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정국 뇌관인 ‘BBK 사건’이 김경준씨측과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측 간의 계약서 서명 진위 여부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김씨측이 ‘이명박 후보의 BBK 소유’를 주장하는 근거가 처음으로 밝혀졌다.
현재까지 김씨측은 시종일관 “이명박 후보가 BBK의 실소유자”라고 말해 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어디에서도 발표하지 않았다.
본보가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김씨측(부인 이보라·누나 에리카 김)은 “김씨와 이명박 후보가 ‘BBK 주식매매계약서’를 작성했으며, 이 계약서에는 이명박 후보가 보유한 BBK 주식 61만주를 김씨가 50억원(*정확한 액수는 49억9999만5000원)에 매수한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된 계약서를 갖고 있다.
계약 날짜는 2000년 2월21일이며, 매수인 김경준씨와 매도인 이명박씨의 도장이 찍혀있다.
6개 항인 이 계약서는 한글로 작성돼 있어, 20일 이보라씨가 회견에서 ‘1장의 한글 계약서와 3장의 영문 계약서가 있다’고 말한 것 중 한글 계약서다. 이씨는 회견 말미 한글 계약서 사본을 취재진을 향해 들어 보인 바 있다. 이씨는 이 사본을 한국 검찰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3종류의 영문 계약서가 LKe뱅크의 주식거래 계약서로 BBK 관련 언급이 없는 데 반해 한글 계약서는 이번 사건의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에리카 김씨도 21일 MBC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면계약서’와 관련, “한국어로 된 것에는 진짜 도장도 찍혀 있다”며 “한글 계약서의 내용은 이명박 후보가 BBK의 소유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류의 진위 여부를 떠나, 이 계약서에는 ▶2000년 2월 당시 이명박씨가 BBK 주식 61만주를 갖고 있었고 ▶김경준씨가 50억원에 이를 매수하는데 합의했다.
이밖에 계약서에는 ▶주식의 양도는 계약 체결과 동시에 이뤄지고 ▶주주총회 의결권 및 위임장을 교부하고 ▶계약과 관련된 조세와 소요비용은 각자 부담 ▶계약 불이행으로 인한 당사자간의 분쟁은 서울지방법원을 관할법원으로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한편 이명박 후보 측은 한글 계약서와 관련, “만약 있다면 김씨가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가 이 후보의 법인 인감 도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문서 위조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결국 이번 수사의 최대 관건은 23일쯤 김씨 가족이 검찰에 제출할 이 한글 계약서의 원본이 진짜인지, 위조된 것인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