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소금 사랑’은 유별나다. 하루 평균 소금 섭취량은 무려 13.5g. 이는 한국인 영양 섭취 기준(KDRIs)에 따른 충분 섭취량인 3.75g, 목표 섭취량인 5g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소금 권장량인 5g의 2.7배에 달한다. 미국인(8.6g), 일본인(하루 10.7g), 영국인(11g) 보다 훨씬 짜게 먹는다. 하지만 짜게 먹는 것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있을까. ‘뇌는 거부하지만 혀는 모른척 하는’ 소금. 건강을 위해 섭취량을 줄여보자.
◆'저염 섭취'가 어려운 이유= 싱겁게 먹는 일은 살 빼는 일 이상으로 어렵다. 오래 길들여진 입맛을 바꿔야 하기 때문. 또 쌀밥에 탕.국.김치를 반찬으로 먹는 한국인의 식생활은 소금 섭취를 부추긴다.
그래서인지 '소금 섭취를 줄이자'는 꾸준한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의 소금 섭취량은 오히려 늘고 있다.
하루 평균 소금 섭취량은 1998년 10g 2001년 12.2g에서 2005년 13.5g으로 꾸준히 늘었다. 특히 고혈압 발생 요주의 대상인 30.40대 남성의 섭취량(17.1g)이 가장 높았다.
75년에 하루 14.5g이던 섭취량을 대대적인 캠페인을 통해 2004년 10.7g으로 줄인 일본의 경우와 매우 대조적이다.
◆나트륨이 문제= 소금은 나트륨과 염소로 구성된다. 이 중 혈압을 올리는 성분은 나트륨이다. 따라서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일이 더 중요하다. 천연식품 자체(특히 동물성 식품)에 자연적으로 들어 있는 나트륨의 양은 그리 많지 않다. 하루 전체 나트륨 섭취량의 10% 가량만 천연 식품에서 얻는다. 문제는 양념.화학 조미료 등 조리에 첨가된 나트륨이다.
소금.간장.된장.고추장 등 양념을 넣은 된장찌개 1인분(150g)의 나트륨 함량은 490㎎. 이는 소금 1225㎎에 해당한다(나트륨양×2.5=소금양). 화학조미료인 MSG와 방부제.베이킹 파우더.중조 등에도 나트륨이 들어 있다. 고혈압 환자는 MSG를 많이 쓰는 음식점에서 외식을 삼가해야 한다.
◆소금 섭취 줄이는 법= 전문가들은 소금을 덜 먹으려면 염도계와 저나트륨 소금을 구입하라고 제안한다. 특히 저나트륨 소금은 뒷맛이 남아 모든 음식의 간을 맞추기 어렵지만 고기.계란을 찍어 먹는 용도로는 훌륭하다. 단 혈압을 낮추는 약을 복용 중이거나 투석 등 신장기능이 떨어진 환자에겐 저나트륨 소금의 섭취도 제한된다. 섭취 전에 반드시 의사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혈압 상승이 걱정된다면 채소.과일 섭취를 늘리는 것도 대안이다. 채소.과일에 '혈압 조절 미네랄'로 통하는 칼륨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서다. 칼륨은 나트륨의 체외 배설을 돕는다. 한국인이 과도한 고염식을 하면서도 이나마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채식 위주의 식사를 통해 칼륨을 충분히 섭취해 왔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짠맛에 익숙한 식습관을 갑자기 바꾸려고 시도하다간 실패하기 십상이다. 몇 개월에 걸쳐 서서히 소금 섭취를 줄여 나가는 것이 요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