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신문에 공지영씨의 가족소설 '즐거운 나의 집'이 연재되고 있습니다. 제가 재미있어 하며 빠지지 않고 챙겨보는 글입니다. 독자분 중에는 "이혼을 세 번이나 한 게 뭐 그리 자랑이라고 그런 걸 쓰느냐"며 불쾌해 하는 분들도 있고 "자전소설로 알고 있는데 글을 통해 자신을 합리화하고 미화하는 것 아니냐"며 작가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분들도 물론 있습니다.
공지영씨는 알려진 대로 세 번 결혼하고 세 번 이혼했습니다. 세 번이나 이혼을 결심하고 치러내는 거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당연히 상처 받고 그 상처를 극복해내는 과정이 뒤따랐을 테지요. 그래서인지 그의 글을 읽다보면 사람 사이의 관계와 삶에 대한 나름의 통찰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제가 인상 깊게 읽었던 이야기 중에 "이제껏 불행한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과거의 불행 때문에 나의 오늘마저도 불행해진다면 그건 정말 내 책임"이라며 어떤 순간에도 자기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을 그만둬서는 안된다고 딸에게 말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소설 속에서 그녀는 모스크바 호텔방에서 남편에게 두들겨 맞고 침대에 엎어져 울다가 생각합니다. 우는 건 언제든 할 수 있고 남편과 이혼할 지 말 지는 나중에 결정해도 되지만 모스크바는 지금 아니면 또 언제 볼 수 있을까 그래서 화장으로 눈가의 멍을 가리고 박물관에 가서 고흐 그림도 보고 모스크바를 대표하는 거리를 걸으며 우동도 사먹습니다.
나에게 그런 일이 생긴다면…과연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이미 맞은 매 어쩌겠어 내가 지금 치를 떨며 분노하고 괴로워한다고 맞은 매를 물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왜 이 지경까지 왔는지 반성하고 꼼꼼히 되짚어 봐야 겠지만 그건 한국 돌아가서 해도 늦지 않으니까 우선은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 그래 모스크바라도 잘 보고 가자 이렇게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요.
남편이 너무 미워서 남편도 죽이고 나도 죽고 사기를 쳐 내 돈을 빼앗아간 사람에 대한 분노로 화병이 생겨 건강을 잃고 돈 못벌어다 주는 남편과 싸우면서 가정 마저 깨지고…. 살면서 가끔씩 보고 듣는 이런 일들은 바로 과거의 불행 때문에 오늘도 내일도 불행해지고 하나의 불행으로 인해 제2 제3의 불행을 만들어내는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민초기 남편과 제가 번갈아 가며 직장을 놓쳐 한동안 빚을 지며 산 적이 있습니다. 많이 쪼들렸고 마음고생도 적잖이 했지만 그때 배운 게 한가지 있습니다. 돈 없는 것도 서러운데 그 때문에 부부 싸움하고 그로 인해 아이들 마음 마저 멍들게 하면 너무 어리석은 일 아니냐고. 한가지 불행이 찾아오면 그 불행 한가지로만 끝내자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됐을까"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라며 지난 과거를 계속 떠올리고 괴로워하면서 거기에 잡혀 있으면 지금 이순간으로 빠져 나오는 게 쉽지 않습니다. 이미 지난 일은 내가 어떻게 해도 바꿀 수 없습니다. 그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교훈을 얻을 수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지난 일을 털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천국이 지옥이 될 수도 있고 지옥이 천국이 될 수도 있다는데 여러분은 지금 이순간 어느 쪽으로 가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