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밥 딜런. 그는 사실 영화배우이자 영화음악가이며, 영화감독이기도 했다.
영화를 통해 '밥 딜런'이라는 인물에 접근하고 싶다면, 두 편의 교과서가 있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다큐멘터리 '노 디렉션 홈:밥 딜런'과 토드 헤인즈 감독의 '아임 낫 데어'다. 전자가 거장 감독이 놀라운 솜씨를 발휘해 한 뮤지션에 대해 해부한 것이라면, 후자는 독특한 방식으로 재구성한 딜런의 삶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아임 낫 데어'가 흥미로운 건, 극 중 '밥 딜런'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여섯 명의 캐릭터는 모두 딜런의 삶을 어떤 '단계'로 보여 주는 '조각'들이다. 첫 인물은 우디(마커스 칼 프랭클린)는 딜런을 음악으로 이끈 스승이자 멘토 같은 인물인 우디 거스리다. 아서(벤 위쇼)는'시인 딜런'의 내면을 대변한다. 잭(크리스천 베일)은 대중이 새로운 목소리와 노래를 원하는 시대에 등장한 딜런의 모습이다. 로비(히스 레저)는 영화배우이며, '밥 딜런'을 연기하는 중이다. 그는 우연히 만난 프랑스 여인 클레어(샤를로트 갱스부르)와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그리고 한때 딜런의 연인이었던 조앤 바에즈는 앨리스(줄리안 무어)라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케이트 블란쳇이 연기한 주드는 단순히 싱크로율 높은 외모뿐 아니라, 딜런의 내면을 드러내는 듯한 표정과 아우라로 관객에게 경이감을 선사한다. 통기타를 버리고 전기기타를 들었던 '란의 시기'의 밥 딜런이다. 마지막으로 빌리(리처드 기어)가 있다. 토드 헤인즈 감독은 "빌리는 밥 딜런의 숨겨진 얼굴"이라며 '딜런이라는 평범한 존재'를 드러낸다.
'노 디렉션 홈:밥 딜런'은 딜런에 대한 다큐멘터리 중 가장 완벽한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딜런의 연대기와 공연 장면이 교차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데, 스코세이지 감독은 '위인전'을 쓴다는 생각 따윈 없는 듯 208분의 상영 시간 동안 딜런의 삶과 음악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좀 더 생생한 당대의 기록을 담은 작품으론 D A 펜느베이커 감독이 연출한 다큐 '돌아보지 마라'나 딜런이 직접 연출한 '잇 더 도큐먼트' 등이 있다.
한편 놀랍게도 딜런은 직접 장편 극영화를 연출한 적 있다. 3시간 55분의 상영 시간에, 봤다는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레날도와 클라라'가 바로 그 작품. '배우 딜런'을 만나려면 샘 페킨파 감독의 '관계의 종말'이 그 시작일 듯. 이 영화의 음악을 맡은 그는 극 중 작은 역할로 출연했다. '하트 오브 파이어'에선 왕년의 록 스타 빌리 역으로 등장한다. 각본과 주연을 맡은 '가장과 익명'은 한물간 뮤지션의 컴백을 그린 영화다.
그리고 딜런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영화는 조엘 코엔·에단 코엔 형제 감독의 '인사이드 르윈'다. 1960년대 그리니치 빌리지를 배경으로 한 음악영화로, 엔딩에서 노래하는 한 남자를 놓치지 마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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