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본국은 학력 위조 사건들로 뜨거웠다. 연이른 사건을 계기로 한국사회에 만연한 ‘학벌’에 대한 의식을 고쳐야 한다는 반성도 많이 나왔다.
영화 CG 디자이너 목영준씨와 그가 작업한 ‘판타스틱 4’.
아이비 리그로 대표되는 ‘학벌’에 대한 한인 부모들의 열망은 이민사회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열정과 실력을 갖추고 꿈을 향해 도전하는 젊은이들에게 미국사회는 더욱 희망적이다. 학력에 연연하지 않고 영화계와 디자인계에서 각각 꿈을 실현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있어 그들의 얘기를 들어본다.
유병현 자동차 디자이너 고졸로 폭스바겐에 당당히 입사 회사 지원으로 ‘아트센터’ 진학
유병현(26)씨는 폭스바겐사 자동차 디자이너다. 10살때 풀러턴으로 이민 온 유씨는 흥미롭게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입사 전까지 대학을 다니지 않았다.
자동차 디자이너 중 대학졸업장이 없는 직원은 거의 없는 편.
이례적으로 입사가 가능했던 것은 회사에서 유씨의 재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2005년 폭스바겐 '제타(Jetta)'가 최초로 '튠업'을 시도 컨셉트 카를 제작했는데 그게 바로 유씨의 디자인이다.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 1월부터 회사에서 학비를 부담하고 패서디나 아트 센터에서 자동차 디자인 수료과정을 밟고있다.
유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즈음 자신이 순수미술을 하고 싶다는 것을 깨달았다. 포트폴리오 준비를 하지 못한 그는 부모님 권유에 UC버클리 UCLA 서울대 건축과에 지원 합격했지만 입학하지 않았다.
"부모님 권유로 여러 대학에 지원했지만 가지는 않았어요. 순수미술이 하고 싶었기 때문이죠. 원하지 않는 공부에 많은 학비를 쓰고 싶지도 않았구요. 서울대 건축공학과에 붙고도 안갔을 때는 부모님께 정말 죄송했죠."
유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포트폴리오를 준비해 지금 다니고 있는 패서디나 아트 센터에 2002년에 합격했지만 장학금이 너무 적어 가지 않았다. 그렇게해서 유씨가 패서디나 아트 센터에 지원한 것이 7번. 7번 모두 붙었지만 장학금이 너무 적어 가지 않았다.
"좋은 학교들도 가지 않았는데 쉽게 승복이 안되더라구요. 재밌는건 지원을 할 수록 장학금액을 올려주더라구요."
지금은 회사에서 전액 장학금을 받는 셈이다.
그의 미술적 재능은 현대 건설에서 건축을 했던 아버지 유일상(64)씨와 미술 선생님이었던 어머니 유순자(56)씨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형 유병준(28)씨의 가정 환경적 영향이 컸다.
지금 학교에서 자동차 디자인을 공부하지만 전과해서 엔터테인먼트 디자인도 공부하고 세상의 모든 것을 디자인해 보고 싶다는 유씨는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언젠가 인정받게 되어 있다"며 웃었다.
목영준 CG 디자이너
한국서 혹독한 2년 수업뒤 미국행 ‘다이하드4’ 등 작업…오스카 목표
목영준(28)씨는 컴퓨터 그래픽(CG) 디자이너다. 그가 다니고 있는 CG회사 Hydraulx는 영화 ‘300’, ‘판타스틱 4’등의 CG작업을 한 유명한 회사다.
목씨는 자신이 원하는 것은 얻고야 마는 성격을 가졌다. 또 반대로 원하지 않는 것은 과감하게 포기할 줄도 안다. 경기고에서 미대 입시를 준비했던 그는 원치않는 대학은 지원조차 하지 않았고 원하는 대학 딱 2군데만 지원했지만 낙방했다. 좌절도 잠시, 때마침 나온 영주권을 계기로 신라 호텔에서 총지배인으로 일했던 어머니 백승애(54)씨는 커리어까지 버려가며 아들의 꿈을 위해 이민왔다.
도피성 유학생이 한참 많았던 때지만 목씨는 뚜렷한 목표로 꿈을 향해 도미, 1998년 파슨스 시각 디자인과에 입학했다. 현재 아버지 목태상(52)씨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비지니스를 하고 있다.
“저는 제가 가고 싶지 않은 학교에 남들이 간다고해서 가고 싶지 않았어요. 디자인을 공부하고 싶었고 디자인으로 유명한 학교를 고집했죠.”
목씨는 시각 디자인을 공부한 뒤 영화를 보다가 엔딩 크레딧에서 학교 선배의 이름을 보고 진로를 바꿨다.
“제품 디자인 아무리 잘해도 제 이름이 거기 쓰여있지는 않잖아요. 영화는 크레딧에 이름이 나가니 보람이 클 것 같았어요. 언젠가 아카데미상을 타 수상소감을 발표하는 제 자신을 그렸죠”
한국 CG회사에 취직한 목씨는 잘못하면 옥상에서 선배들한테 맞기도하고 잠은 회사에서 자고 집에는 일주일 중 하루 빨래하러 가는 생활을 2년이나 했다.
“제 전공이 CG가 아니라 실전에서 일을 배워야 했어요. 얻고 싶은 것을 얻기위해서라면 어떤 것도 견뎌야죠.”
힘들게 한국에서 경력을 쌓고 Hydraulx에 취직이 돼 미국에 돌아왔다. ‘판타스틱4 ’, ‘다이하드4’ 등이 모두 목씨의 손을 거친 영화들. 목씨는 연륜이 쌓여서도 대우받고 일할 수 있는 점이 CG 디자이너의 장점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영화계에서 일하고 있는 한인들과 협력해 교류도 하고 차후에 영화 비주얼 이펙트로 아카데미 상을 받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