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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저: 조은정의 푸드앤더시티〈22>베이징-하

New York

2007.11.14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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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만큼 드넓은 식당…길거리 음식도 풍요



고대 중국인들은 짐승고기와 물고기 날 것을 즐겨 먹었는데 12세기 전후를 경계로 하여 갑자기 날 것을 입에 대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북송에서 남송으로의 전환기에 대량의 한족이 남쪽 땅에 이주할 때 전염병을 두려워하여 먹지 않았을 것으로 유추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일본음식=스시'라면 중국음식은 '고기와 튀김'의 단어를 빼놓을 수가 없다. 그런데도 우롱차를 항상 물처럼 마시면서 그 많은 기름기를 순간순간 쪽쪽 빼고 있으니 미국 사람보다 휠씬 날씬한가 보다.

그래도 베이징에서 저녁 식사는 해물로 정했다. 일행과 3층 대형 건물의 해물 레스토랑 1층에 들어서자마자 잘 정리된 수산시장에 온 것처럼 느껴졌다. 넓은 그 홀 안에 각종 해산물이 누워 있고 또 물탱크 안에는 큰 상어와 이름을 알 수 없는 여러 종류의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중국어는 알파벳이 없어 나는 엄두도 못 내는 언어라고 항상 생각해 왔었는데 뉴욕의 차이나타운에 가면 왠만한 글을 대충 다 읽는 것을 보면 옛날 서울에서 '하늘천 따지…'하면서 외운 덕택인가 보다.

중국어에서 시공 파악과 숫자 그리고 요리에 관한 표현은 정밀하다. 요리를 동원할 때도 오(굽다) 주(삶다) 치오(볶다) 샤오(끓이다)로 구분하면서 사자성어로 메뉴가 표기되어 있다. 사자성어 중 앞 글자 둘은 요리하는 방법을 뒤 글자 둘은 재료를 설명하면 주방에서 손님의 요리 요청에 따라 조리를 바로 시작한다.

2층 식당으로 올라가기 전 나는 수족관 옆에 통유리로 보이는 주방을 보고 눈을 뗄 수가 없어 잠시 멍해졌다. 끝이 안 보이는 대형 주방 그리고 그 주방 안에서 100명 가까운 긴 흰 모자를 쓴 젊은 중국 요리사들… 갑자기 그 순간 왜 가슴이 뛰면서 인해전술이라는 단어가 생각이 났는지 모르겠다.

멍하게 2층으로 올라가니 300석이 넘어 보이는 식당 안에서 또 한번 멍해졌고 3층은 또 얼마나 많은 좌석이 있을까? 나는 일행과 고량주 한잔을 들이키고는 잠시나마 정신을 차릴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버섯 수프부터 시작한 상차림은 그릇을 다 비우기도 전에 다음 메뉴로 그리고 또 다른 메뉴로 이어졌다. 나의 눈과 입 그리고 놀라서 젓가락을 떨어뜨릴 만큼 거대한 생선 한마리가 등장했을 때 웨이터가 무어라고 나에게 설명하고는 능숙한 칼솜씨로 그 큰 생선을 분해하기 시작했다.

우선 접시에 생선 머리와 생선 꼬리를 잘라 내 앞에 내놓으면서 "중국에서는 귀하신 손님이 오면 다른 손님보다 먼저 대접한다"고 말했다. 나는 코 앞에 있는 생선 머리와 꼬리를 한참 쳐다보면서 순간 영웅이 된 기분까지 들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호텔 주변을 나와 보니 중앙 차도를 제외하고는 모두들 자전거로 출근하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사거리 아주 작은 이동 자전거 옆에서 프랑스에서 보았던 크레이프와 똑같은 것을 만드는 것을 보고 하나 주문했다. 계란 2알을 터트려 둥근 판 위에 얇게 편 다음 실란트로와 바삭한 빵을 넣은 뒤 계란말이처럼 손님에게 건내주었다.

예정에도 없이 뜨끈뜨끈한 아침 식사를 길에서 해결하면서 호텔로 돌아와서는 아침 식사보다 10배가 비싼 커피 한잔을 시켜 아껴서 마셨다. 천안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거대한 황제의 모습도 상상해보고. 한참 걷다가 길에서 엿과 즉석 튀긴 밤도 사먹었다.

거대한 중국 대륙 만큼이나 거대한 규모의 레스토랑들과 맛깔스런 음식의 주변에 전근대적인 화장실 위생까지… 나의 첫 중국여행은 영화 '백 투더 퓨처'처럼 타임머신을 타고 추억을 내 마음 깊숙한 곳으로부터 끄집어내준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휘트니뮤지엄 사라베스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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