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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작가' 안영일 화백, 한인 첫 LACMA 초대전

Los Angeles

2017.02.2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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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시리즈' 대작 10점 전시
25일부터 해머빌딩 한국관
'물의 화가' 안영일 선생이 LA카운티미술관(LACMA: LA County Museum of Art)에서 초대전을 연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인 작가로는 LACMA에서 초대전을 갖는 첫 번째 화가다.

'예상치 못했던 빛: 안영일의 작품세계'(Unexpected Light: Works by Young Il Ahn)라는 제목으로 25일부터 해머빌딩 한국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10월1일까지 계속된다.

LACMA의 한국미술 부 큐레이터(Assistant Curator) 버니지아 문이 기획한 이번 전시회에는 최근작 5점을 포함 대작 10점이 선보인다. 이번 전시회에 선보이는 작품은 모두 '물 시리즈'(Water Series). 제목 그대로 그가 1983년 이후 30여년간 천착해온 '물'이라는 주제를 화폭으로 옮겨놓은, 출렁이는 물과 현란한 빛의 색조적 변형을 이룬 작품들이다.

그가 캔버스에 표현하는 '물'은 그저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단순한 물이 아니다. 어느 날 바다 한 가운데서 경험한 신비하고 영험한 가시적 세계가 담긴 상징적 존재로서의 물이다. 그래서 그의 캔버스에 색으로 표현된 물은 엄청나게 깊고, 넓고, 높은 의미를 담고있다.

그의 작품을 이해하려면 그가 바다 한가운데서 경험한 물과의 극적 조우를 알아야 한다. 그의 작품이 수십가지 색의 겹쳐 바름을 통한 농밀한 색채의 복합적 구조를 지니고 있으면서 왜 가시적으로는 단색처럼 보이는 지 이해하기 위해서도 그의 경험에 대한 인지는 필요하다.

"깊은 우울증에 빠져 있던 어느 날, 작은 보트에 스케치북과 낚싯대를 싣고 샌타모니카 비치를 떠나 수평선을 향했다. 아무 생각 없이 파도에 떠밀려 가고 있던 중 갑자기 주변이 안개로 뒤덮이면서 방향을 잃었다. 형언키 어려운 두려움에 죽음이 느껴졌다. 자신이 먼지처럼 작아져 세상 밖으로 없어질 것 같은 극도의 공포를 느끼던 순간, '아!' 하고 탄성을 질렀다. 순간 안개가 깨끗이 걷히고 내 존재가 확 트인 공간에 나와있는 것이었다. 파도 위에 진주를 뿌려놓은 듯 영롱한 빛과 함께 형언키 어려운 환희가 몰려왔다. 순간이었다. 바다는 거대한 생명으로 살아 숨쉬고 있었고 파도는 단 한 번도 같은 빛깔과 몸짓을 되풀이하지 않았다. 이 놀라운 체험 후 바다는 내 속에 살고 있었고, 영혼과 시각으로 경험한 그 물을 캔버스에 앉히기 시작했다."

샌타모니카 바다에서의 놀라운 체험 후 그는 30여년간 '워터 시리즈' 에서 손을 놓지 않고 있다. 빨갛고 파랗고 희고 검고 노란 색들을 바르고 또 바르면서 그는 그 날 경험한 미스테리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영혼과 물의 합일을 담아왔다.

그는 붓으로 색을 칠하지 않는다. 대신 작은 스패출라 형태의 나이프로 색을 찍어 바른다. 그가 나이프를 택한 이유는 색감 표현에 있어 붓보다 훨씬 정교하고 투명하게 색을 캔버스에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영험했던 체험을 좀 더 뚜렷하고 명확하게 각인시키려는 시도라고도 할 수 있다.

평론가 패트리시아 살레가 그를 화가보다 '명상가'로 칭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페인트의 흔적으로 체험을 보여주는 이 화가의 작업이 그의 시각으로는 '영혼의 구도자' 로 비추기 때문일 것이다.

첼로 등의 악기를 수준급으로 연주하는 뮤지션이기도 한 안 화백은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오랫동안 '뮤지션' 시리즈를 그렸으며 자연에 대한 사랑으로 '새'를 작품 주제로 삼기도 했다. 이처럼 그는 평생 영혼과 자연에 혼신을 다했다.

LACMA의 초대 역시 그의 이 심오한 영혼의 구도자 적 면모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2015년 LA 한국문화원, 롱비치 뮤지엄에서 초대전을 가진 안영일 화백은 2016년과 2017년에는 연이어 미국 서부 최대 국제 화랑제인 LA 아트쇼에 단색화 작가로 작품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LACMA 주소: 5905 Wilshire Bl. LA

▶문의: lacma.org



◇ 안영일 화백은


- 1958년 서울미대 졸업

- 1957년 주한미국대사관 주최 초대전

- 1959년 시카고 훌 하우스(Hull House) 초대전

- 1962년 핀랜드 헬싱키 USIS 갤러리 초대전

- 1966년 서울 프레스 센터 개인전

- 1971년 LA 재커리 윌러 갤러리 초대전

-1985년 베벌리힐스 아티스트 로프트 갤러리 초대전

-1998년 런던 새크빌 갤러리 초대전

-2002~ 2005년 미국 국무부 미술대사(Artist Ambassador)선정, 오스트리아 비엔나 소재 미국대사관 작품 전시

-2015년 롱비치 뮤지엄 초대전


유이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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