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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탐방-이씨네] 엄마 손맛 값은 최저

Los Angeles

2007.08.06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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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식 메뉴에 정성 담아 제공, '식사 봉사' 입소문에 손님 몰려
평생 남을 돕고 사는 것을 삶의 버팀목으로 살아온 이미카엘 씨(59.그레고리 성당 교우)에게 있어 봉사의 대상은 살아있는 영혼에게만 머무르지 않았다.

돼지 불고기

돼지 불고기

가톨릭에서 별세한 영혼을 위해 기도하는 모임인 연령회의 회장으로 수 년간 봉사해온 그는 100여 명의 연도객들과 함께 별세 미사를 찾아 다니며 세상 떠난 영혼을 위해 기도해왔다. 장례 치를 비용도 없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미리 구입해둔 묘지 터를 무상으로 증여해오기를 10년째 계속하고 있는 그는 보통 사람들이 갖고 있는 선행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회장으로서 별세 미사에 참가한 이들의 식사를 위해 여러 식당을 이용하다가 여러 명이 싸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식당이 흔치 않음을 깨달은 그는 7년 전 급기야 그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식당을 스스로 오픈하기에 이른다. 식당 이름도 이씨네 가족들이 하는 것이니 '이씨네'로 낙찰을 봤다. 연도객들에게야 그냥 식사를 제공했고 그 외 찾아오는 손님들에게도 무려 4년 동안 전 메뉴를 '2.99달러'라는 말도 되지 않을 정도의 파격적 가격에 봉사했다. 광고 한 번 하지 않았어도 입 소문이 퍼져나가 식당은 연일 혼자 사는 이들과 시니어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하지만 워낙 싼 가격에 봉사하다 보니 손님이 많아질수록 적자 폭은 더 커지는 아이러니가 연출됐다. 그래도 매일 밖에서 매식하는 이들이 가정집에서 먹는 것처럼 한 끼를 제공한다는 보람에 저가정책을 그대로 밀고 나갔다. 그렇고도 부족한 듯 이미카엘 씨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들이닥치면 굳이 돈을 받지 않겠다고 손사래를 쳤다.

이대로의 가격 정책으로 가다가는 봉사하기조차 어려워질 것 같아 3년 전부터 '전 메뉴 2.99달러 시대'를 마감하고 지금의 가격으로 재조정을 했다. 그렇다고 대단한 인상폭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씨네는 아직도 타운 내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에 제대로 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식당 가운데 하나다.

광고 한 번 안 했지만 오전 7시 오픈 때부터 오후 10시 문을 닫을 때까지 이씨네에는 손님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대부분은 수년째 찾아오는 단골들. "입 소문이 나서 혼자 사는 아저씨들이 삼시세끼 드시러들 많이 오세요." 오픈 때부터 일했다는 종업원 이순복 씨가 전골을 그릇에 덜며 말한다. 대부분의 종업원들은 주인 부부의 고운 심성에 감동해 다른 곳으로 옮긴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고 청춘을 '이씨네'와 함께 한 이들.

인공 조미료를 넣지 않아 가정집 음식처럼 담백한 맛이야말로 이씨네가 오랜 세월 동안 꾸준한 단골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이다. 가장 잘 나가는 음식들은 모두 집에서 먹는 것 같은 가정식 메뉴들이다. 직접 뽑은 육수로 만들어 맛이 개운하고 고소한 우거지갈비탕 시원한 국물 맛의 동태 찌개 구수한 맛의 된장 찌개 잘 익은 김치로 끓인 김치 찌개는 만년 인기다.

고소한 맛의 순대도 직접 만들 만큼 음식에 있어 장인정신이 철저한 반면 음식 가격은 거의 두 자리 숫자일 만큼 저렴하다. 사정에 의해 곧 문을 닫을 형편이니 어서 발길을 서둘러 착한 주인의 등을 도닥거려 주시길.

오픈 시간

주7일 오전 7시~오후 10시. 857 S. Western Ave. Los Angeles, CA 90005. 로데오 갤러리아 몰 남쪽, 나고야 스시 옆.

(213)384-6767.

스텔라 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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