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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멕시코 '칼스배드 동굴' 을 가다, 수천만년 세월이 빚은 가장 아름다운 조각품

Los Angeles

2007.11.08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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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 700피트 8.2에이커 빅룸 '절경' 가는 길 '화이트샌드' 등 볼거리 다양, LA서 900마일…여행사 패키지 편리
수천만년의 세월이 빚은 땅 속의 자연 조각품. 거의 1인치 간격으로 천장에 매달려 있는 돌 고드름은 바늘 만큼이나 얇고 뾰족해 휘황찬란한 샹들리에를 보는 듯하고 어떤 돌기둥은 장대처럼 바닥에서 천장을 향해 40피트가 넘게 솟아 올라있다.

하얀 눈 만큼이나 흰 모래언덕 화이트샌드는 석회가루로 이뤄진 언덕이다.

하얀 눈 만큼이나 흰 모래언덕 화이트샌드는 석회가루로 이뤄진 언덕이다.

땅 속으로 700피트를 내려가면 만나는 동굴은 농구장 50개는 너끈히 들어갈 수 있는 규모다. 8.2에이커의 ‘빅룸’이다. 오색빛깔 조명까지 더해져 갖은 색깔을 뽐내는 기기묘묘한 천연 돌 조각을 보고 있자면 절로 입이 벌어진다. 한인여행사들이 이번 추수감사절 연휴를 맞아 칼스배드 동굴(Carlsbad Caverns) 관광을 마련했다.

한번은 꼭 볼만하지만 막상 가자니 너무 멀다. 뉴멕시코 남서쪽 황량한 사막지대에 있다. LA에서 900마일이 넘는 거리다.

칼스배드 동굴만 보겠다고 엘파소로 비행기를 타고 가 현지에서 차를 렌트해 또 한참을 달려가자니 비용과 수고로움이 만만치않다. 북미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장엄한 동굴이라 해도 개인적으로 가기엔 사실 좀 부담스럽다. 그래서 칼스배드 동굴을 찾는 한인들은 주로 여행사 패키지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여행사들은 1년에 4차례 연휴때만 칼스배드 동굴로 떠난다. 애리조나 투산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 차로 7시간 거리인 칼스배드 동굴까지 오가는 길에 화이트샌드 국립보존지 사구와로 선인장 국립공원 영화 'OK의 목장'의 촬영지로 서부시대 마을 모습을 그대로 재연해놓은 툼스톤을 둘러보고 오는 식이다.

화이트샌드도 볼만하다. 황량한 황토색 벌판에서 신기루처럼 나타나는 화이트샌드는 높고 낮은 모래언덕이 14만 에이커 가량 펼쳐져 있는데 마치 눈덮인 산을 보는 느낌이다. 썰매타는 사람들도 종종 보인다. 1945년 세계 최초의 원자폭탄 실험이 이뤄졌던 알라모고도가 인근에 있다.

칼스배드 동굴 입구에 도착하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700피트 지하에 있는 '빅룸'으로 내려간다. '빅룸'까지 걸어서 내려가는 길도 있다. 1901년 짐 화이트라는 카우보이가 발견했고 1930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석회암 동굴이다. 수천만년전 빗물이 지층에 떨어져 조금씩 조금씩 돌을 침식하면서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 길을 만들고 터널을 만들고 방을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방이 무려 100여개가 넘는다. 1597피트 아래에도 방이 있다. 길과 방들은 올라가고 내려가고 휘감고 꼬이면서 미로처럼 연결돼 거대한 지하세계를 만들었다.

칼스배드 동굴에서 가장 큰 방인 '빅룸'의 어떤 곳은 천장에서 바닥까지 360피트에 달하는 곳도 있고 바닥에 뚫린 어떤 구덩이에서 보면 90피트 아래에 있는 또다른 동굴의 모습을 보여준다. 천장에서 내려온 종유석 바닥에서 솟은 석순 등 색깔도 모양도 각기 다른 돌조각들엔 '마녀의 핑거' '태양의 신전' '여왕의 방' '롱펠로우의 욕조' 등 이름이 붙어있다.

'빅룸'의 바닥은 비교적 평평해 걷는데 별로 힘들지 않다. 휠체어를 타고 다닐 수 있을 정도다. 안에는 식당도 있고 사진촬영도 가능하다. 한바퀴 둘러보는데 두시간쯤 걸린다.

요즈음 동굴안은 화씨 55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따뜻한 자켓을 입고 미끄러지지 않도록 고무바닥을 댄 신발을 신는 것이 좋다. '빅룸' 외에도 스파이더 동굴 화이트 자이언트 홀 등 난이도에 따라 각기 다른 동굴을 둘러보는 가이드 투어가 서너개 있다.

이번 추수감사절 여행에서 아쉬운 건 수백만 마리 박쥐가 동굴에서 떼지어 나와 하늘을 나는 장관을 볼 수 없다는 것. 해질녁이면 박쥐들이 먹이를 찾아 동굴에서 나오는데 그 모습은 마치 거대한 검은 구름이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며 움직이는 것 같다. 하지만 박쥐들은 지난 10월 중순 먹을 걸 찾아 남쪽으로 거처를 옮겼다.

한인 여행사들의 패키지는 2박3일 399달러로 세금 포함하면 440달러 정도다. 메모리얼 독립기념일 노동절 연휴때 출발하며 이번이 올해 마지막 칼스배드 동굴 관광이다.

신복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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