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즐거운 책 읽기] '어머니와 함께한 900일간의 소풍' 99세 노모와 함께 한 세상 나들이

Los Angeles

2007.05.07 16:48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죽기 전 소원이 세상구경인 어머니, 자전거 뒤 수레에 태우고 900일 여행
'어머니와 함께한
900일간의 소풍'
왕일민·유현민 지음
랜덤하우스코리아 지음


중국의 헤이룽장(黑龍江)성 타허(塔河)에 사는 74세 노인 왕일민. “죽기 전에 세상구경 한번 해보는 게 소원”이라는 99세 어머니를 위해 수레를 매단 세발 자전거를 끌고 세상나들이를 떠난다. 무려 900일동안.

이들의 사연은 중국 중앙방송, 헤이룽장TV 등 중국 내 30여개 방송사에서 다큐멘터리로 방영돼 중국 전역을 울렸고, ‘세 바퀴 자전거 여행’이란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제작됐다. 하지만 그동안 책은 나오지 않았다. “그저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던 내 뜻이 변색되는 것 같아 싫다”며 무수한 중국 작가들을 뿌리쳤던 왕 노인을 설득한 건 한국 작가 유현민이다. 여행 중인 왕 노인을 찾아다니며 2년여를 노력한 끝에 결실을 맺었다.

아내와 사별하고 홀로 계신 어머니 곁으로 돌아간 왕 노인은 거동이 불편한 노모가 창밖을 내다보며 바깥세상을 동경하는 모습이 안타깝기만 했다. 한평생 자식 걱정, 생계 문제에 치여 고생만 하다 하얗게 늙어버린 어머니. 기쁘고 좋은 일 한번 없이 어머니가 생을 마감하게 될 지 모른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났다.

어느날 “우리 티베트까지 갈 수 있을까?”란 어머니의 말에 모자는 길을 떠난다. 중국 최북단 타허에서 최남단 하이난(海南)까지, 어머니 말대로 “쉬엄쉬엄, 세상에 바쁠 것 없이” 다녔다. 산길에서 길을 헤매기도 하고 노숙을 하기도 여러 날. 길에서 칼국수를 만들어 먹고, 냇가에서 빨래를 해가며 모자는 ‘소풍’을 즐겼다.

티베트까지 가지는 못했다. “세상에 태어나 이렇게 즐거운 날은 없었다”던 어머니는 103세 생일을 며칠 앞두고 “티베트에 유골을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왕 노인은 어머니의 유골을 수레에 싣고 7개월 더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그의 효행이 믿기지도 않는데, 그는 자신을 별종 취급하는 세상을 안타까워 한다. “사람들은 나를 높은 의자에 올려놓음으로써 자신들이 효도하지 못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 같다”고.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