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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경제학상 받은 '메커니즘 디자인' 이란···'효율적 자원 배분' 새판 짜기

Los Angeles

2007.10.3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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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칭적 정보에서 진실찾기, '다수결'에도 제도적 함정 존재···실행 과정 문제점 최소화 중요
어떤 마을에서 경로당을 지으려고 한다. 달리 돈을 모을 길이 없어 마을 사람들과 촌장은 가장 부자인 갑과 을에게 돈을 받기로 했다.

가장 부자인 사람이 전체 비용의 3분의 2를 내고 둘째로 부자인 사람이 전체 비용의 3분의 1을 내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당사자인 갑과 을을 제외하고는 둘 중에 누가 더 부자인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돈을 적게 내고 싶은 갑과 을은 서로 상대방이 더 부자라고 주장할 것이다. 이 경우 과연 둘 중 누가 더 부자인지 알아낼 방법이 있을까?

답은 갑과 을에게 서로의 재산을 교환하도록 하는 것이다. 만일 정말로 상대가 자신보다 부자라면 갑과 을은 기꺼이 재산 교환에 응하겠지만 자신이 제일 부자라면 재산을 교환하느니 경로당 건설 비용을 더 부담하는 것이 이익이므로 자신이 제일 부자라고 이실직고할 것이기 때문이다.

2007년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후르비츠 마이어슨 매스킨 교수도 같은 대답을 했을 것이다. 이 세 명의 수상자가 연구한 분야가 바로 메커니즘 디자인(mechanism design)이기 때문이다.

메커니즘 디자인은 정보가 비대칭적인 현실에서 효율적으로 자원배분이 이뤄지도록 일종의 판을 짜는 것이다.

메커니즘 디자인의 목적은 한마디로 진실을 밝히는 것이다.

최근 매스킨 교수의 가장 관심 있는 연구 과제 중 하나인 투표제도(voting system)에 대한 연구 또한 메커니즘 디자인과 연관돼 있다. A B C라는 세 명의 후보를 놓고 투표해 대통령을 뽑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국민의 40%는 A가 대통령이 되길 바라지만 60%는 A가 대통령에 선출되는 것에 절대 반대다. 이 60%의 국민이 A만 아니면 B나 C후보 중 누구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하자.

이 경우 다수결의 원칙으로 세 후보를 놓고 투표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A가 40%의 표를 얻고 B와 C가 각각 30%의 표를 획득해 A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상황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이런 투표 결과는 결코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었다고 볼 수 없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흔히 사용되는 다수결이라는 투표 제도는 후보가 두 명뿐일 경우에는 훌륭한 제도지만 후보가 셋 이상일 때는 국민이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이미 증명됐다.

그럼 민의를 올바로 반영할 수 있는 투표 제도는 어떤 것일까? 세계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석학들이 오랜 기간 연구해 왔지만 아직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다수결을 대체할 수 있는 많은 투표 제도를 경제학자들이 고안했지만 아직 그 어떤 제도도 결함 없이 완벽하게 민의를 반영하지는 못하고 있다.

제도 곧 메커니즘이 잘 디자인돼 있지 않으면 진실은 감춰질 수밖에 없다.

기업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기업의 사장이 새로운 경영기법 또는 일종의 개혁을 시행하려고 직원들에게 의견을 물었다고 하자. 이런 개혁에 대해 직원들은 반대부터 하기 쉽다.

직원들은 첫째 개혁의 취지는 좋을지 몰라도 현재 회사의 여건상 무모한 도전일 가능성이 있어서 둘째 개혁 과정에서 노동 강도의 증가 정리해고 등 직원들에게 불이익이 올까 걱정이 돼 반대할 수 있다.

개혁이 필요한 것이라 밝혀진다면 사장은 직원들의 반발을 어떻게 최소화시키면서 추진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메커니즘 디자인이다.

메커니즘 디자인 이론에 의하면 사장이 과연 어떤 개혁이 정말 불가능한지 아니면 구태의연한 직원들의 저항인지를 알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내부 고발 제도와 연좌제다.

즉 직원들끼리는 서로 이 개혁의 가능성을 알고 있을 것이므로 혹시 거짓으로 말하는 동료 직원이 있으면 바로 고발하도록 하고 만일 어떤 부서의 직원이 거짓을 말한 것이 드러나면 그 부서 직원 전체에게 벌을 줌으로써 고발을 더욱 장려하는 방법이 최상이라는 것이다.

당시 강의를 하던 매스킨 교수는 대부분 국가에서는 민주주의 때문에 이런 내부 고발 제도나 연좌제를 시행하기 어렵다고 말하며 유일하게 이런 메커니즘 디자인의 결론이 사용되고 있는 나라가 북한이라고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5호담당제' 즉 다섯 집씩 묶어 한 집이라도 잘못하면 다섯 집이 모두 처벌받는 제도가 당시 북한에 있었는데 매스킨 교수가 어디선가 신문에서 읽었던 것이다. 너무 효율성만 중시하면서 제도를 고안하면 북한의 연좌제가 이상적인 제도라는 말도 안 되는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는 것이다.

메커니즘 디자인은 경제 정치를 아울러 많은 부분에 도입될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실제로 실행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전혀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분야가 바로 메커니즘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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