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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출신 CEO들의 무기 ‘주가드’

Los Angeles

2016.10.1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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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전문가 반살 그가 말하는 ‘인도의 힘’

중국 앞지른 성장률 뒤엔
청년이 주도하는 창업 열풍
손정의 등 큰손 투자 잇따라
구글·MS 등 IT CEO 휩쓸어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노키아의 라지브 수리의 공통점은 인도 출신의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최고경영자(CEO)라는 것이다. 펩시코의 인드라 누이, 마스터카드의 아자이 방가 등도 인도 출신 글로벌 CEO다.

지난 8일 인도의 스타트업과 기업가정신 전문가로 꼽히는 라슈미 반살(Rashmi Bansal)을 만나 '왜 인도 출신의 기업가가 주목을 받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주가드(Jugaad)로 설명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주가드는 인도의 기업가정신을 대표하는 단어다. 힌두어로 '예기치 못한 위기 속에서 즉흥적으로 창의력을 발휘하는 능력'을 말한다. 열악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독창적인 방식으로 해결 방법을 찾아내고 그것을 새로운 기회로 삼는 경영기법을 뜻하기도 한다.

반살은 "인도의 기업가정신이 독특한 것은 팀플레이를 강조하기 때문"이라며 "다양한 인종과 더불어 살아 경영할 때 다양성을 포용하고 사람을 신뢰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분기 인도 경제(GDP)는 7.9% 성장하면서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인도 부흥의 중심엔 스타트업이 있다.

반살은 "과거의 인도 사회는 연줄과 돈이 지배했다. 닫혀 있는 사회였는데 이런 분위기가 바뀌면서 젊은이들이 창업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2014년 출범한 나렌드라 모디 정부는 '메이크 인 인디아'(제조업 부흥)를 시작으로 '디지털 인디아'에 이어 올 1월에는 '스타트업 인디아, 스탠드업 인디아' 등 매년 다른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엔 광섬유 통신망 프로젝트와 같은 인프라 확충에 집중했다.

모디 정부는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해 특허출원 방식을 간소화했고 특허출원 비용도 80% 내렸다. 창업을 돕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나 액셀러레이터가 인도 전역에 있는 200여 개 대학에 설치돼 있다. 그 결과 2010년 500여 개에 불과했던 스타트업이 5년 동안 4500여 개로 늘었다. 반살은 "인도 대학생 10명 중 9명은 창업 의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인도 이젠 스타트업이 뭔지 알고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인도 스타트업이 유치한 투자 규모는 50억 달러에 이르고 이 중 90% 이상이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금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10년 동안 100억 달러를 인도의 스타트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 위워크 창업자 애덤 노이먼 등을 포함해 미국의 퀄컴, 중국의 바이두가 인도 스타트업 투자를 발표했다.

주가드로 무장한 인도 기업의 성공 사례는 개별 CEO 외에 또 있다.

2008년 재규어.랜드로버를 인수한 타타그룹이 대표적이다. 타타그룹이 인수한 지 2년 만인 2010년 재규어.랜드로버는 7500만 달러의 순이익을 내면서 턴어라운드(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마힌드라그룹은 2010년 쌍용자동차를 인수해 부활시켰다. 주가드 정신에 입각해 경영 간섭을 하지 않고 전문 경영인을 신뢰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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