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이 훌쩍 넘은 작은 상점들 아기자기 호수가 보이는 레스토랑서 로맨틱한 식사 선착장서 페리 타고 동화같은 작은 마을로
‘코모 호의 진주’라 불리는 마을, 벨라조(Bellagio). 코모 호수 보다는 작지만 아름답기로는 코모 호수에서는 으뜸이다.
벨라조를 영어로 발음하면 벨라지오가 된다. 라스베이거스의 벨라지오 호텔이 바로 이곳 이름을 따 지었다. 벨라조로 가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필자는 밀라노에서 기차를 타고 바레나로 간 후 페리를 타고 벨라조로 들어 갔다. 벨라조에서 밀라노로 나올 때는 페리를 먼저 타고 바레나에서는 기차를 타고 나왔다. 벨라조는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다. 15년 전에는 잠깐 머물렀지만 이번에는 숙소를 정하고 이곳에서 3일을 지냈다. 그만큼 벨라조에 대한 향수가 컸다.
마을은 꽃길(via dei Fiori)이라는 산책길이 있을 정도로 봄 여름에는 꽃으로 뒤덮힌다. 꽃길은 선착장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다. 꽃길 반대쪽으로는 전망 좋은 호텔과 몇 개의 레스토랑이 자리 잡고 있다. 코모 호수를 바라 보며 즐기는 식사는 로맨틱의 절정이라 말할 수 있다. 언덕과 내리막 길로 이루어져 있는 마을의 골목길도 매우 로맨틱하다. 골목을 조금 올라 가면 산 자코모 성당이 나온다. 크지는 않지만 12세기에 지어진 건축물이다. 바닥도 돌, 벽도 돌, 천장이 있는 작은 골목길을 아침 저녁으로 들락거렸다.
올라 가고 내려 오며 상점들을 구경하는 것 만으로도 벨라조는 아기자기하다. 1919년에 문을 열어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젤라또 전문점이 있는가 하면 160년의 역사(1855)를 자랑하는 올리브 나무 조각품 점도 있다. 실크 넥타이, 실크 머플러 등 실크 제품만을 파는 실크 전문점과 이탈리안 스타일만 고집한다는 ‘서양 철쭉’이라는 상점도 있다. 그리고 아트 갤러리와 보석점, 기념품점과 구두 전문점, 등불이라는 이름의 레스토랑도 있다. 그런가 하면 식전주(Aperitivi) 와인바와 트라토리아, 이탈리안 파스타를 전문으로 하는 카페가 있다.
벨라조에는 매 달 세 번째 수요일(오전 9시부터 오후 4시)이 장이 서는 날이다. 이날은 마을이 하루종일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리고 레노는 매 주 화요일에 장이 선다고 하며 코모는 매 주 화, 목, 토요일에 장이 선다.
벨라조는 코모 호수의 중심에 있어 선착장에서 페리를 타면 어느 곳이든 쉽게 오고 갈 수 있다. 벨라조에서 다녀 올 수 있는 곳으로는 마그렐리오라는 마을이 있다. 마그렐리오에는 아주 작은 성모마리아 예배당이 있는데 전세계 사이클리스트들의 성지다. 1995년 투르 드 프랑스 경기 도중 목숨을 잃는 파비오 카사텔리의 자전거도 전시돼 있다. 이곳 출신의 카사텔리는 당시 결혼한 후 갓 태어난 아들이 있던 이탈리아의 희망이었다. 안타깝게도 그는 헬멧을 쓰지 않고 내리막 길을 달리다 목과 두개골 파열로 사망하게 된다.
렌노에 가면 빌라 발비아넬로라는 아름다운 별장이 하나 있다. 007카지노 로얄에서 제임스 본드가 고문 후 휴식을 취하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스타워즈 에피소드2에서는 스카이 워커와 아미달라 공주가 결혼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카데나비아는 벨라조에서 10분이면 갈 수 있는 작은 마을이다. 이곳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숫가 산책길이 시작되는 곳이다. 6마일에 걸쳐 이어진 길에는 사람이 없어 걷고 쉬며 조용히 사색을 즐길 수 있다.
코모 호수에 가면 매나지오라는 마을은 꼭 방문해야 한다. 이곳에서는 버스(C12)를 타고 1-2시간이면 스위스 루가노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 루가노는 스위스인들에게는 고급 휴양지로 잘 알려진 평화로움의 정점을 찍는 도시다. 루가노에서 다시 노란색 시외버스(436)를 타고 20분 정도 가면 몬테뇰라에 도착한다. 바로 헤르만 헤세가 마지막 말년을 보내고 아내 니논과 함께 묻혀있는 곳이다.
헤르만 헤세 박물관은 1997년 7월 2일 헤세의 탄생 120주년을 기념해 문을 열었다. 그 외에도 벨라조에서 방문할 곳은 코모, 오수치오, 이솔라 코마치나, 베레나, 벨라노, 피오나, 레코, 콜리코 등의 마을이 있다.
새벽에 일어나 호숫가로 가면 조용히 낚시를 드리운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벨라조에서 느낀 한가로움은 일상생활에서 맛 볼 수 없던 최고의 보너스였다. 코모 호숫가를 걷는 6마일의 산책길인 그린웨이. 내일은 그린웨이를 걷기 위해 카데나비아로 가는 페리를 타야 한다. 사색의 길을 상상하며 나는 꿈 속에 빠져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