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는 기대한바와 달랐지만 컬럼버스 데이의 경기장 분위기는 플레이오프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준 축제 한마당이었다. 전문가들과 라스베이거스 도박사들은 당초 마에다 겐타가 등판한 홈팀 다저스가 디비전 시리즈 3차전에서 우세하리라고 예상했지만 '샤베스 계곡'의 스포츠 드라마는 결국 워싱턴의 역전극으로 마감됐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차량입장을 허용한 다저 스타디움은 곳곳서 시큐리티 요원들이 삼엄한 경계를 시작하며 취재진도 2중-3중으로 신분을 확인했다. 수도권 워싱턴DC에서 출장온 동부지역 언론사 기자들에 야구도시 뉴욕에서도 적지않은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건립된지 54년된 다저 스타디움의 오래된 승강기가 제때 도착하지 않자 불만을 나타내는 모습도 눈에 띄였다.
오후 1시 플레이볼된 낮경기에 관공서가 쉬는 날이라 전날 워싱턴서 날아온 양팀 선수들은 연습을 간단히 마친채 클럽하우스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었다.
마에다의 등판으로 수십명의 일본기자들이 5층 빈 스컬리 프레스박스를 점령하자 구단측에서는 7층 관중석에 임시 기자석을 설치하기도 했다.
지난 2일 경기를 끝으로 은퇴한 방송 캐스터 빈 스컬리(88)가 사라진 프레스박스는 허전한 분위기 속에 그의 67년 방송인생을 상징하는 숫자 '67'이 곳곳에 배치됐다. 또 그의 방송모습을 그린 유화는 1만달러에 판매되고 있었다. 구단측은 이밖에 내년 3월20일~22일 이곳서 주최하는 제4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홍보 책자도 배포하는 열성을 보였다.
한편 류현진의 통역을 2년간 역임했던 마틴 김 구단 마케팅 담당은 "류현진이 팔꿈치 수술을 받은뒤 순조롭게 재활중"이라고 귀띔한뒤 "나 역시 팀을 위해 분주히 뛰는 중"이라 밝혔다.
또 35년전 사이영 상ㆍ월드시리즈 우승을 동시에 거머쥐었던 멕시코 출신의 좌완 영웅 페르난도 발렌수엘라(55)도 기자실에서 짙은 선글래스를 낀채 5만3901명의 만원관중과 함께 4시간12분동안 다저스를 열렬히 응원했다. 워싱턴은 이날 7회말에 7년전 WBC에서 한국팀에 난타 당하며 패전을 기록했던 멕시코 국적의 좌완 올리버 페레스를 구원으로 등판시켰지만 원아웃만 잡은채 체이스 어틀리에 안타를 맞고 숀 켈리와 교체됐다. 올시즌 16승을 이루고도 자신의 첫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등판에서 3이닝 4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떠안은 마에다는 "컨트롤이 나빠서 아쉽다. 공 하나하나에 집중했지만 내가 부진해 졌기 때문에 할말이 없다"고 자책했다. 마지막으로 다저스 구단 역사 전시관에 86~89년 한국시리즈 4연패를 달성한 해태 타이거스의 대형 기념 볼이 비치되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