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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권 줌인] 같이 살아야하는 이유-후각문제

Atlanta

2016.09.23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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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의 일이다. 이상한 냄새가 집안에서 났다. “여보,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당신은 괜찮아요?” 창문을 열면서 내가 던진 말이다. 남편은 “창문 닫아라, 난 괜찮은데 냄새는 무슨 냄새가 나느냐”고 소리 지른다. 기어코 난 남편의 요구에 문을 닫고 밖으로 나왔다. 남편은 “당신이 몸이 약해져서 민감해서 그러는 거야, 그러니 의사에게 한번 가서 진단 받아봐”라고 충고까지 했다.

난 아주 어려서부터 맛과 냄새에 민감하다. 그래서 공기가 안 좋거나 조금이라도 냄새가 나면 잘 맡는다. 한마디로 개코이다. 반대로 남편은 냄새에 민감하지 않는 것같다. 그러나 봄, 여름의 꽃 알러지는 누구보다 극도로 민감해서 약을 먹지 않으면 도저히 봄과 여름을 보내지 못한다. 그 알러지 때문에 연속적으로 기침을 하기에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창문을 열어두는 것은 그의 생전에 없었으며 폐쇄된 집에 에어컨까지 아주 강하게 돌려서 집안을 아주 춥게 해야 즐겁게 생활하는 사람이다. 어쩜 이렇게 아주 다른 두 사람이 만나서 살 수 있을까 할 정도로 나와 남편은 생체리듬부터 너무 다르다.

냄새의 근거를 알기 위해 다음 날 소방 경찰에 신고했더니 소방서에서 나와서 조사를 했다. 두 소방관이 들어와서 집 안과 밖을 조사하더니 아무 냄새도 못 느끼겠다고 하고 돌아 가 버렸다. 난 그저 마스크를 끼고 참고 지냈다. 며칠 후 이웃의 지인이 우리 집으로 놀러 오셨다. 그 분이 우리 집에 들어오지 않고 출입문에 서서 냄새가 심각하니 도저히 들어 갈 수가 없다고 했다. 그리고 모든 창문과 문을 열고 나서야 들어올 수 있었다. 난 나만큼 ‘냄새에 예민한’ 분을 만나서 너무 기뻐서 모든 문을 활짝 열어놓고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 어른에게 종이에다 “냄새가 너무 나니 어떤 조치를 취해야할 것 같다”고 적어달라고 했다. 고집불통이어서 남의 의견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 남편에게 그 메모를 주기 위해서였다. 남편이 냄새나는 것을 전혀 못 느끼니 그 당시 그의 고집을 꺾을 만한 재주가 없었다.

그 지인의 ‘냄새에 대한 메모’를 본 남편은 드디어 자신의 문제를 좀 느끼는지 에어컨디션 필터를 보기 시작했다. 필터를 새 것으로 바꾸었다. 그래도 내가 냄새가 난다고 하니까 못 믿겠다는 듯이 나를 쳐다본다. 내게는 개스 냄새 같아서 창문을 열어놓고 자야했지만 남편은 밀폐된 방에서 에어컨디션을 틀어 놓고 냉방에서 세상 모르고 잠잔다.
내가 참다 못해 시장에 나오는 가장 비싸고 성능 좋은 ‘공기 청정기’를 A회사로 부터 거금을 주고 구했다. 그 공기청정기는 모든 미세한 먼지와 냄새를 맡아서 우리에게 위험 정도를 알려주고 나쁜 공기를 모두 빨아들여 공기를 맑게 하는 기능까지 했다. 다행히도 그 공기청정기는 우리 집안에 발을 들여 놓자 마자 빨간 위험신호를 보내면서 빠르게 그리고 요란스럽게 돌아갔다. 내가 남편에게 그 기구를 보여주니 아주 신기해 하며 본다. 자세한 설명을 곁들이니 그제서야 좀 수긍을 하는 듯 하지만 본인은 아무 것도 맡을 수 없었다.

그 냄새는 나처럼 민감한 사람에게는 느껴지지만 무딘 사람들은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예민한 사람에게는 머리도 약간 아플 정도였다. 아주 미미한 개스 냄새지만 ‘사람의 두뇌를 아주 조금씩 딱딱하게 해서 치매로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어느 과학 기사에서 본 적이 있다. 나중에 남편에게 “내가 당신 생명을 구해준 사람이니 내게 감사해 하라”고 했다. 가끔 냄새를 못 맡고 새어나오는 개스에 취해 천국으로 가는 사람들을 가끔 보아왔다. 이런 사건은 대부분 잠자다가 영원히 깨어나지 못하는 경우 였고 대부분 심장마비로 결론을 내는 것 같다.

그래서 혼자 산다는 것은 편할 수 도 있지만 같이 살아야 위험하거나 힘들 때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기에 옛 어른들이 한 말이 진실인 것 같다. 결혼은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 그러나 후회하더라도 결혼을 해서 같이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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