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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뉴스 아시안 비하 방송 파문

New York

2016.10.0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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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분위기 취재하며 중국계 조롱
정치인· 아시안 단체 등 사과 촉구
폭스뉴스가 아시안 비하 방송 논란에 휩싸이며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폭스뉴스의 정치 평론 프로그램 '오라일리 팩터(The O'Reilly Factor)'가 제작한 현장 취재 프로그램'워터스 월드: 차이나타운(Watters' World: Chinatown)'이 지난 3일 방영된 뒤 전국의 아시안 커뮤니티가 인종차별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이날 방송 영상이 수백 차례 공유되며 아시안 커뮤니티를 넘어 전체 소수계 커뮤니티의 분노를 사고 있다.

문제가 된 방송은 폭스뉴스 리포터 제시 워터스가 대선 분위기, 특히 아시안을 비롯한 소수계를 자극하는 막말로 비난을 받고 있는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반응을 취재하기 위해 맨해튼 차이나타운을 방문해 거리에서 중국인들과 인터뷰한 내용이다.

약 5분 분량의 방송에는 워터스가 길거리에서 노인과 젊은층, 상인 등을 상대로 인터뷰하며 "트럼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의 질문을 하는 모습이 담겨 있는데, 일부 질문에는 "중국 음식은 중국에서도 음식이냐" "밤에 좋은 약재는 무엇인가" 등 주제와 관계가 없는 질문까지 하며 중국인들과 문화를 조롱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영어를 못 하는 중국계 노인에게 의도적으로 인터뷰를 시도한 뒤 말을 못 하는 모습을 그대로 방송에 내보내기도 했다.

또 영상 편집 형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워터스는 한 백발의 중국계 노인 여성에게 "중국을 공격하는 발언을 한 트럼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문한 뒤 노인이 대답을 하지 않자 다음 장면으로 젊은 백인 여성이 "말해, 말하란 말야, 왜 말을 못 해"라고 소리치는 아시안 차별적 문화가 지배했던 과거 흑백 영화의 한 장면을 삽입했다.

또 중국계 노인이 "트럼프를 좋아한다"고 말하자 워터스는 "잭팟 때문이죠!"라고 받아치며 다음 장면으로 카지노 영상을 삽입하는 등 아시안들의 카지노 중독 문제를 희화화하는 듯한 인상을 유도했다.

마지막 부분에서 프로그램 진행자이자 보수적 성향의 정치 평론가로 잘 알려진 빌 오라일리가 워터스에게 "두 명의 중국계 여성을 제외하고는 미국 정치 상황에 대해 좀 파악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라고 말하자 워터스는 "정말 그들이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나요?"라고 되묻는 등 간접적인 비하 발언을 했다.

이러한 내용이 알려지자 뉴욕을 비롯한 전국의 아시안 커뮤니티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아시안언론인협회는 폭스뉴스에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뉴욕에서는 6일 맨해튼에 있는 폭스뉴스 본사 앞에서 아시안과 소수계 정치인들이 규탄 집회를 열었다.

그레이스 멩(민주.뉴욕.6선거구) 연방하원의원과 론 김(민주.40선거구) 뉴욕주하원의원, 스콧 스트링어 시 감사원장, 레티샤 제임스 시 공익옹호관, 아시안코커스 등은 이 프로그램은 "아시안을 이해할 수 없고 게으르며, 미국인이 아니라는 듯한 만화 캐릭터처럼 그렸다"며 강력 항의하고 폭스TV에 공식 사과를 요청하고 워터스의 분량을 웹사이트에서 모두 삭제할 것을 촉구했다. 빌 드블라지오 뉴욕시장도 "폭스뉴스는 아시안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을 일삼은 워터스의 방송 출연을 전면 금지시켜라"고 촉구했다.

비판 여론이 일자 워터스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내 거리 인터뷰 자체가 본래 농담조(tongue-in-cheek)다. 기분 나쁘게 들렸다면 반성한다"고 밝혔으나 아시안 정치인들은 "아무런 반성이 없는 형식적인 답변"이라며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폭스TV는 6일 오후 6시 현재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조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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