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국 일본인에게 전복은 '없어서 못 먹는' 식품이지만 사실 서양인에겐 오랫동안 금기 식품이었다. '껍데기가 한쪽밖에 없는 전복을 먹으면 사랑에 실패한다'는 속설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엔 서양에서도 훌륭한 웰빙 식품으로 인정돼 소비가 점차 늘고 있다.
전복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건강 성분은 타우린(아미노산의 일종). 이는 전복을 쪄서 말렸을 때 표면에 생기는 흰가루 성분이다. 말린 오징어나 문어 표면에 묻어 있는 흰 가루도 같은 타우린이다.
타우린은 성인의 시력 회복은 물론 태아의 망막 형성 유아기의 시력 발달에 도움을 준다.
'전복이 눈에 좋다' '임신 중에 전복을 먹으면 시력이 좋은 아이를 낳는다'는 옛말은 이래서 나왔다. 타우린은 또 혈압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간 심장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양적으로 전복은 저지방(지방 함량 1% 미만) 고단백(13~15%) 식품이다. 특히 말린 것은 단백질이 100g당 56g이나 든 '단백질 창고'다.
특히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들 중엔 타우린 외에도 메티오닌 시스테인 등 함황 아미노산이 포함돼 있다. 함황 아미노산은 피로 해소와 병후 원기 회복에 유익하고 간의 해독작용을 돕는다. 이것이 회복기 환자 허약 체질자 간질환자 과음한 사람에게 전복죽을 제공하고 젖이 잘 나오지 않는 산모에게 전복을 고아 먹이라고 권하는 이유다.
성장을 돕고 상처를 잘 낫게 하는 아연이 함유된 것도 전복의 장점. 굴 오징어 장어 등 해산물에도 풍부한 아연은 정력을 높여주는 미네랄로 유명하다.
아연은 혈당을 낮추고 중금속인 납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데도 유용하다. 전복 굴을 디톡스 식품(독을 제거하는 식품)에 포함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전복은 요즘이 제철이다. 라이벌격인 굴이 겨울(10월~3월)에 먹어야 진가를 발휘한다면 전복은 6월~8월에 절정의 맛과 영양을 제공하는 여름 최고의 바다 보양식이다.
전복의 내장엔 해초 성분이 농축돼 있어 맛 향 영양이 뛰어나지만 쉽게 상하는 것이 문제다. 4~5월 전복 내장엔 독성 성분이 들어있을 수도 있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이런 내장의 빠른 부패를 고려한 듯 "전복 내장은 익혀 먹거나 젓갈을 담가 먹으라"고 기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