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정갈한 밥상, 이경애·이미나씨 '요리 인생' 음식 맛에 목숨 건 두 모녀

Los Angeles

2007.05.07 11:51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어머니날을 앞두고 대를 이어 손맛을 전해가는 모녀를 만나봤다. 본보 '이미나의 맛과 멋이 있는 요리'의 필진 이미나씨와 그녀의 어머니 이경애씨가 그 주인공.

이미나(34)씨는 상당히 특이한 집안에서 자라났다. 가족들 모두가 먹는 것이라면 거의 목숨을 거는 데다 맛있는 식당이 있으면 산 넘고 물 건너라도 꼭 가봐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들.

그녀의 어머니 이경애(61)씨는 임신했을 때 제대로 된 스시가 먹고 싶다는 일념에 비행기 타고 일본을 다녀올 정도로 먹는 것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올케와 처음 상견례 하는 자리에서 떡 한다는 첫 질문이 '부모님 뭐 하시나?'가 아니라 '자주 가는 레스토랑은 어디냐?'더라니까요."

이경애씨의 손맛은 요리 솜씨 좋기로 동네에 소문이 자자했던 개성 출신의 친정 어머니로부터 대물림 됐다. "친정 엄마는 소고기 2근이면 손님 10명을 치렀어요. 고기 그만큼을 가지고 어떻게 빈대떡 만두 불고기 고깃국을 다 만드셨는지 지금도 의문이에요."

사업가였던 남편 역시 먹는 것이라면 빠지지 않는 미식가. 식당에 가면 항상 새로운 것을 주문할 만큼 실험정신이 강하기도 하다. 솜씨 좋은 아내를 믿고 남편은 일주일에 적어도 한두 차례는 집으로 손님들을 초대했다. 내외국인 게스트들을 위해 이경애씨는 색다른 요리를 연구해 상에 올리곤 했다.

한 번 손님을 치르려면 2~3주 전 김치부터 담그고 마켓을 7~8군데 갈 만큼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이경애씨는 냉장고 한 칸을 완전히 손님 초대 용으로 비워 모든 요리에 들어갈 재료를 꼼꼼히 챙긴다.

이경애씨의 파티 상차림은 술안주(애피타이저)가 좌르르 나와 한바탕 먹고 배 두드리고 있으면 밥이 나오는 형. 찬 음식과 뜨거운 음식 따라 앞 접시도 따로 사용하다 보니 잔치를 끝내면 설거지해야 할 접시만 100장 이상 나오기도 한다.

"어릴 때 엄마가 두부와 순대까지 직접 집에서 만들어 주었던 기억이 나요." 이미나씨는 늘 맛있는 것을 만들어주는 어머니 덕에 어린 시절이 누구보다 행복했었다.

생일 날이면 반 친구들을 모두 집으로 초대해놓고 요란한 생일 상을 받았다. 스파게티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시절 엄마가 생일상에 올려주던 스파게티 맛을 그녀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워낙 손이 큰 어머니는 요리를 했다 하면 한 냄비 해 온 동네 나눠주기를 좋아한다. 음식 선물도 많이 한다. 지난 달에는 동부에 사는 친척 생일날 이것저것 요리해 UPS로 부쳐주기도 했다. 이미나씨 친구들이 집에 오면 밥 해 먹이고 밑반찬 챙겨 보내는 것은 다반사.

두 모녀는 신선한 재료로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생각이 같지만 꼭 일치하진 않는다. 한국 음식의 세계화가 계량화에 있다고 믿는 이경애씨와는 달리 딸 이미나씨는 눈대중으로 대충 하자는 주의다.

하루 종일 음식 해 먹고 치우고 또 먹고 치우고 하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른다고. 그렇게 한평생을 요리해 아이들 입에 넣어준 어머니. 요즘은 사정이 많이 바뀌었다.

낮에 딸 집에 놀러 오면 딸 이미나씨가 아버지와 갖다 드시라고 음식을 바리바리 싸주기도 하니 말이다. 딸이 엄마의 비법에 자신 만의 노하우를 더해 개발한 레시피를 다시 배워가는 어머니 이경애씨 얼굴엔 맛있는 미소가 가득하다.

밥상 레시피

▲소간 냉채
재료: 간 200그램, 생강 한 톨, 마늘 5~6개, 다시마 약간, 샐러리 2뿌리, 당근 1개, 오이 1개, 피망 1개, 실란트로 약간.
드레싱 재료: 식초 1/4컵, 설탕 1/4컵, 포도씨 기름(식용유나 올리브 오일) 1/2컵, 붉은 마른 고추 5~6개, 소금 조금, 다진 마늘 1큰술.
만드는 법: 간은 찬물에 담가 핏물을 빼고 끓는 물에 한번 삶아 낸다. 다시마를 우려낸 물에 생강, 마늘을 넣고 삶은 간을 넣어 젓가락으로 찔러 핏물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삶은 후 차게 식혀 얇게 썬다. 병에 포도씨 기름, 설탕, 식초를 넣고 잘 섞는다. 설탕이 녹으면 후추를 넣고 여기에 다진 마늘과 붉은 고추를 넣어 잘 섞은 후 소금간을 해 차게 보관한다.
샐러리, 오이 모두 얇은 막대 모양으로 썰고 당근은 얇게 썰어 꽃 모양으로 찍어 모든 야채를 얼음물에 담가 놓는다. 먹기 직전 얼음물에서 야채를 건져 물기를 뺀 후 간을 얹어 차게 식힌 드레싱을 뿌려 낸다. 이미나 씨가 어릴 적부터 어머니가 손님상에 자주 올렸던 메뉴인데 그녀도 요즘 자주 만든다. 특이하면서 맛이 좋아 손님들에게도 사랑 받는 음식이다.

▲두부 탕수육
재료: 부드러운 두부 1모, 다진 양파 1/2개, 다진 파 2뿌리, 두반장 소스 3큰술, 설탕 2큰술, 녹말가루 적당량, 식용유 3큰술.
만드는 법: 두부는 도마 위에 놓고 묵직한 것으로 눌러 2시간 정도 물기를 뺀 후 한입 크기로 썰어 녹말가루를 묻혀 기름에 튀긴다. 왁(wok)이나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넣고 달궈지면 다진 파와 양파를 넣어 볶는다. 야채가 살짝 익으면 두반장소스를 넣고 잘 섞은 후 설탕으로 간을 맞추고 튀겨 놓은 두부를 넣어 재빨리 볶아 낸다.

▲북어 녹두전
재료; 북어 5마리, 불린 녹두 3컵.
양념 재료: 다진 파 2/3컵, 미림 1/4컵, 간장 1/4컵, 물 1컵, 물엿 2큰술, 후추, 통깨 조금씩, 마늘 1큰술.
만드는 법: 북어 머리에 물 10컵을 부어 푹 고아 물을 식혀 북어 3마리를 2시간 정도 담가 불린다. 불린 북어는 손으로 물기를 꼭 짠 후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양념 재료를 모두 섞어 북어를 30분 정도 담가둔다. 양념이 다 배면 손으로 꼭 짜 물기를 제거한다. 간 녹두를 북어 앞뒤로 묻혀 달궈진 프라이팬에 기름을 충분히 두른 후 한번씩만 뒤집어 지져낸다.

▲쌈장
재료: 된장 3 kg, 마른 멸치 1파운드, 간 소고기 1파운드, 다진 양파 1개, 다진 호박 1개(속은 빼고), 다진 고추(할레피뇨) 1/2파운드, 간 마늘 3큰술, 물엿 5큰술, 다진 당근 2개, 날 땅콩 간것 1컵, 포도씨 오일 1컵.
만드는 법: 마른 멸치는 오븐에 살짝 구워 믹서에 갈아 가루를 만든다. 냄비에 포도씨 오일을 넣고 마늘을 볶다가 간 소고기를 넣고 익을 때까지 볶은 후 멸치가루, 다진 양파, 속을 빼 다진 호박을 넣어 중간 불에서 충분히 볶은 후 된장을 넣어 잘 섞어 약한 중불에서 20분 정도 볶는다. 이경애 씨는 큰 냄비에 하나 가득 쌈장을 볶아 동네방네 나눠준다. 이 쌈장에 두부만 송송 썰어 넣고 끓여도 훌륭한 된장찌개가 된다. 각종 야채를 찍어먹어도 맛있다.

▲무말랭이 오징어 무침
재료; 무말랭이 1파운드, 오징어(진미포) 1/2파운드, 물엿 1컵, 고춧가루 1.5컵, 멸치액젓 1컵, 다진 파 1.5컵, 다진 생강 3큰술, 깨소금 적당량, 참기름 1/2컵, 다진 양파 1개.
만드는 법: 햇볕 좋은 날 내다 집에서 직접 말린 무말랭이는 미지근한 물에 바락바락 두어 번 씻어 양푼에 2시간 정도 놔둔다. 절대 물에 담그지 않는다. 오징어는 손가락 마디 길이로 잘라 놓는다. 큰 그릇에 참기름만 제외한 양념 재료를 잘 섞어 불려 놓은 무말랭이를 넣고 간이 배도록 잘 버무려 한두 시간 정도 뒤적거려 가며 둔다. 참기름을 넣고 잘 버무린다.

▲반 건조 굴비 구이
재료: 알배기 참조기 중간 크기, 소금. 식용유.
만드는 법: 물 1컵, 소금 1/3컵 비율로 만든 소금물에 조기를 넣고 돌로 눌러 냉장고에 3일간 숙성시킨 후 꺼내 조기를 뒤집어 다시 3일을 두었다가 꺼내 아가미에 소금을 뿌려 다시 냉장고에 3일간 숙성시킨 후 바람이 잘 통하는 서늘한 그늘에서 3일간 말린다. 위에는 파리가 날아드는 것을 막기 위해 망사 천을 씌운다. 이경애 씨는 바람이 없을 경우 선풍기를 틀기도 한다. 꾸덕꾸덕하게 말려지면 뜨겁게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앞뒤로 노릇하게 구워낸다.

스텔라 박 객원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