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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디스터비아

San Francisco

2007.09.2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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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화 (영화칼럼니스트)

훔쳐 보기’의 위험성


‘디스터비아(Disturbia)’는 의외로 흥행에서 크게 선전한 스릴러물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입김(제작)이 들어갔기 때문이거나, ‘트랜스포머’로 스타덤에 오른 샤이어 라버프(일명‘제 2의 탐 행크스’로 불리움)의 인기 덕이거나, 십대풍의 분위기가 가미된 탓이거나, 아니면 이 모두가 상승 작용해 좋은 결과를 냈다고 볼 수 있겠다.

고교생 케일(샤이어 라버프 분)이 운전하던 차로 낚시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가 나 아빠가 세상을 떠난다.
케일은 아빠를 잃은 슬픔에 더하여 자책감까지 겹쳐 더욱 괴로운 나날을 보낸다.
수업 중 아빠 운운하는 스페인어 선생님을 치고 90일 가택 구금형을 받아, 전자 감시장치가 부착된 발찌를 끼고 집에서 100피트 이상 벗어나지 못하도록 명령받는다.
엄마는 케일이 집에서 하루 종일 비디오 게임과 케이블 TV 시청만 하는 꼴을 보다못해 이 것들을 끊어버린다.
케일은 망원경으로 이웃을 들여다 보기 시작하고, 새로 이사온 옆집 아가씨 애슐리 (새라 로머 분)에 반해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추적한다.
그러던 중 이웃의 터너씨가 언론에서 떠들고 있는 연쇄 살인범 같다는 혐의를 발견하게 된다.

히치콕의 명작 ‘이창’(Rear Window, 1954)에서 리메이크라고 해도 될 만큼 많은 부분을 빌어 왔다.

‘디스터비아’가 십대를 등장시키는 만큼 중년의 사진 작가가 누워있는 ‘이창’에 비해서 생동감이 넘치고, 케일이 100피트라도 움직일 수 있어서 휠체어에 의존하는 제임스 스튜어트의 ‘이창’에 비해 한결 활동적이고 훔쳐 볼 수 있는 범위는 훨씬 넓다.
적외선 망원경을 비롯해 아이팟, 캠코더, 디카, 셀폰, 컴퓨터, 비디오 게임, 인터넷 등 다양한 소품이 등장해 소품이라곤 망원경과 휠체어 정도에 그치는 ‘이창’보다 현대 감각도 넘친다.
그러나 주인공 역과 전체 스토리의 깊이는 ‘이창’에 비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옆집의 애슐리는 메인 스토리와 직접적인 관련이 별로 없는데 비해 상당히 많은 장면을 할애 받고 있다.
그러나 겨우 100피트밖에 안 되지만 케일이 그녀를 담장까지 바래다주는 장면과 훔쳐 보기를 통해 파악한 그녀의 모든 것을 고백하는 장면은 영화에 청춘의 아름다움을 더해 준다.
영화가 단순한 스릴러물에 그치지 않고 십대 영화의 성격도 아울러 띠도록 감독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면 긍정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

케일의 친구 로니 역을 맡아 위험한 일을 도맡아 한 아론 유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인상이 좋다.
‘매트릭스’의 날씬하던 트리니티, 캐리 앤 모스가 한결 두툼해진 몸매로 케일의 엄마 역을 맡았으며, 터너 역의 데이빗 모스 (‘그린 마일’에서 키 큰 간수 역)는 부드러운 표정을 지어도 위압감이 느껴지는 힘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스릴러물로서의 완성도는 그리 높다고 볼 수 없지만 혼합 쟝르물로서 나름대로의 긴장감과 재미를 갖춘 볼 만한 영화다.

참고로, ‘디스터비아’ (disturbia)는 ‘방해 받을 수 있는 곳’이라 해석할 수 있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무언가에 의해 그 평온이 방해받을 수도 있는 곳이란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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