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파선암 때문에 집에서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김덕경 군이 어머니 서진화 씨와 함께 병원 진료비 청구서를 보고 있다.
“큰 아들 생각만 하면 당장이라도 집으로 달려가고 싶습니다.”
버지니아 모 한인식당에서 파트타임 요리사로 일하고 있는 김명훈 씨는 요즘 눈에서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 임파선암을 앓고 있는 큰 아들 덕경이가 눈에 밟혀 일손도 제대로 잡히질 않는
다.
2005년 초 버지니아로 이사온 15살 덕경이가 아프기 시작한건
불과 두달 전. 친구집에서 테니스를 치고 난 뒤 어깨와 팔목, 무릎이 아프다며 몸져 누웠지만 어머니 서진화 씨는 며칠 쉬고 나면 나을 것이라 여겼다. 서 씨는 “한달 사이에 키가 10센티미터 정도 자라고 해서 성장통인줄 알았다. 그런데 점점 통증이 심해지더니 결국 걷지도 못할 정도로 증상이 악화됐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종합병원 응급실로 실려 간 덕경이와 부모는 의사로부터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전해 들었다. 암세포가 임파선을 타고 온몸으로 급속히 퍼졌다는 것. 다행히 약물치료를 열심히 받으면 임파선암 환자 4명 가운데 3명이 완치될 수 있다는 의사의 말 한마디가 희망이다.
하지만 당장 치료비가 문제. 의료보험이 없는데다 아버지 김 씨가 받는 주급 400달러로는 일주일 치료비와 입원비 4500달러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식당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던 어머니 서 씨도 덕경이 병간호 때문에 일을 그만 둔 상태. 매달 3000달러나 하는 집값 이자도 더 이상 낼 수 없는 형편이다. 치료비 마련을 위해 급하게 집을 내놨지만 사겠다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7순의 할머니는 손자 병간호를 해야 하는 며느리를 돕겠다며 집안일에 팔을 걷어붙였다.
학교에도 나가지 못하고 집에만 있어야 하는 덕경이는 오히려 병간호 때문에 고생하시는 부모님께서 탈이 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1분 1초가 멀다 하고 찾아오는 극심한 고통과 수시로 올라는 오는 구토에도 아버지 어머니 이야기가 나오자 환하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고생하시는 아버지 어머니를 봐서라도 꼭 나을 거예요. 어머니한테 집에 혼자 있어도 되니까 일하러 나가시라고 해도 안 나가세요. 어린애도 아닌데….”
며칠 전엔 덕경이와 같이 공부하며 뛰놀던 배틀필드 고등학교(Battlefield High School) 학우 20여명이 주말을 이용해 세차일을 하며 모은 치료비를 전달하기도 했다.
병이 낫고 나면 제일 하고 싶은 일이 뭐냐는 질문에 덕경이는 “나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아준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놀고 싶다”고 말했다.
홍알벗 기자
▶도움을 주고 싶으신 분들은 어머니 서진화 씨에게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571-261-5096(집전화), 703-300-6492(휴대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