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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취미] 민화의 매력에 빠진 김영오(재활의학) '강렬하면서 투박스런 색감 홀딱 빠졌죠'

Los Angeles

2008.01.18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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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몰입하다보면 스트레스 '싹' 오랫만에 맛보는 한국적 향수에 '푹'
십장생도를 그리고 있는 김영오씨. 민화를 그리는 동안의 완전한 몰입으로 그는 삶의 스트레스를 다스린다.

십장생도를 그리고 있는 김영오씨. 민화를 그리는 동안의 완전한 몰입으로 그는 삶의 스트레스를 다스린다.

민화 교실에서 그린 그의 두번째 작품, 연화도

민화 교실에서 그린 그의 두번째 작품, 연화도

김영오(70.재활의학)씨는 1967년 등 푸르던 20대에 미국 땅을 처음 밟은 후 주류사회에 진출해 성공적인 사업체를 일궈온 아메리칸 드림의 표본이다. 30년이 넘도록 사업체를 운영하며 성실하게 일해온 그는 이제 서서히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

"민화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건 TV 뉴스를 보면서예요. 청와대 정무회의 소식이 나올 때면 뒤 배경으로 멋있는 병풍과 그림이 보이는데 그 초록 빨강 원색 가득한 그림이 시선을 확 잡아매더라고요."

눈길을 끌었던 민화 그림을 다시 만난 것은 본보에 실린 민화 전시회 기사에서였다.

"미술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시작할 수 있다는 구절을 보고 기사를 오려놓았어요. 이제 서서히 은퇴 후의 소일거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지난 해 여름 처음으로 민화 교실을 방문했습니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던 순간 학생들이 모두 여성분들인 것을 보고 얼마나 뻘쭘해지던지요. 하지만 모두들 좋은 분들이라 얼마나 클래스를 즐기고 있는지 몰라요."

그의 가슴 속 한 구석에 타오르던 예술에의 열정은 그날 이후 불이 붙었다. 강렬하고도 원시적인 색채 소박하고도 투박한 민화의 화폭은 수업 첫날부터 그의 시선과 혼을 온통 빼앗았으니까.

서민들의 소박한 정서가 잘 드러나 있는 민화야말로 한국의 회화를 대표할 수 있는 그림이다.

사대부로부터 아녀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이 생활 속에서 즐겼던 민화에는 우리 겨레의 얼과 멋 그리고 인생관 종교관 세계관 우주관이 고스란히 녹아 들어 있다.

"제 일은 주류사회의 병원 재활센터 양로센터 등을 대상으로 계약제로 진행되기 때문에 고객의 만족을 보장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일의 완벽성을 추구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여간 많이 쌓이는 게 아니에요. 민화를 그리기 시작하면 모든 것을 완전히 잊게 되죠. 한 번 붓을 잡았다 하면 하루가 쏜 살 같이 지나갑니다. 온전히 무언가에 몰입하다 보면 스트레스는 자연스레 사라지죠."

그가 이제껏 그렸던 민화는 호랑이와 까치가 사이 좋게 인사를 나누는 호작도 우아하고 기품 넘치는 연화도 청와대 회의실 벽에도 걸려 있던 십장생도 등이다.

그가 민화 그리기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생산적이기 때문이다. 여러 번 덧칠을 하며 손으로 번지게 마무리를 하는 등 애 낳는 것만큼 공들인 그림들이 벽에 걸리면서 집안이 환해질 때면 길고 외로웠던 창작의 시간들이 보상받는 것 같아 참 많이 행복하다.

그는 첫 작품인 호작도를 딸 크리스탈 김(28)양에게 선물로 주었다. 인간과 친숙한 동물 개를 그린 것은 워싱턴 DC에 살고 있는 아들 마이클 김(27)씨 손에 안겼다.

"작품들을 아이들 줘놓고 흐뭇해하고 있는데 민화협회 회장님이 전시회 한다면서 작품을 몇 점 가져오라는 거예요. 그래서 딸 집에 가서 호작도를 다시 빌려 왔어요. 딸 아이가 '아빠 생일 날 친구들 초대해서 아빠가 그려준 그림이라고 자랑하려고 했는데…' 하며 울상을 짓더라고요. 벽에서 그림을 떼어내며 딸 아이에게 생일 잔치를 조금 미루라고 했으니 저 좋은 아빠입니까 나쁜 아빠입니까? 하하!"

지금 그가 그리고 있는 작품은 십장생도. 거북 사슴 학 소나무 대나무 불로초 산 내 해 달 등 십장생의 주인공들을 그려 넣으며 그는 떠나온 고향과 그곳에서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한다.

"민화를 그리다 보면 잊혔던 한국 정서를 많이 느끼게 됩니다. 나이가 드니 가슴에 묻어두었던 어린 시절과 고향에 대한 기억이 새삼스레 자주 떠오르네요."

미주민화협회(회장 성기순)에서는 매주 월, 목 오전 10시~오후2시, 본보 옆 한미교육원 내의 협회 교실에서 민화 교실을 마련하고 있다. 680 Wilshire Pl. # 104 Los Angeles, CA 90005 문의) (213) 387-3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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