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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희씨 이력서는 '스킨스쿠버·골프·스키…'

Los Angeles

2007.05.1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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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여가즐기기 천국이예요'
박종희씨(70.사진)도 직장에 다닐 때는 밤이나 주말을 이용해 테니스 탁구를 치는 데 만족해야 했다. 본격적으로 스포츠에 빠져든 건 50대 후반 명예퇴직을 하고 나서다. 박씨는 법무부 법무연수원 연수부장과 법률구조공단 상임감사를 역임했다.

박종희씨(맨 오른쪽)가 새벽마다 함께 테니스를 치는 동호회 회원들

박종희씨(맨 오른쪽)가 새벽마다 함께 테니스를 치는 동호회 회원들

퇴직을 하면서 남은 생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했다. 친구들은 대개 개업을 했지만 아이들도 다 키운 마당에 남은 생 마저 돈버는 데 쓰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시작한 게 스쿠버 다이빙이었다. 처가가 있는 영덕 바닷가에서 여름휴가를 보낼 때마다 해초들이 춤을 추는 바다밑 풍경에 마음을 빼앗기곤 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어렵지 않았다. 주말마다 동해와 제주도를 누볐고 필리핀 괌 사이판 태국 칸쿤 등 좋다는 곳은 불원천리 찾아다녔다. 가장 깊이 들어간 게 124피트. 10여분간 바다 속을 누비는데 수십 종의 아름다운 물고기가 떼지어 다니는 모습하며 총천연색 풍경이 얼마나 매혹적인지 그렇게 좋아했던 설악산 단풍은 댈 것도 아니었다.

여세를 몰아 1998년 강원도 고성 바다에서 수중 회갑연을 했다. 전국 각지에서 동호회원 50~60명이 모였고 각 방송국들이 앞다퉈 이색 회갑연을 소개했다.

스키는 그가 특히 애착을 가졌던 스포츠다. 11월이 되면 용평 스키장 부근에 아예 방을 잡아놓고 3월말 시즌이 끝날 때까지 거기서 살았다. 밥 먹고 스키만 탔다. 집에는 한달에 한 두 번만 올라 왔다.

아내의 불평이 심해지면서 그 다음해는 집에서 비교적 가까운 리조트로 옮겨 출퇴근을 했다. 새벽 5시에 아침 먹고 스키장으로 가 하루종일 스키를 타고 저녁에 돌아오곤 했다.

"강사 자격증을 꼭 따려고 했지요. 강습비가 너무 비싸 사람들이 교육을 받지 않고 그냥 타다 보니 사고가 많이 나서…. 나야 연금으로 생활하니까 강사비 안받아도 되고. 그래서 자격증을 따 무료로 강습을 하고 싶었는데 그만 스노보드 타는 사람이 와서 들이받는 바람에 넘어져 다쳤어요. 그 뒤로는 집사람이 옛날처럼 스키를 못타게 해 안타깝지만 포기해야 했지요."

결국 자격증은 못땄지만 그의 실력을 아는 주변 사람들의 부탁으로 알음알음 가르쳐주는 일은 종종 하고 있다.

부인 김외출씨는 남편을 매사에 존경스러운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스포츠맨 이력이 줄줄 흘러나온 것도 그의 입이 아니라 부인의 끊임없는 남편 자랑 덕분이었다.

"뭘 하나 시작하면 열정이 대단해요. 덕분에 저도 젊게 살 수 있어 좋구요. 단 하나 단점이라면 생활비 아끼고 또 아끼라고 잔소리를 좀 많이 하는 거지요."

하지만 연금 받아 생활하면서 허튼 데 돈 쓰지 않고 아껴 썼기 때문에 가끔 해외에 나가 스쿠버 다이빙을 하고 이곳에서 영어공부도 할 수 있으니 그 잔소리도 때론 밉지 않다고 한다.

박씨는 미국에선 새벽에 테니스 오후엔 골프 주말엔 산악자전거를 즐긴다. 운동을 하면서 친구도 적잖이 사귀었다. 학교 영어공부 시간에는 10분의 짬을 내 외국인 학생들에게 단학수련도 가르친 적이 있다.

"시간만 있으면 얼마든 시설 좋은 테니스 코트를 이용할 수 있고 13달러를 내면 18홀을 돌 수 있는 데다 하루종일 퍼팅연습을 해도 누가 뭐라는 사람도 없고…. 여가를 즐기기에 이만한 곳이 어디 있어요. 잠시 왔다가는 사람이라서 그런가 여기 분들이 이런 좋은 기회를 이용하지 않는 걸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듭디다."

박씨는 경기도 과천에 살고 있다. 미국 오기 전 새로 가곡도 배우기 시작했다. '학이시습지면 불역열호아'라고 했던가. 배우고 때때로 익히는 즐거움이 새삼 다가오는 만남이었다.

신복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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