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메이저리그 화제의 인물 중 한 명을 꼽으라면 단연 알렉스 로드리게스(32)가 될 것이다. 2002년 텍사스 레인절스 시절 57홈런 이후 5년 만에 50홈런을 돌파하며 아메리칸리그 MVP 수상이 유력한 로드리게스는 최근엔 '연 3천만 달러 시카고 컵스 이적과 구단주로의 변신설'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뉴욕 양키스 알렉스 로드리게스(오른쪽)가 지난 23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홈경기에서 앞서 도미니칸공화국 레오넬 페르난데스 레이나 대통령이 시구한 공을 건네주고 있다.
로드리게스는 올해 양키스가 포스트시즌 탈락의 위기를 맞는 동안 타석에서 홀로 분전하며 '양키 왕조'를 굳건히 지켜냈다. 24일 현재 155게임에서 타율 3할1푼1리에 147타점 138득점 등 공격 5개 부문 1위를 기록 중인 로드리게스는 그러나 10월을 앞두고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다.
MVP나 3천만 달러 컵스 이적 구단주 변신 등 그 모든 것이 포스트시즌에서의 활약에 따라 크게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드리게스는 그 동안 정규시즌에선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도 플레이오프에서는 너무도 무기력했다. 특히 2004년 양키스로 이적한 후 3번의 포스트시즌서는 그 정도가 심했다.
양키스는 24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1-4로 지는 바람에 아직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6경기를 남긴 와일드카드 매직넘버는 2. 큰 이변이 없는 한 양키스의 플레이오프는 확정적이다. 양키군단의 맨 앞엔 로드리게스가 있다. 로드리게스가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양키의 운명은 물론이고 개인의 영광도 궤를 달리할 것이다.
▶지독한 '10월 징크스'
로드리게스는 지난해 포스트시즌을 치르면서 양키팬들로부터 엄청난 야유를 받았다. '차라리 트레이드 시켜라'라는 모욕적 언사까지 들었다. 정규시즌서는 35홈런 121타점 113득점 타율 2할9푼으로 좋은 성적을 냈지만 디트로이트와의 디비전시리즈 4경기에서 14타수 1안타 타율 7푼1로 부진했기 때문이다. 중심타자가 홈런은 고사하고 타점 득점조차 없었으니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로드리게스의 '10월 징크스'는 지난해 뿐 아니다. 2005년에도 디비전시리즈 5경기에서 15타수 2안타 타율 1할3푼3리로 헤맸다. 홈런 타점없이 득점만 2점을 보탰다. 로드리게스의 그런 부진은 2004년 보스턴과의 리그 챔피언십시리즈부터 시작됐다. 당시 미네소타와의 디비전시리즈까지만 해도 로드리게스는 타율 4할2푼1리로 잘했지만 보스턴을 만나서는 2할5푼8리로 내리막 조짐을 보였다.
▶올해는 다를 수 있다
사실상 양키스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굳어져 가면서 언론에서도 로드리게스의 10월 활약 가능성을 두고 말들이 많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로드리게스도 와신상담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포스트시즌 성적에 걸려 있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로드리게스는 2001년 텍사스로 이적하면서 10년 총액 2억5200만 달러의 메가 딜을 성사시켰다. 그 계약은 만 7년이 지난 올 시즌 후 로드리게스가 해지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로드리게스는 올해 어느 때보다 좋은 성적을 내면서 다시 한 번 FA 대박을 겨낭해 왔다.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도 벌써부터 물밑 접촉을 갖고 연 3천만 달러의 계약을 추진 중이다. 23일 터져 나온 컵스와의 접촉설도 그런 과정 중의 하나다. 10년 3억 달러의 새로운 계약. 시즌 중 타 구단 선수와의 접촉은 규칙 위반이라 로드리게스와 보라스는 서둘러 부인했지만 개연성이 충분한 얘기라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컵스와의 3억 달러 계약설엔 상당한 금액을 지불유예시켜 로드리게스가 나중에 컵스 주식을 갖고 주주로 참여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워낙 계약이 크기 때문에 컵스가 로드리게스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가장 좋은 방법일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설이 양키스를 자극해 원하는 금액을 받아내기 위한 '성동격서'의 작전일 수도 있다. 어떤 것이 됐든 로드리게스가 받아 든 '꽃놀이 패'는 포스트시즌 성적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