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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 교차로] 애인과 부부의 차이

Los Angeles

2007.06.2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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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 윈드화랑대표·작가
가수 남진의 히트곡에선 '당신과 나 사이'를 갈라놓은 이별의 책임자는 바다와 연락선이다. 만리타향 고향을 등지고 떠나온 이민자와 부모형제 사이는 태평양이 가로막고 있다.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할 수 없으니 인간의 이별은 '가슴아프게'로 끝맺는다.

'사이'는 한 곳에서 다른 곳까지 한 물체에서 다른 물체까지의 거리나 공간을 말한다. 한 곳에서 또다른 한 곳 까지의 공간이나 거리.차이.시간.관계에서 벌어진 간격이 '사이'다. 서로 맺은 관계 또는 사귀는 정분을 말할 때도 '사이'라는 표현을 쓴다. 단순히 '아는 사이'다. '우리 사이를 확대 해석말라' 인기 연예인들의 연애 행각이 발각될 때 마다 제일 많이 쓰는 말이다.

카페에서 애인을 기다린다. 들어온 애인이 옆에 앉으면 아직 사랑하는 사이. 마주 보고 앉으면 해바라기처럼 오로지 당신만을 생각하고 있으므로 불안해 할 것 없다. 대각선으로 마주보면 이별의 조짐이 보이고 테이블 모서리를 끼고 앉으면 이미 마음을 거뒀으므로 둘 사이는 종쳤다고 보면 된다. 상대의 마음 속을 짚어보는 인적 거리 감각에 둔한 사람은 사랑을 해도 헛다리짚기가 십상이다.

'냉정과 열정사이'는 일본의 대표적인 소설가 두 명이 하나의 사랑을 독특하고 아름다운 릴레이 스타일로 쓴 러브 스토리의 바이블이다. 일본의 최고 문학상인 아쿠다가상 수상작가 츠치 히토나리와 에쿠니 가오리가 2년동안 실제로 연애하는 기분으로 이 소설을 썼다. 10년 뒤 재회를 가슴에 묻고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헤어진 연인들의 삶을 과거와 현재 냉정과 열정사이를 오가며 기억 속에 묻혀가는 사랑을 독특하고 아름다운 문체로 그리고 있다. '후회하지 않도록 하렴. 자신이 머물 곳은 누군가의 가슴속 밖에 없다'며 서른살 생일 때 만나기로 한 사랑의 약속을 찾아 재회하지만 그들 사이에는 각기 다른 애인이 있고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 있다. 사람이 머물 곳은 사람의 가슴 속이지만 사랑이 한 곳에 머물지 않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들은 슬프다.

부부는 무촌이고 자식과 부모 사이는 1촌이다. 대나무의 '마디'를 표시하는 촌수(寸數)는 친족간의 멀고 가까움을 나타내기 위해 고안된 숫자 체계다. 촌수가 가까와도 먼 사이가 있고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아도 형제 자매 이상 가까운 이웃사촌이나 친구도 많다. 부부는 무촌이라 마주보고 누우면 일심동체가 되고 등돌리면 남이 된다. 깨물어도 안 아프고 치솔도 함께 쓰던 신혼사이가 시간이라는 터널을 통과하면 이빨처럼 사이가 벌어진다. 벌어진 이빨은 손톱처럼 얇은 치아색 도자기를 붙여서 공간을 메우면 된다. 활화산처럼 타버린 사랑의 잿더미속에서 부부와 연인사이를 이어주는 건 신뢰다. 부부는 서로 발을 묶고 같이 걷는 사이. '하나 둘 하나 둘'하고 박자 맞추지 않으면 사이가 벌어져 넘어진다. 지구상에 살고있는 60억 중에 발을 묶고 흔적을 남기는 유일한 사이가 '부부'고 남긴 흔적이 자식이다. 사랑의 끈은 당겼다 조였다 늘어졌다가 다시 팽팽하게 되지만 사람과 사람사이를 묶는 것은 배려와 정성이다. 불타는 사랑은 아니라도 우정보다 찐한 그 무엇이 '시간과 시간사이'에 남아 있기에 인생을 살맛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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