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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탐방] '대중식사 山' 강산이 세번 변했어도

Los Angeles

2007.12.1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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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타운서 변한없이 지켜온 맛집, 투박하고 소박한 시골집 향수 메뉴

술 마신 다음 날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북엇국(왼쪽)과 술 안주로도 좋은 우족접시.(가운데) 잘게 썰어 넣은 전복과 샐러리의 향이 오묘하게 어우러진 전복죽. (오른쪽)

술 마신 다음 날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북엇국(왼쪽)과 술 안주로도 좋은 우족접시.(가운데) 잘게 썰어 넣은 전복과 샐러리의 향이 오묘하게 어우러진 전복죽. (오른쪽)

감기몸살로 꼼짝없이 드러누워 있을 때면 입맛과 함께 마음까지 따뜻하게 위로해줄 컴포트 푸드(Comfort Food)를 찾게 된다. "뭐 좀 투고 해다 줄까?"라는 전화가 걸려 오면 코를 풀면서 망설이지 않고 부탁하게 되는 음식이 바로 '산' 전복죽이다.

새벽에 가도 아침에 가도 어쩜 항상 그렇게 줄이 끊이지 않을 수 있을까. 성격 급하기로 빠지지 않는 한국인들도 산 앞에서는 줄 서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서너 평 남짓 좁은 공간에서 찬모들이 만들어내는 건강 요리들은 요즘처럼 술 마실 기회가 많은 시기 숙취에 지친 속을 풀어주고 감기몸살로 골골해진 육체를 치유해주는 힘을 지녔다.

산이 오픈한 것은 197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30년의 세월은 한 생명이 태어나 장성하기에도 한 식당이 전통이라는 반석 위에 탄탄히 올라서기에도 충분한 시간이다. 그 전통의 맛은 반짝 인기를 등에 업고 출현한 식당들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저변을 확보하고 있다. 산의 대표적 메뉴인 삼계탕 전복죽 김치찌개 된장찌개 해장국은 수더분한 시골 처녀처럼 담백하고 개운하며 투박하고 정겨운 맛이 있다.

한인들은 물론 외국인들까지 시시때때로 찾는 전복죽은 길쭉한 보트 형태의 그릇에 담아낸다. 팔팔 끓여 퍼지기 직전에 떠낸 부드러운 전복죽은 잘게 썰어 넣은 전복과 샐러리의 향이 오묘하게 어우러졌다. 계란 노른자위를 터뜨려 휘저으면 입을 델 정도로 높은 온도의 죽과 섞이면서 비린내 없이 익어 고소한 맛을 더해준다.

산의 삼계탕은 사위 몸보신 시키려는 장모님이 준비한 것처럼 약병아리 한 마리에 인삼 밤 대추 마늘 찹쌀 등 몸에 좋은 온갖 재료를 뚝배기에 넣고 보글보글 끓여낸다. 기름기를 제거한 국물은 개운하고 깔끔하며 잘 익혀 뼈가 부드럽게 발라진다.

집에서도 가장 쉽게 해먹지만 진짜 맛내기가 힘든 것이 김치찌개. 산의 김치찌개는 돼지고기를 넣지 않고 멸치만으로 담백하게 끓여낸다. 입 안 가득 머무는 천연의 감칠맛은 개운하고 쌈빡하다. 찌개에 넣은 당면과 떡이 국물을 너무 많이 잡아먹어 아쉬울 정도.

술 마신 다음 날 해장용으로 딱 좋은 북어국은 북어 외에도 콩나물 무 파 두부 등 깔끔하고 시원한 맛을 내는 재료들을 적당히 배합해 국물 맛이 개운하다. 쇠고기와 무 콩나물 파를 넣어 얼큰하게 끓여낸 따로국밥도 국물 좋아하는 한인들의 입맛엔 삼시세끼 언제 먹어도 좋은 메뉴.

안주로도 좋은 우족 접시는 우족과 무릎 뼈를 오래도록 삶아낸 콜라겐 부위가 쫀득쫀득 씹는 맛이 있다. 겨자를 푼 소스에 찍어 한 입 넣으면 기분 좋은 만족감이 밀려온다.

김치와 깍두기는 기본이고 할라피뇨를 넣어 매콤하게 만든 쇠고기 장조림은 전복죽과 천상의 궁합을 이루는 엄마 표 반찬. 개운한 맛의 짭조름한 짠지무침도 입맛 돋우는 부식이다.

서너 평 남짓한 공간에 작은 테이블을 다닥다닥 붙여놓아 시골 동네 작은 밥집을 연상케 하는 실내는 편안하고 정겹다. 부엌을 훤히 들여다보이도록 오픈한 것은 그만큼 위생이며 요리 과정을 모두 드러내도 괜찮다는 자신감의 표현이 아닐까.

주 7일 24시간 오픈. 3064 8th St. Los Angeles CA 90005. (213) 487-7615.

스텔라 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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