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사역자. 우리는 그들이 흘린 땀방울 덕에 예배를 인도받고, 교회에서 맛있는 음식을 대접받고, 멋진 영상을 통해 교회 소식을 전해 듣는다. 아무 대가도 없지만 조용히 제자리를 지키며 맡은 바 일을 충실히 해내는 그들이야 말로 교회를 움직이는 진정한 주역이다. 평신도 사역자 그들을 만나본다.
주일. 코너스톤 교회에 가면 예사롭지 않은 차림이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다. 코너스톤 교회의 명물이자 미디어팀의 스위처를 맡고 있는 평신도 사역자 김태규(27)씨다.
어깨까지 늘어트린 머리, 검정 블랙진에 부츠를 신고, 선글라스를 낀 그의 첫인상은 영락없는 록커다. 이러한 그의 튀는 옷차림에 대해 누군가 한마디 지적할 만도 한데 담임인 이종명 목사 마저도 그의 스타일을 인정하고 넘어갔다.
김씨가 디자이너라는 사실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그는 유명 의류 브랜드 ‘게스’의 남성복 디자이너다. 주중에는 톱 클래스 디자이너들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일하고 주일에는 교회에서 사역을 하느라 바쁘다.
코너스톤 교회의 2부 예배 시작 30분 전. 가장 분주한 사람은 바로 김씨다. 먼저 예배 시간에 풀 가동되는 6대의 카메라 상태 점검에 나선다. 화이트 밸런스를 체크하고 배터리까지 꼼꼼하게 챙긴다.
또 성가대와 찬양팀이 총 리허설을 하는 동안에는 귀를 쫑긋 세운다. 적시적소에 카메라의 샷을 잡으려면 찬양의 흐름까지도 꿰고 있어야 하는 것이 스위처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예배가 시작되면 그는 예배당 뒷 편의 멀티 미디어실에서 10여 대의 화면을 통해 예배실 구석구석을 살피면서 각 카메라맨들에게 지시를 내린다.
“지금은 몇 번 카메라가 들어가야 할지, 악기를 클로즈업하고 와이드 샷을 잡고 머리속으로 미리 시나리오를 짜죠. 자칫 잘못하면 예배 분위기를 망칠 수 있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차리지 않으면 안돼요.”
김씨가 이렇게 막중한 책임감을 요하는 사역을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여름 단기선교 때 변화를 경험하고 부터다.
“사실 1년 반 전에만 해도 거의 망나니 수준이었어요. 학교에는 술 냄새 펄펄 풍기며 다니니 부모님은 고사하고 학교 교수님마저도 저를 보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셨죠.”
그러나 그의 삶은 180도 바뀌었다.
“돌아온 후 영상들을 하나하나 편집하는데 머리속이 그 장면 하나하나 새겨지는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사역이 제 인생을 바꿔 놓았죠. ”
그렇게 바뀐 인생은 신앙생활에서만이 아니었다. 유명 디자인 스쿨인 오티스의 낙제생이었던 그를 우등생으로 졸업시켰다. 졸업자 중 남성의류 부문 1위를 차지했고, 졸업작품전에서는 ‘알마니’에서 주는 1등 상을 거머줬다. 그리고 ‘게스’사에 파격적인 조건으로 스카웃 됐다.
“졸업식때 한 교수님이 저를 보며 눈물을 흘리시더라고요. 네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면서요.”
김씨는 철없던 지난 시절을 회상하며 웃음지을 수 있게 해준 이 사역을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