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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전설' 만나다, 샤토 마고는 '퀸카' 와인

Los Angeles

2007.07.2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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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와인의 심장부 보르도 5대 샤토 일주, 프랑스의 자존심…아시아에서 최고 인기
여기 와인 한 병이 있다. 사랑스러운 루비빛. 라벨엔 아름다운 성 한 채가 그려져 있다. 이것이 바로 '샤토 마고(Chateau Margaux)' 또한 마고 성(캐슬)이다.

폴 풍탈리에 사장.

폴 풍탈리에 사장.

이쯤에서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와인 매니어라면 누구나 한번쯤 초대받길 원하는 그곳 마고 성의 속살을 실컷 엿보고 왔노라고. 취재에 동행한 '1855년그랑크뤼협회' 홍보책임자 실방 부아베르는 "지난 5년간 세계 각지에서 온 수많은 기자들과 샤토 마고를 방문했지만 성 안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나도 이번이 처음"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중앙 홀과 이어진 대응접실 그 양편의 식당과 소응접실은 세련된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수제 가죽 장정의 고서들을 살펴보며 집사가 가져다준 샤토 마고의 드라이 화이트 와인 '파비용 블랑'(2005)을 즐겼다. 코끝에 감도는 꿀향기 하지만 뒷맛은 길고 힘찼다. 매년 단 8000병만 생산하는 귀한 와인. 하기야 샤토 마고 또한 1년에 고작 20만 병을 생산할 뿐 아닌가.

마고 성 방문의 행운을 가져다 준 이는 파리 주재 그리스 대사 부부였다. 그들의 샤토 방문 일시와 중앙일보와의 취재 일정이 겹친 것. 샤토 마고의 폴 퐁탈리에 사장은 대사 부부를 극진히 접대했다.

자본은 외국계이지만 샤토 마고의 '국적'은 여전히 프랑스다. '프랑스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샤토 마고 아닌가. 제2차 세계대전 뒤 패전국 독일이 마고 성에서 프랑스에 공식 사과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헤밍웨이가 이 와인을 너무 좋아해 손녀딸 이름마저 마고로 지었다거나 일본 소설 '실락원'의 남녀 주인공이 자살 직전 마시는 와인이 이것이란 얘기도 마찬가지다.

샤토 마고의 또 다른 별명은 '와인의 여왕'. 마고 성처럼 우아하고 섬세하며 무엇보다 '만화방초'를 뿌린 듯 풍부한 부케(와인 향) 때문이다. 샤토 마고는 5대 샤토 중 일본.한국 등 아시아에서 가장 사랑받는 와인이다.

샤토 마고는 양조에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12개)와 오크 탱크(26)를 함께 사용한다. 퐁탈리에 사장은 "오랜 경험상 이것이 가장 좋은 조성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샤토 마고는 전통을 지켜가는 만큼 새로운 시도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했다. 샤토 마고는 사용하는 오크통의 30%를 직접 생산한다. 2대째 오크통을 만들어온 장인이 100% 수작업으로 하루 평균 3개를 만들어낸다. 대단한 명성을 지닌 샤토 마고지만 1960~80년대에는 당시 주인의 관리 소홀로 "값은 1등급이지만 맛은 4등급"이란 혹평을 듣기도 했다. 77년 멘젤로풀로스 가문이 샤토를 매입하면서 대대적인 투자를 해 80년대 중반에야 비로소 옛 영광을 회복했다.

중세 예배당 같은 거대한 숙성고를 거쳐 저장고에 다다랐다. 1848년산 샤토 마고를 비롯 엄청난 양의 명품 와인이 거미줄 가득한 어둠 속에서 낮은 숨을 쉬고 있었다. 병을 가만히 쓸어내리자 150년 전 와인 장인의 위대한 집념이 느껴졌다. 포도나무는 키가 작다. 그 높이에 맞춰 허리 굽히고 행여 다칠세라 포도 한 알 한 알을 골라냈을 이름 모를 농부의 땀방울마저 생생했다.

'위대한 와인은 밭의 작품…사람은 조연일 뿐'

▶ 폴 퐁탈리에 사장 인터뷰

1983년. 3년 전 타계한 아버지의 유지에 따라 샤토 마고의 재건에 열정을 쏟던 여성 오너 코린느 멘젤로풀로스는 이제 갓 스물일곱인 한 양조학자에 주목했다. ‘오크통에서의 와인 숙성’이란 논문을 쓴 폴 퐁탈리에(사진) 박사였다. 그 해 샤토 마고의 새 사장이 된 퐁탈리에는 코린느와 함께 샤토 마고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 위대한 와인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밭이 가장 중요하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거기서 나온 포도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뿐이다. 그것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그래서 샤토 마고엔 와인 메이커란 직함이 따로 없다. 총괄 사장인 나와 셀러 마스터, 양조담당 이사가 함께 움직인다.”
- 5대 샤토에 필적할 만한 여타 보르도 와인을 추천해 달라.
“나는 현대적 개념의 보르도 1등급 와인은 9개라 생각한다. 기존의 5대 샤토와 생테밀리옹 마을의 슈발 블랑.오존, 포므롤 마을의 페트뤼스, 소테른 마을의 이캠이다. 이들은 모두 특별한 개성이 있어 비교가 불가능하다.”
- 보르도 외 지역 중 1등급 수준의 와인을 생산할 만한 곳이 있다면?
“‘뛰어난 와인’을 만들 수 있는 곳은 많지만 ‘위대한 와인’은 다르다. 프랑스의 부르고뉴 와인, 독일.알자스의 스위트 와인, 포르투갈의 포트와인 정도랄까.”

글.사진=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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