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물을 커다란 들통에 넣고 나무 주걱으로 젓고 있는 유혜숙씨. 콩물을 타지 않도록 이렇게 휘저으며 끓이는 것이 두부 만들기의 첫 과정이다.
제사와 명절이 다가오면 우리 어머니와 할머니들은 가장 먼저 콩나물을 기르고 두부를 만드셨다. 할머니가 만든 두부의 표면은 매끄럽지 않고 모양새는 제멋대로이며 씹히는 질감도 거칠었지만 그 고소한 맛은 비할 데가 없었다.
건강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자스민유(30. 유치원 교사)씨는 요즘 두부 만들어 먹는 재미에 흠뻑 빠져있다.
"웰빙 시대 건강 먹거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불현듯 할머니가 직접 만들어주었던 두부 생각이 나더군요. 김이 펄펄 나는 뜨끈뜨끈한 손두부를 썰어 양념간장과 함께 차려 주셨던 할머니가 그리워지네요."
평소 여러 인터넷 요리 사이트를 서핑하며 레시피대로 요리하기를 즐기는 유씨의 눈에 '간수를 사용하지 않은 영양 두부' 만들기가 눈에 번쩍 뜨였다.
집에서 두부를 만들려면 맷돌 대신 믹서기를 사용하는 걸 제외하면 모두 수작업이다. 손이 적잖게 가지만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고 서너 번 반복했더니 벌써 손에 익어 별 어려움이 없단다.
값비싼 유기농 두부도 그녀가 간수를 넣지 않고 직접 만든 두부와는 품격이 다르다. 그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야 마켓에서 판매하는 것과 어찌 감히 비교할 수 있을까. 안전한 건강식을 직접 만들어먹는다는 보람에 가슴이 뿌듯하고 무공해 행복이 물밀 듯 밀려온다.
"간수 대신 사용하는 응고제 레몬식초를 넣고 두부가 몽글몽글 뭉치는 것을 보면 너무 신기해요. 생두부 한 접시에 비지찌개 한 냄비 끓여놓고 친구들과 소주잔 기울이는 재미 때문에 조금 힘들어도 당분간 두부는 계속 만들게 될 것 같아요."
물을 잘 짜낸 두부는 부침용으로 사용하며 덜 짜낸 두부는 찌개용 살짝 짜거나 짜지 않은 것은 순두부로 사용한다. 집에서 직접 만든 두부는 잘 변질이 되지 않고 보름 정도까지 보관이 가능하다.
직접 만든 손두부는 뜨거울 때 양념간장에 찍어 먹는 것이 그 담백함과 고소함을 즐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뜨거운 두부를 밥에 비벼 간장과 참기름을 조금 넣고 비벼 먹어도 꿀 맛. 기름 두른 프라이팬에 부쳐도 고소하다.
남은 비지로 끓인 찌개에서는 한국에서 먹던 그리운 맛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 두부 만들기
재료: 검은콩 500g (노란콩 콩나물콩 등 어떤 콩이라도 무방) 생수 3 리터 올리브유 2큰술 응고제. (레몬식초 2큰술 바다소금 2큰술)
두부 틀: 물이 빠질 수 있는 플라스틱 통 또는 나무 통. 마땅한 틀이 없으면 소쿠리에 삼베천을 놓고 물을 빼도 된다.
만드는 법: 콩을 씻어 8시간 정도 불린다. 믹서기에 분량의 생수를 붓고 콩을 곱게 간다. 갈은 콩을 베 (또는 가제) 주머니에 넣고 꼭 짜낸다. 두 번 짜면 두부가 더욱 부드럽다.
베 주머니에 남는 비지는 부침이나 찌개를 해먹는다. 짜낸 콩물의 5배 정도 크기의 들통에 콩물과 올리브유를 넣고 끓인다. 눋기 쉬우니 계속 나무 주걱으로 저으면서 끓인다.
콩물이 뜨거워지면 불을 줄이면서 젓다가 끓어오르면 불을 끄고 준비한 응고제를 부어 나무 주걱으로 한 번 휘젓는다. 뚜껑을 닫은 후 5분 정도 기다렸다가 열어 보면 물과 두유가 분리되어 있다. 베 보자기를 펼친 틀에 응고된 콩물을 붓고 물을 가득 채운 플라스틱 통으로 눌러 놓는다.
시간과 누르는 정도에 따라 순두부 연두부 단단한 두부가 완성된다. 10여 분 정도 후면 생두부로 먹기 가장 좋은 정도가 된다.
틀에 부을 때 응고제로 쓴 두부 주스가 다량 나오는데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국수 물로 쓰거나 비지 부침 반죽 물로 또는 비지찌개 국물로 사용한다.
두부 틀 겸 보관 용기 만들기: 뚜껑 달린 네모 형의 플라스틱용기를 똑 같은 크기로 두 개 마련해, 하나는 그대로 두고 하나는 송곳으로 1/2 인치 간격의 구멍을 뚫는다. 구멍은 용기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뚫어야 두부가 울퉁불퉁하지 않는다. 여기에 베 보자기를 깔아 두부 끓인 것을 붓는다.
구멍 뚫지 않은 용기에는 물을 가득 담아 두부를 누르는 용도로 사용한다. 두부 물이 다 빠진 다음, 구멍 뚫린 용기에 모양대로 단단해진 두부를 베 보자기에서 빼 넣고, 이번엔 구멍 뚫린 용기를 밑에, 두부든 구멍 뚫린 용기 위에 포개놓고 깨끗한 물을 채워 뚜껑을 덮어놓으면 보관 통이 된다. 물을 갈아야 할 때는 위의 용기를 들어내고, 아래용기에 새 물을 넣고, 다시 용기를 포개 뚜껑을 덮어 냉장고에 보관한다.
두부 또는 비지로 만든 요리
▷집에서 만든 생두부와 양념장 재료: 생두부 1모, 양념간장 재료 - 진간장 5큰술, 물 2큰술, 설탕 1/2 큰술, 식초 1큰술, 고춧가루 1큰술, 들기름이나 참기름 1큰술, 통깨 1/2큰술.
집에서 만든 생두부를 예쁘게 담고 분량의 재료를 섞어 양념간장을 만들어 곁들인다.
▷비지부침 재료: 비지 2컵, 감자전분 1/2컵, 들깨 1/2컵, 깻잎, 느타리버섯, 팽이버섯, 풋고추, 대파, 소금과 후추 약간.
만드는 법: 깻잎은 동그랗게 말아 송송 썬다. 느타리버섯은 잘게 찢어놓는다. 풋고추는 송송 썰고 대파는 어슷어슷 썬다. 재료들을 잘 섞어놓는다. 커다란 프라이팬을 중 불에 달군 후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팬 위에 반죽을 고루 펴놓는다.
중간 불에 바닥이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구워 넓적한 접시에 낸다. 마늘, 파, 고춧가루, 두부 주스, 간장을 섞어 만든 양념간장을 곁들인다.
▷비지찌개 주재료: 비지 1컵, 돼지고기 1주먹, 신 김치 2주먹, 김치국물 5큰술, 멸치육수 4컵, 대파 1/3개, 식용유 1큰술, 새우젓 1큰술, 소금, 고춧가루, 고기양념 재료 - 맛술 1큰술, 다진 마늘1/2큰술, 후춧가루, 생강가루.
만드는 법: 잘게 썬 김치와 고기양념으로 밑간을 한 돼지고기, 비지를 준비한다. 달군 냄비에 식용유를 두르고 돼지고기, 김치 순으로 볶고, 김치국물도 같이 넣어 달달 볶다가 멸치육수와 새우젓을 넣고, 비지도 넣어 뚜껑을 닫고 푹 익혀 나머지 간은 소금으로 한 후 파와 고춧가루를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