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며칠 전에 남편이 저를 때렸습니다. 말을 안 듣는다고 머리를 때리고, 얼굴을 때리고, 엉거주춤 바닥에 주저앉은 저를 발로 밀었습니다. 최근 몇 년 들어 부쩍 폭행이 늘었습니다. 남편은 건축일을 하는데 최근 스트레스가 많습니다. 저는 가정주부입니다. 여러 번 이혼을 생각해 봤습니다만, 아이들, 친정 식구, 제 경제 능력 등을 이유로 이혼할 수 없었습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것은 달걀이었습니다. 달걀을 사다 놓으라고 했는데, 제가 잊어버리고 안 샀습니다. 쉰이 넘으면서 건망증이 심해지네요. 슬프고, 창피하고, 두렵고 그렇네요. 제가 잘못 살고 있나요? 참 바보 같지요? 우리 엄마도 한평생 저처럼 사셨는데, 불쌍한 우리 엄마.
답: 이혼 상담을 해보면 참 이상한 현상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맞고 사는 여자들은 대물림 되어 맞고 사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입니다. 맞고 사는 여성의 어머니도 맞고 살았던 경우가 많습니다. 참고 사는 것이 미덕이었던, 여자 혼자선 살기 힘들었던, 그때의 어머니들이 그렇게들 사셨지요. 그런데 현대에서도 맞고 사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부조리한, 설명하기 힘든 그런 현상입니다. 왜 그럴까요?
결혼하고 나서 제일 처음 폭행이 일어났을 때로 거슬러 가면 혹시 답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결혼한 딸에게 첫 폭행이 일어난 후 맞으며 살았던 친정엄마는 딸에게 무슨 조언을 해 주었을까요? 우린 모두 부모를 거울삼아 성장합니다. 부모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지요. 특히 딸은 엄마를 닮는 경우가 많습니다.
얼굴은 ‘얼꼴’이라는 말에서 왔다지요. ‘얼’은 마음을 뜻하는 말이고, ‘꼴’은 ‘굴’로 변했다고 하네요. 결국 얼굴은 마음의 모습을 뜻하는데, 그런 중요한 얼굴을 맞았으니 마음의 상심이 크리라 생각합니다. 모든 부부 문제의 답이 이혼에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자신의 잘못을 분명히 깨달아야만 합니다. 반성 없는 잘못은 또 다른 잘못을 낳기 때문이지요. 짧은 글 안에서 해답을 드리긴 힘들군요, 다만 이번 사건을 유야무야, 흐지부지 넘어가선 안 된다고 말씀드릴 밖에 없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문의: 703-333-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