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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앤 K 롤링은 움직이는 백과사전…큰 도움 돼"

Los Angeles

2016.11.17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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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동물사전' 에디 레드메인 인터뷰
조앤 K 롤링이 창조한 마법 세계의 문이 또 한번 열린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스핀오프인 '신비한 동물사전'(Fantastic Beasts and Where to Find Them)을 통해서다. 영화는 1926년 뉴욕을 배경으로, 마법 세계 최고의 생물학자인 뉴트가 신비한 동물들을 찾아다니며 겪는 모험을 그렸다. '해리 포터' 시리즈와는 다른 시공간이 배경인 작품이지만, 세계관을 그대로 공유한다는 점에서 영화는 '해리 포터' 팬들을 다시금 설레게 하고 있다. 조앤 K 롤링이 직접 각본을 맡았다는 점도 '신비한 동물사전'이 많은 이들의 기대를 불러모으는 이유다. 게다가 주인공 뉴트 역은 배우 에디 레드메인이 맡았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 '대니쉬 걸'등을 통해 할리우드가 가장 사랑하는 영국 배우로 자리 잡은 그의 첫 블록버스터 주연작이다. 연출은 '해리포터' 시리즈를 총 네 편이나 성공리에 이끌었던 데이비드 예이츠 감독이 맡았다. 그야말로 완벽한 삼각 편대다. 이쯤 되면 '신비한 동물사전' 개봉 소식에 일찌감치 영화 팬들의 관심과 기대가 쏠린 것도 당연한 일. 영화 개봉에 앞서 지난 7월 LA를 찾은 에디 레드메인을 만나 영화 이야기를 미리 엿들었다.

웨스트할리우드=이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그간의 행보와 비교해보면, 다소 의외의 작품 선택이다. 보다 폭넓은 관객층에 다가가려는 의도로 읽히는데.

"그런 건 아니다. 한 번도 작전과 전략을 갖고 작품을 택해 본 적은 없다. 그저 나를 잡아끄는 스토리로 작업하고 싶다는 본능에 충실할 뿐이다. 이 작품의 경우 액션·스릴러·로맨스·코미디 등 온갖 장르가 자연스레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큰 감동도 있다. 하나의 이야기 안에 이 모든 게 담겨 있다는 게 놀라워 시나리오를 읽던 도중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조앤 K 롤링과 데이비드 예이츠 감독이 일찌감치 뉴트 역할로 점찍었었다던데.

"이런 대작에 오디션 없이 캐스팅된다는 건 아주 기쁜 일이지만, 한편으론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 혹시라도 촬영 첫날 현장에서 감독이 '잠깐, 이 장면을 그따위로 연기할 생각이야? 그건 아니잖아' 하면 정말 큰일 아닌가. 그래서 다른 배우들이 오디션 보는 현장에 가서 한 명 한 명 상대 역을 해주며 미리 감을 익혔다. 동료들 말로는 오디션 보는 배우들보다 옆에서 대사를 읽어주는 내가 더 떨고 있었다더라. (웃음)"

-약간은 만화적이고 비현실적인 캐릭터라 연기하기 쉽지만은 않았을 듯 한데.

"처음엔 걱정이 많았다. 참고할만한 자료가 많은 실존 인물들을 몇 차례 연기한 후라 더욱 혼란스러웠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막막했는데, 롤링이 모든 걱정을 해결해줬다. 대본 안에 아주 자세하고 생생하게 뉴트 캐릭터를 묘사해 놓았을 뿐 아니라, 항상 곁에 있으면서 궁금한 점을 물어보면 늘 즐겁고 열정적으로 대답해줬다. 알고 보니 각 캐릭터와 장면마다 엄청나게 방대한 배경 스토리를 미리 준비해 놨더라. 움직이는 백과사전 같았다."

-뉴트의 움직임도 상당히 독특하다.

"뉴트의 신체적 특징을 잡아내는 게 쉽진 않았다. 대본에 보면 '그만의 리듬으로 걷는다'는 표현이 있는데 이게 무슨 말일까 한참 고민했다. 뉴트는 사람들과 있을 때는 어색하지만 동물들과 있을 때는 아주 부드럽고 자연스러워지는 캐릭터라는 데 착안, 동물을 다루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행동을 관찰하며 조금씩 나만의 움직임을 빚어냈다. 안무가이자 무브먼트 코치인 알렉스 레이놀즈에게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녀와는 이번 영화가 '사랑에 관한 모든 것' '대니쉬 걸'에 이어 세 번 째다."

-CG(컴퓨터그래픽)로 만들어질 동물들을 상상해 연기하는 게 어려웠을 텐데.

"이전에 그린 스크린 연기를 해 봤던 기억이 좋지 않아 부담감이 상당했다. 그래서 제작 초반 단계부터 내 상상력에 도움이 될 만한 작업에는 모두 참여하고 싶다고 감독에게 부탁했다. 동물들을 디자인하는 단계에서부터 모형을 만드는 과정, VFX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까지 일정이 허락하는 대로 참여해 나름대로 머릿속에 완성된 동물들의 모습을 그릴 수 있었다."

-몇 년 전 한 인터뷰에서 매 영화를 찍을 때마다 불안과 부담에 시달린다고 말 한 적이 있다. 아직도 그런가.

"여전히 그렇다. 좋은 연기를 하려면 긴장을 풀어야 하는데, 내게 영화를 만드는 과정은 늘 긴장의 연속이다.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든 이 영화의 경우는 특히 심했다. 뉴욕 도시 전체를 엄청난 규모의 세트로 만든 데다, 엑스트라만도 수천 명이었다. 내가 실수라도 하게 되면, 리셋을 하는데만 20분이 걸렸다. 망치면 안 된다는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게 힘들었다. 다행히 데이비드 예이츠 감독을 비롯한 의상, 촬영 등 각 분야의 수장들이 내 긴장을 많이 덜어줬다. 다들 각자의 분야에서 세계 최고로 꼽히는 전문가들이다 보니, 이처럼 엄청난 규모의 영화도 아주 작은 영화를 찍을 때처럼 친근하고 편안하게 느끼게 해줬다."

-그간 여러 훌륭한 감독들과 일해 왔는데, 데이비드 예이츠 감독만의 특별한 점이 있었다면.

"그는 '배우를 위한 감독'이다. 소품·분장·미술 등 70여 개나 되는 팀을 하나하나 꼼꼼히 챙기고 아우르며 현장을 이끌어가지만, 그의 가장 큰 관심사와 최우선 고려 대상은 늘 배우다. 항상 모든 잡음을 잠재우고 내가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 그 친절함과 부드러움이 내가 부담을 이기고 연기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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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본 에디 레드메인은…"엉뚱함과 인간미 동시에 갖춘 배우"

"강인함과 연약함이 아주 흥미로운 조합을 이루는 배우다. 목표도 뚜렷하고 투지도 넘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굉장히 민감하고 조심스러운 사람이다. 바로 그 점이 레드메인을 매력적이고도 특별한 배우로 만들어 준다.

전형적 미남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의 연기엔 사랑스런 엉뚱함과 반짝이는 인간미가 있다. 뉴트와 통하는 면도 있다. 뉴트는 수줍음이 많고 사교적이지 못하지만, 거대한 용을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아는 마법사다. 레드메인에게도 분명 그런 면이 있다."


이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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