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게를 하고 있는 친구가 생일 케이크를 주문하겠다는 전화를 해 왔다. 그 친구는 치노힐스에서 이곳 풀러턴까지 거리가 먼데도 웨딩이나 생일 케이크를 꼭 우리 딸에게 주문해주는 고마운 친구다. 며칠전 그 친구가 특별한 생일 케이크를 주문했다.
서울에서 기러기 아빠라는 사람이 미국에 와있는 아내의 생일날 아침 7시까지 장미 백송이를 생일 케이크와 함께 배달해 달라고 주문했다는 것.
그리고 생일 축하 노래도 해 줄 수 있느냐는 말에 "배달을 가서 아내에게 노래를 불러 주라는 말입니까?" 하고 물었더니 "축하 카드에 생일 축하 노래 가사를 써넣어 주면 좋겠다"고 했단다.
그 친구는 기러기 아빠라는 말을 듣고 마음이 찡해 백송이의 장미로 꽃바구니를 만들어 케이크와 와인을 챙겨 정성스러운 마음까지 담아서 전해 주었다고 한다.
얼마나 아름다운 마음인가! 서로 떨어져 지내는 가슴 아픈 기러기 가족의 마음.
이런 애절한 사랑의 사연을 그 아이들이 다음에 얼마나 고맙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을 살 만큼 살아온 나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시렸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그 어디에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부부가 서로 사랑하면서도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고 오직 전화나 메일로 그리움을 주고 받을 그 아름다운 젊은이의 사랑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기러기 가족! 세상이 변하다 보니 새로 생긴 가슴시린 말이다. 이곳에 있는 아이들과 엄마는 바쁘게 살아가기 때문에 멀리 혼자 남아 가족을 그리워하는 짝잃은 기러기 아빠보다는 덜 외롭겠지만 너무 멀어 아내의 생일을 축하해 주러 올 수 없는 그 외로운 기러기 아빠의 마음에 목이 메인다.
긴세월을 살아온 경험으로 볼 때 부부는 절대로 많은 세월을 떨어져 사는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닌것인데… 사랑은 멀리 떨어져 있으면 마음도 멀어질 수 있다. 그 기간이 2년을 넘지 말아야 된다는 말이 있다. 자식을 위한 일이라 할지라도 그 자식들이 희생하여 살아 준 엄마 아빠의 마음을 얼마나 고맙게 생각 할런지….
부모는 자식에게 사랑을 아낌없이 주고 희생의 삶을 살지만 먼 훗날 이렇게 그리워 하며 살아온 세월에 어떤 마음이 생길까! 보상을 바라고 하는 희생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다 커서 자기들의 보금 자리로 떠난후 후회 하지 않는 삶을 사는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젊어서 즐기며 살 수 있는 한참 좋은 나이에 이렇게 그리워 하며 사는 것이 옳은 일인지 새삼 한국의 교육제도를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