발표한 후 일반인들에게 알려졌다.
수면 성행위가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수면 성행위를 자신들의 일반 성생활에 포함시킨다.
남자친구의 수면 성행위를 섹스 어필로 보는 여자도 있다.
그녀는 자면서 남자가 자기 몸을 애무할 때 극도로 흥분하며 그가 다른 남자들에 비해 낮이나 밤을 가리지 않고 섹스를 하는 능력을 자랑한다.
비록 남자가 밤에 전혀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 상태에서 하는 행위라 할 지라도.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수면 성행위는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많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합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교가 이루어지는 경우다.
많은 여성들은 배우자나 남자친구가 잠에서 깨울 수 없을 만큼 곤하게 자는 상태에서 성교를 강요하면 강간으로 받아들인다.
그들은 이런 행동이 자신이나 아이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한 부부의 경우 남편이 각성제를 먹고 잠이 들었는데도 같은 현상이 재발했다.
“너무나도 격정적으로 공격해 오는 통에 어제 밤에는 911로 경찰을 불러야 했지요.”
한 범죄 기록을 보면 한 여인은 정상적으로 건강한 45세의 남자친구가 자다가 말고 일어나 자기 집에서 딸과 함께 자고있는 14세의 여자아이를 더듬어 소리 지르는 통에 잠에서 깨어났다.
그는 침실로 돌아갔지만 나중에 또 이층에서 내려와 딸의 방에 들어가 다시 딸의 친구에 손을 댔다.
그는 사회에서 존경을 받는 가장으로 전에 한번도 성적 비행을 저지를 적이 없었다.
원래 ‘수면 성행위’는 1996년 캐나다 토론토의 한 수면 클리닉에서 발견되어 그 결과가 발표되었지만 당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얻지 못했다.
스탠퍼드 학자들은 이들을 세 그룹으로 구분했다.
첫 그룹에는 두 명의 여자들이 속했는데 그들은 밤마다 자면서 성적으로 흥분해 격렬한 신음소리를 냈다.
남에게 별로 해를 주는 행위는 아니었어도 이들 중 한 명은 너무나도 큰 신음소리가 남편과 아이들 수면에 장애를 준다고 해서 죄책감으로 당황해 했다.
두 번째 그룹은 남녀 각각 한 명씩으로 수면시 너무 심하게 자위행위를 했기 때문에 몸에 온통 멍이 들고 외음부에 상처가 났다.
남자는 자신의 행위를 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기 전에 침대에 손을 단단히 묶고 잠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손가락은 두 개나 부러졌다.
셋째 그룹은 남자 6명과 여성 1명이 속했다.
이들은 수면 중 배우자들이 원하지 않는 성교를 시도했고 가끔 폭력까지 사용하기 마다하지 않았다.
이들 학자들은 수면 성행위가 훨씬 빈번히 발생하지만 제대로 보고되지 않고 있다고 본다.
그들이 다룬 환자 한 명은 15년 간이나 수면 성행위를 하다가 클리닉에 찾아왔다.
원인으로는 심리적 이유도 있으나 주로 수면 장애가 큰 역할을 한다고 본다.
우리가 잠을 잘 때면 두뇌는 다섯 단계를 거치며 각 단계마다 뇌파의 모양이 다르다.
수면 성행위 환자들에 경우 수면시 한 단계에서 이상 뇌파를 보이거나 잠시 뇌파 활동이 중단된다.
이것은 한 단계의 수면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자주 본다.
환자의 음성이나 비디오로 리코딩 한 것을 보아도 수면 성행위는 이 수면 단계가 바뀔 때 발생했다.
그 밖에 여러 환자는 몽유병 증세도 갖고 있었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연구 대상이 되었던 11명의 환자들 가운데 한 명만 제외하고는 모두 약물로 치료되었다.
한편 2006년 3월 미네소타 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바에 의하면 ‘수면 성행위’나 ‘수면 폭식증’은 주로 수면제의 부작용 때문이라고 단정했다.
특히 근래에 TV등을 통해 널리 광고되는 ‘앰비언’(Ambien)이 수면 중 기억상실을 유발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급증했다.
이에 따라 제약회사가 고소당한 경우가 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