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흠뻑 젖다…비숍 단풍나들이
이스턴 시에라, LA서 4시간
샛노랗고 단아한 자태 백미
한국이나 미 동부의 붉고 현란한 단풍과는 다른 이곳의 단풍은 애스펀(은사시나무) 일색으로 온통 황금빛이다. 여행전문지는 그래서 중부 서쪽에서는 유일하게 전국 10대 단풍여행지로 꼽기도 했다. 청량한 코발트 빛 가을 공기는 상큼하고 잎사귀를 관통한 햇살마저 노랗게 물든 가을의 문턱, 비숍으로 단풍 여행을 떠나보자. LA의 삼호와 아주ㆍ춘추 등 여행사들이 일제히 '단풍특선'을 준비했다. 가족 가을 여행으로 이만한 게 없을 터.
◆비숍 크릭
시에라 네바다 산맥을 왼쪽에 끼고 계속 북쪽으로 달려보지만 어디에 그런 무릉도원이 펼쳐질까 싶다. 비숍 시내에서 왼쪽 산맥 골짜기로 접어든 길이 급하게 고도를 올린다. 길은 다시 왼쪽 사우스 포크와 나뉘는 갈림길에 이른다. 곧장 가면 동화 속 마을처럼 애스펀 숲 속에 들어 앉은 애스펀델(Aspendell)에 이르고 거기서 사브리나 레이크와 오른쪽 높은 골짜기 속 노스레이크에 이르게 된다.
이 세 호수의 단풍은 그 고도차 만큼이나 단풍이 특색있다. 9255피트 골짜기에 아담한 호수를 끼고 있는 노스레이크 단풍은 호수 초입의 붉은 단풍으로 유명하다. 수종은 애스펀이지만 철분이 다량 함유된 지형적 특징으로 그렇단다. 건너편 기슭의 애스펀은 수면에 제 모습을 비추고 그 위에 낚싯대를 드리운 강태공들이 어우러져 한폭의 동양화를 이루는 곳이다.
사브리나레이크 뒤로 건장한 호위무사처럼 둘러싼 시에라 네바다의 준봉들의 만년설 위로는 벌써 신설이 내려앉았다. 기나긴 가뭄으로 그 어느 해보다 수량이 줄어 든 이곳은 호수보다는 오히려 초입의 숲이 더 아름답다. '단풍나무 골짜기'쯤으로 부를 호수 아래 마지막 동네인 애스펀델은 뒤늦게 불이 붙는 곳이다. 마을 한가운데를 가득 메우고 있는 애스펀 트리에 불이 붙으려면 10월 중순이나 되어야 할 것이다.
사우스레이크의 단풍은 이곳에 이르는 계곡인 사우스포크의 아이콘 '미스트 폴(Mist Falls)'에서부터 비로소 시작된다. 노스레이크의 붉은 빛 도는 단풍과 아울러 단풍의 백미를 이루는 곳이다. 긴 계곡을 따라 애스펀 트리가 무성하고 그 자락에 캠프장도 여럿 돼서 나들이객들로 사철 붐비는 곳이다. 이맘 때면 원근 각지의 사진작가들이 빠뜨리지 않고 찾는 곳이기도 하다.
◆쥰레이크 루프
비숍만 보고 왔다면 서운할 일이다. 들끓는 파리 떼로도 유명한, 그래서 원주민말로 '파리호수(Mono Lake)'라 불리는 모노레이크도 들러야 할 곳이다. 내려오는 길에 들를 수 있는 '쥰레이크 루프(June Lake Loop)' 또한 단풍으로 내로라 하는 곳이다. 395번 도로에서 158번 도로가 고리 모양으로 호수 네 곳을 돌아나온다고 해서 루프라 이름붙여졌다. 네 호수 중에서 실버레이크와 쥰레이크의 단풍이 압권이다.
◎TIP
대개 이곳 단풍은 9월 말부터 11월 까지가 그 시즌인데 날씨에 따라 그 시기가 조금씩 달라진다. 워낙 한가지 단풍 일색이라 폭풍우가 지나가면 일시에 옷을 벗어 버린다. 방문을 계획한다면 웹사이트www.bishopvisitor.com 또는 www.californiafallcolor.com에서 단풍의 진행 정도를 알아보고 출발하자.
ㆍ아침, 저녁으로는 찬바람이 부니 보온용 자켓은 필수다.
글·사진=백종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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