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 로 스위트 채리엇'(Swing Low Sweet Chariot). 세계적 애창곡으로 알려져 있지만 원래는 굶주림과 공포 육체적 학대에 시달려야 했던 노예들의 한을 담아낸 흑인 영가다. 그래서인지 죽음의 고통없이 하늘나라에 갔으면 하는 바람이 노래말 곳곳에 실려있다.
'흔들리며 내려오는 저 멋진 수레 / 나를 집으로 데려가기 위해서지요 / 요단강 건너 천사의 무리 / 내게 오는 것이 눈에 보이네 / 자네 나 보다 먼저 가거든 / (천국의) 친구들에게 전해주오 / 나도 곧 뒤따라 가겠다고….'
노래에서 '채리엇' 곧 수레는 예언자 엘리야를 가리키는 상징어다. 구약 시절 유일하게 산 채로 승천했다는 엘리야. 성경엔 제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불말이 이끄는 채리엇을 타고 하늘에 올라갔다고 쓰여있다.
살아 있어도 사는 것 같지 않은 이승의 삶. 그러니 노예들도 엘리야 처럼 어서 빨리 '수레'를 타고 싶었을 것이다.
노래가 나온 건 남북전쟁이 일어나기 얼마 전이다. 당시 양심있는 백인들은 노예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지하열차'(Underground Railroad)란 작전을 폈다. 여러 곳에 비밀 루트를 만든 것. 첩자가 끼어들 우려가 있어 암호를 만들었는데 이 게 바로 '채리엇'이었다.
탈출에 실패해 농장주인들에게 붙잡히면 혹독한 매질을 당할 게 뻔했다. 이때 '채리엇' 암호를 외치면 어디선가 나지막하게 들려오는 '채리엇.' 이 한마디에 노예들은 '이제 살았구나' 안도의 쉼을 내쉬었다. 해방과 구원의 상징이 된 '채리엇'이 아닌가.
'채리엇'을 바탕으로 불후의 명작을 쓴 작곡가가 체코 출신의 안토닌 드보르작이다. '신세계 교향곡'의 1악장은 이 흑인 영가를 주제 선율로 해서 만들어졌다. 플룻의 애절한 음색과 잉글리시 호른의 잿빛 사운드가 서로 맞물리며 노예들의 삶을 표출해 냈다.
음악이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멜로디라는 2악장의 테마 선율. 어렸을 적 '미~솔솔~미~레도~레~미솔~미레'하며 불렀던 '꿈 속의 고향'(Going Home)이다. 1악장과는 달리 2악장에선 인디언 원주민들의 애환을 오선지에 그렸다.
드보르작이 마지막 4악장을 쓴 사연도 흥미롭다. 1891년 뉴욕의 내셔널 음악학원 원장에 취임한 그는 어느해 여름 아이오와주의 시골마을 스필빌을 찾는다. 체코 이민자들이 집단촌을 이루며 살았던 곳이다. 가난하지만 꿈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는 충격과 함께 감동을 받는다.
극심한 인종간의 갈등에도 불구 아메리칸 드림의 열정이 살아 꿈틀거리는 신대륙. 교향곡의 피날레는 1.2.3 악장의 주제선율을 힘차고 장엄하게 연주하며 '모두가 하나'라는 미국의 건국이념을 담아냈다. 화합의 대서사시라고 할까.
신세계 교향곡을 처음 연주한 오케스트라는 뉴욕 필하모닉이다. 드보르작은 지휘자에게 악보를 넘겨주며 이런 글을 남겼다. "이 곡을 위대한 미국과 미국인들에게 받칩니다." 자신에 새로운 음악의 지평을 열어준 미국에 감사하기 위해서였다.
뉴욕 필하모닉이 '미국의 자존심' 신세계 교향곡을 갖고 내년 2월 평양을 방문 100여년 전의 감동을 재현한다.
아직도 이 교향곡 1악장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북한 주민들. 굶주림과 압제에서 벗어나 4악장의 화해와 환희의 세상을 맞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