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있는 현대 사회에서 향수는 일종의 '기호식품'으로 자리잡았다. 중요한 모임이나 만남에 대비해 꼭 뿌리는 경우는 있지만 대부분 몸에서 나는 악취를 숨기기 위해 혹은 좋은 냄새를 풍기기 위해 우리는 향수를 사용한다.
그러나 중세유럽에선 특히 상류층에서는 향수는 '기호식품' 이상이었다. 자신의 신분과 지위를 나타내는 '상징'이었을 뿐 만 아니라 냄새를 통해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는 '의지'의 표출이기도 했다. 냄새는 막거나 가릴 수가 없다. 사람은 보고싶지 않은 것에는 눈을 감을 수 있고 듣기 싫은 것은 귀를 막을 수 있다. 그러나 냄새는 다르다. 냄새는 호흡시 느끼는 것이기에 싫다고 맡지 않을 수 없다. 호흡을 멈춘 다는 것은 생명이 멈춘 다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찌 보면 아름다운 냄새 즉 '향기'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아름다움이라 할 수 있다.
프랑스의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는 극한의 향수를 개발하고자 노력했던 한 천재의 비극을 그린 작품이다.
18세기 프랑스 악취 나는 생선시장에서 태어나자마자 고아가 된 천재적인 후각의 소유자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벤 위쇼). 그는 성인이 된후 향수제조사 주세페 발디니(더스틴 호프만)를 만나 향수 제조 방법을 배워나가기 시작한다.
우연한 기회에 만난 한 여인의 '향기'를 맡게 된 그는 그 향기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에 그녀를 살인하기에 이른다. 이후 파리를 떠나 '향수의 낙원'이라고 불리는 그라스(프랑스 남동부 지역)에서 본격적으로 향수를 만드는 기술을 배우기 시작한다.
한편 그라스에서는 아름다운 여인들이 시신으로 발견되는 의문의 살인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한다.
향수의 기원을 좇아 18세기 프랑스의 모습을 리얼하고 디테일하면서도 강렬한 영상과 충격적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으로 우리에게 '향기'의 정의와 그것이 지닌 힘을 각인케 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