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보스턴 등 미국 대도시에서 주택 지붕에 화초 등을 심어 정원을 조성하는 ‘녹색지붕’ 바람이 불고 있다.
뉴욕 브롱크스에 살고 있는 마조라 카터씨는 녹색지붕 바람의 선두주자 가운데 한 명.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CSM)지 인터넷판은 31일 카터씨 부부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과거 대형빌딩 옥상을 중심으로 설치되던 녹색지붕이 이제는 일반 주택가로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과거 태풍 때 끔찍한 홍수를 경험한 뒤 비만 오면 벌벌 떨던 카터씨 부부는 문제의 원인이 부실한 지붕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뒤 지붕에 얇은 토양층을 깔아 꽃과 돌나물과 식물인 꿩의비름속 등을 심고 자갈로 가장자리를 장식해 작은 정원을 만들었다.
이렇게 완성된 녹색지붕은 강수량의 절반 가량을 흡수해 홍수를 막아줄 뿐 아니라 설치 후 2년 정도가 지나면 식물들이 자리를 잡아 6개월에 한 번 정도만 관리해주면 된다. 여기에 지붕 위에 앉아 일몰이나 불꽃놀이를 감상하는 즐거움까지 있어 삶의 질이 2~3배 높아진다고 한다.
녹색지붕의 장점은 이 뿐만이 아니다. 녹색지붕 보급 운동을 펼치고 있는 비영리단체 ‘어스 아워 온리홈’의 카렌 베버 대표는 녹색지붕을 설치하면 식물들이 열손실 등을 방지해 연료비가 10~60% 가량 절약되며 소음도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또 녹색지붕은 일반 지붕과 달리 태양열을 잡아두지 않아 도시의 기온 상승을 초래하지 않으며,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꿀벌이나 나비 등을 불러들이는 효과도 있다.
이 때문에 카터씨 부부는 “브롱크스 같은 도시에서 우리는 마음껏 뛰어놀 녹지에 굶주려 있었다”면서 집 앞에 정원을 둘 공간조차 없는 빡빡한 환경 속에서 얻은 지붕 정원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게다가 녹색지붕에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는 대기정화 기능까지 있어 지역사회에 뭔가 기여하고 있다는 만족감까지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카터씨 부부의 설명. 이들이 녹색지붕 설치 비용에 대해 ‘로맨틱하면서도 실용적인 투자’라고 말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물론 녹색지붕에도 설치 과정이 번거롭고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베버 대표는 녹색지붕 설치가 간단해보인다고 해서 직접 달려들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며 전문가의 도움을 빌리라고 조언하지만, 그 비용은 평방피트당 15~35 달러로 일반 지붕 설치비의 3배를 웃돌아 만만치 않다.
그러나 녹색지붕은 비싼 대신 내구성이 뛰어나다는 것이 베버 대표의 설명이다. 일반 지붕의 경우 수명이 10년 정도에 불과하지만 녹색지붕의 수명은 30~40년에 달한다는 것이다. 또 이웃들끼리 ‘공동구매’를 할 경우에는 설치 비용을 더 낮출 수도 있다. 실제로 보스턴의 자메이카 플레인 지역에 살고 있는 약 40가구의 주민들도 최근 녹색지붕 공동구매를 고려 중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베버 대표는 “작년만 해도 두세 가구만 녹색지붕에 관심을 가졌으나 지금은 녹색지붕이 새로운 유행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