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영화이야기] 라따뚜이

San Francisco

2007.11.01 10:43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최인화 (영화칼럼니스트)

또 새로운 경험을 안겨주는 애니메이션



‘라따뚜이’(La Ratatouille)는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Pixar)가 월트 디즈니사로 넘어간 후 내놓은 첫번째 작품이다.
미키 마우스의 산실인 디즈니답게 픽사의 첫 작품 주인공으로 생쥐를 등장시켰다.
그러나 무대가 파리의 고급 레스토랑이고 주인공인 생쥐, 레미의 역할이 요리사라는 건 의외다.

쥐를 반가와 할 사람은 없겠지만, 특히 식당이나 주방에서 마주치는 생쥐는 더욱이나 기겁을 할 대상이 아닌가. 그럼에도 픽사는 요리사 생쥐를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을 발표했고, 결과는 역시 픽사답게 성공이었다.

생쥐 레미는 여느 쥐와 다르다.
탁월한 후각을 갖고 있고 음식 만드는 데 관심이 높다.
단지 생계를 위해 음식을 훔쳐먹어야 한다는 사실은 참을 수가 없다.
존경하는 명요리사 구스토의 ‘누구나 요리할 수 있다’는 말을 계명처럼 받아들이고, 그의 저서를 탐독하는 레미의 요리 솜씨는 수준급이다.

한편 레스토랑 구스토의 주방에 청소부로 취직한 청년 링귀니는 구스토의 핏줄을 이어 받았지만 요리에는 문외한이다.
이 둘이 만나 짝을 이뤄 명성을 잃기 시작한 레스토랑 구스토를 되살려내기 위해 힘을 합한다.

디즈니 영화답게 전체적으로 즐겁고 따뜻한 분위기이며 교훈적이다.
다만 어떤 교훈을 주는가에 대해선 이론이 있을 수 있다.
요리사가 된다는 걸 상상할 수도 없는 생쥐지만 현실에 주저앉지 않고 노력한 끝에 꿈을 이루었다고 쉽게들 얘기하리라. 하지만, 좀더 냉정하게 판단하자면 노력보다는 타고난 재능과 링귀니라는 안성맞춤의 파트너를 적재적소에서 만남으로써 꿈을 이루게 됐으니 행운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성공에 동참한 링귀니의 입장에서 보면 노력은 물론 재능도 없이 뜻밖에 만난 생쥐 덕에 성공을 움켜쥐게 됐으니 더더욱 큰 행운의 덕을 입었다고 봐야 한다.
너무 시니컬한 분석일까?
영화가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기술은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쥐의 시점으로 보여주는 파리의 지상과 지하 광경을 보는 것은 관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안겨준다.
한꺼번에 등장하는 수많은 쥐들의 털을 움직임에 따라 묘사한 정교함도 탄성을 자아낼 만하다.

뛰어난 애니메이션은 이 영화가 ‘음식 영화’로도 성공했음에 기여하고 있다.
요리하는 장면 묘사도 뛰어나지만, 빵을 비롯해 각종 음식 재료들이 갖고 있는 고유한 질감의 섬세한 표현은 보기만 해도 먹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극중에서 음식을 맛보고 그 맛을 음미하는 장면에 각종 기하학적 그래픽을 동원해 맛을 묘사한 것이 기가 막히고, 무엇보다도 어느 주요 등장인물이 ‘라따뚜이’를 입에 떠 넣는 순간 어렸을 때 어머니가 만들어 준 ‘라따뚜이’를 떠올리는 장면은 정말이지 명장면으로 기억될 만하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것을 믿게 만드는 것이 영화의 마법이다’라고 말한 브래드 버드 감독의 말대로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보이는 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비수처럼 날카로운 비평으로 전설적인 요리사 구스토의 목숨까지 앗아간 음식비평가 안톤 이고는 외양부터가 염라대왕 분위기를 풍긴다.
위에서 내려다 본 그의 사무실 모양은 관 형태로 생겼다.
지옥에서부터 울려오는 듯이 음침한 이고의 목소리 연기는 명배우 피터 오툴이 맡았다.

참고로, ‘라따뚜이’는 불어로 쥐 (rat)와 휘젓다 (touille)의 합성어이면서 프랑스 전통의 잡탕 요리의 명칭이기도 하다.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