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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고 또 배워도 '공부가 고파~'…박종희·김외출씨 부부 무한도전

Los Angeles

2007.05.1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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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들집 와서도 불타는 학구열
대단한 분들이다. 사랑엔 나이도 국경도 없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배움도 그러한 지는 이분들을 만나 새삼 알게 됐다.

올해 칠순인 박종희씨와 67세 되는 김외출씨 부부는 미국 시민권자도 영주권자도 아니다. 1998년부터 미국에 삶의 터전을 잡은 막내아들 덕분에 미국과 인연을 맺어 1년에 너댓 달씩 이곳에 머무는 방문객이다.

그런데 방문객이 너무 바쁘다. 골프 치고 이름난 관광명소 찾아다니고 샤핑 하느라 바쁜 게 아니다. 손자 손녀 돌보는 데 매여 바쁜 것도 아니다. 영어회화를 잘 하고 싶어서 눈에 눈병이 날 정도로 영어공부에 매달리느라 너무 바쁘다.

김씨는 남세스럽다고 했다. 취미로 영어공부하는 게 뭐 그리 내세울 일이라고 인터뷰를 하느냐며. 그런데 그 공부가 장난이 아니다.

아침을 먹고 나면 학교로 간다. 1998년 첫 단기체류 땐 LA에 있는 어덜트 스쿨을 다녔다. 부부가 손을 잡고 학교에 갔다. 정오까지 수업을 듣고 점심을 먹고 난 후에는 발음을 교정해주는 클래스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클래스 등을 찾아 다녔다. 토요일까지 포함해 많을 때는 6~7 과목을 수강했다. 예습도 하고 복습도 하고 시험공부도 했다. 대입수험생 못지 않은 일과였다. 한달쯤 지나니 뭔 소리인지 들려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들이 부에나파크로 이사한 뒤에는 사이프리스 칼리지내 커뮤니티 교육센터 ESL과정으로 옮겼다. 어덜트 스쿨 보단 좀 수준이 높은 곳이다. 그리고 지난 가을학기 과제물로 제출한 수필이 ESL 대상 연례 수필 경시대회에서 학교 대표작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아쉽게도 가주 전체대회선 낙방했다.

"대회에 내보내는 줄 알았으면 좀 더 신경을 쓰는 거였는데. 그냥 숙제인줄 알고 냈는데 며칠 뒤 집으로 전화가 와서 학교 대표작으로 뽑혔다잖아요. 어쨌든 노력을 인정받은 것같아 기쁘기는 했지요."

부부는 지난 3월 다시 막내아들 집을 찾았다. 칠순때는 지중해로 여행가자고 약속했었지만 봄학기 영어공부를 놓치기 싫어 지중해 대신 사이프리스 칼리지행을 택했다.

도대체 궁금했다. 왜 그렇게 영어가 배우고 싶은지. "남편이 간혹 집으로 외국인 친구를 데려왔는데 차 한잔 가져가도 말 한마디 못하고 멀뚱히 앉아 있으려니 창피하고 속상하고…. 그래서 틈틈이 공부를 했지만 영어에 대한 갈증은 풀리지 않고 남아있었지요."

그런데 미국에 왔더니 기회가 널려 있더란다. 그것도 돈 한푼 안들이고 마음껏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영어 전혀 모르는 사람을 위해 ABC부터 가르치는 코스까지. 김씨는 여기에 한마디 덧붙였다. 그런데 왜 한인들은 ESL클래스에서 안보이냐고. 지금까지 대학생 두 서너명만 만났단다.

김씨는 한국으로 돌아가면 손자들에게 영어를 가르친다. 발음은 좀 딸리지만 초등학교 4~5학년 손자를 가르칠 실력은 된다고.

영어공부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언젠가부터 무뎌졌다. 한국 같으면 10번 전화해서 되묻고 따질 일도 이곳에선 겨우 한 두 번 그것도 마음 단단히 먹고 전화하고 뭔가 미진한 듯 해도 그냥 넘어가는 현실에 차츰 적응해가던 차였다. 마음 속에 띠리리리~ 정신차리라는 신호인가.

김씨가 남편을 보며 다시 말문을 열었다. "기사거리로 치면 남편이 훨씬 할 말이 많지요."

박종희씨는 스쿠버 다이버로 수중에서 회갑연을 치렀단다. 스키 골프 테니스 암벽등반 등 승마만 빼고 다 할 수 있는 만능 스포츠맨으로 미국에선 산악자전거를 시작했다. 그래서 박씨의 하루는 더 바쁘다. 벌써 테니스 치는 친구들을 사귀어 새벽을 운동으로 시작한 뒤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간다. 오후에는 골프를 치고 주말에는 자전거 모임에 나간다. 그리고 밤에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관리하며 하루 일과를 사진으로 올린다.

"생이 다하는 날까지 배우고 또 배우리." 기자는 이날 배움에의 열정 한자락을 가슴에 담아왔다.

글.사진=신복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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