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보다 공급 달려야 고급차 BMW 성능, 렉서스 정숙성 강점 제네시스 최대 무기는 디자인 한 눈에 알 수 있는 차 만들 것"
맨프레드 피츠제럴드(53) 현대자동차 전무의 별칭은 '제네시스의 남자'다. 전략담당이란 직함을 달고 현대차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총괄해서다.
지난해 12월 현대차에 영입된 이후 한 번도 언론에 나서지 않았던 그가 지난 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본지와 단독 인터뷰했다. 그는 "수요보다 공급이 달려야 고급차다. 고급차의 목표를 판매량으로 정의할 수 없다는 얘기다. 누구나 '열망하는'(desirable) 브랜드가 되는 게 제네시스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최근 수년간 자동차 업계 스타를 영입해 '드림팀'을 꾸리는 데 공을 들였다. 복스왜건 디자인 총괄을 거친 피터 슈라이어(63) 사장(2006년), BMW M시리즈 연구소장 출신인 알버트 비어만(59) 부사장(2015년), 벤틀리 디자인 총괄 출신 루크 동커볼케(51) 전무(2015년) 등이 대표적이다. 드림팀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이가 람보르기니의 브랜드 총괄을 지낸 피츠제럴드 전무다.
그는 "현대차의 기존 업무 방식이 제네시스와 맞지 않을 수 있어 새로운 전담 조직부터 꾸려 일해왔다"며 "대중차로서 이미 탄탄한 이미지를 구축한 현대차와 브랜드 컨셉트를 차별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현대차로부터 독립한 제네시스는 '맨 땅에 헤딩하는' 새내기 브랜드다. 경쟁사인 머세이디스-벤츠나 BMW는 100년 넘은 역사를 자랑하고, 도요타 '렉서스'나 닛산 '인피니티' 같은 브랜드도 1980년대 론칭했다.
렉서스 론칭과 제네시스를 비교하자 그는 "렉서스는 철저히 미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론칭했지만 제네시스는 출발부터 글로벌 시장을 노렸다. 우리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통하는 고급차 브랜드를 만들고자 한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제네시스는 기존 브랜드를 부활시키는 게 아니라 새로운 브랜드를 창조하는 작업이라 흥미롭다. 담대함·진보·한국성을 제네시스 고유의 DNA로 정립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제네시스만의 강점이 무엇인지 애매하다고 묻자 그는 "BMW가 주행 성능, 렉서스가 정숙성이 강점이라면 제네시스의 가장 큰 무기는 디자인"이라고 말했다. "경쟁사와 겨룰 수준까지 (상품성 차이를) 좁힌 뒤 디자인에 강점을 가진 브랜드로 차별화할 것입니다. 굳이 자동차 엠블럼을 보지 않더라도 제네시스란 것을 단박에 알아챌 수 있는 디자인 말입니다."
내년 출시 예정인 중형차 'G70'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대형 세단인 EQ900(미국명 G90)부터 출시했지만 점차 라인업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벤츠·BMW도 '볼륨 모델'은 각각 C클래스·3시리즈다. G70은 이 차급에서 충분히 경쟁할 만한 신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계획도 언급했다. 그는 "현대차와 전시장과 애프터서비스(AS)망부터 분리하는게 진짜 제네시스 독립의 시작이다. 스타필드 하남에 연 제네시스 플래그십 스토어가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르면 내년부터 분리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광고·마케팅 전략의 변화도 암시했다. 이날 인터뷰는 미식 평가서인 '미쉐린 가이드 2017 서울' 발표 직후 현장에서 진행했다. 제네시스가 협찬사로 참여한 행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