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점심까지는 1시간이 넘게 남았다. 사무실 접견실에 있는 고객 접대용 쿠키, 도너츠 등이 눈에 어른거리지만 침을 삼키며 견딘다. 갈수록 굵어지는 뱃살을 내려다보면서 애써 눈길을 딴 데로 돌린다.
직장인 박모(47)씨는 매일 한두 차례 간식의 유혹과 싸운다. 복부 비만이 온갖 성인병과 암, 노화의 주범이라고 알고 있어 간식을 입에 대지 않다가도 허기를 못 견뎌 식사 때 폭식하는 일이 잦다.
이와 상반되게 박씨의 직장동료 황모(45)씨는 오전과 오후로 나눠 하루 두 차례 이상 간식을 즐긴다. 박씨와 다른 점이 있다면 황씨의 간식 메뉴는 철저하게 생과일과 야채 위주라는 점. 과식하는 일도 없을 뿐더러 식사량도 자연스럽게 줄어들다 보니 다이어트 효과도 크다.
황씨는 “지난 2년간 간식으로 꾸준히 과일과 야채를 먹었더니 뇌가 상쾌해지고 스트레스가 풀리는 듯 하다”면서 “인스턴트 음식이나 커피, 탄산음료를 덜 먹게 됐고 금연·금주를 결심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한 번에 200칼로리 적당
군것질을 체중 증가와 성인병의 주범으로 아는 사람이 많다. 일부 건강서적에는 ‘노화를 방지하기 위해 간식을 멀리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대다수 영양 전문가들은 노화를 늦추고 장수하기 위해 하루 두세 차례 간식을 먹되 한 번에 200~250칼로리의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미국영양협회(ADA)는 ‘하루 대여섯 번 과일과 채소를 먹어야 하며 식사를 통해 채울 수 없으면 간식으로 벌충하라’고 권장한다.
세계적 명성의 병원 ‘메이요 클리닉’의 홈페이지에도 ‘좋은 간식은 암을 예방하고 노화를 늦추며 기억력 향상, 심장 건강, 면역시스템 강화에 도움을 준다’고 소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적당한 간식이 우울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간식을 먹으면 허기를 달랠 수 있어 과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현미나 잡곡, 통밀로 만든 크래커나 비스킷, 과일과 채소 등을 먹으면 점심과 저녁 식사의 열량을 줄일 수 있어 전체적으로 다이어트 효과를 낼 수 있다.
간식을 먹으면 평소 식사 때와는 다른 영양소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특히 중년 이후에는 소화력과 대사능력이 떨어져 젊을 때처럼 먹으면 뱃살이 늘어나면서 정작 필요한 영양소는 부족하기 쉬운데 이 문제를 간식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노인은 절대 열량 부족이 문제인데 중년 이후에 하루 두세 차례 군것질을 하면서 적게 자주 먹는 습관을 들이면 칼로리와 영양소를 적절히 얻을 수 있다.
◆직장인은 하루 두 번 간식 적당
중년 이후에는 소화기관에 부담을 덜 주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기 위해 가급적 자주 적게 먹는 것이 원칙이지만 직장인은 오전과 오후 두 번 정도 간식 시간을 갖는 것이 적당하다.
아침 식사를 하지 않았거나 오전에 출출하면 현미나 잡곡으로 만든 비스킷이나 크래커, 음료 등을 먹도록 한다. 중년 이후에는 뇌의 기능이 퇴화하며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우울증·치매 등이 생기기 쉬운데 현미나 잡곡에는 뇌의 기능을 돕는 양질의 복합 탄수화물이 풍부하다. 뇌가 에너지와 영양을 필요로 할 때 간식을 통해 보충하면 뇌 노화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현미나 잡곡에는 또 양질의 식이섬유가 풍부해 대장 건강과 다이어트, 암과 성인병 예방에 좋다.
오후에는 비타민·미네랄·섬유질이 풍부한 과일을 듬뿍 먹고 나서 저녁 식사량을 줄이도록 한다. 다이어트 효과와 함께 피로 해소, 장 기능 강화, 세포 복원 등에 좋다.
◆견과류·씨앗은 조금씩, 유제품은 저지방으로
땅콩·호두·아몬드 등 견과류와 아마씨·포도씨 등 씨앗에는 각종 단백질과 몸에 좋은 지방인 단일불포화지방·비타민·섬유질 등이 풍부해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HDL) 수치는 높이고 나쁜 콜레스테롤(LDL) 수치는 낮춘다. 당뇨병 예방, 두뇌와 심장혈관 건강, 노화 억제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아몬드 한 줌(23개)의 열량이 164칼로리이고 한 컵이면 800칼로리에 육박하는 등 견과류와 씨앗은 열량이 높으므로 과식은 금물이다.
우유·요구르트·치즈 등 유제품은 아이들의 간식으로 여기지만 어른의 건강식으로도 좋다. 유제품에는 단백질·비타민·미네랄이 풍부하다. 또 칼슘이 풍부해 골다공증을 예방해준다. 하지만 열량이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가급적 저지방 유제품을 먹도록 한다.
어린 자녀나 손자와 함께 간식을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다. 아이들은 과일의 맛과 색깔을 좋아하므로 아이와 함께 과일이나 채소를 먹으면 가족 건강도 챙기고 자신도 젊어질 수 있다.
간식을 먹고 나서는 반드시 이를 닦아야 한다. 취침 전 3시간 이내에는 군것질을 피하고, 정 배가 고프면 우유를 반 컵 정도 마시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