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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생명과학자의 세상읽기]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

San Francisco

2008.01.23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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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규(면역학 박사)
흔히 ‘박테리아’라고 하면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건강한 성인의 몸 안에는 늘 함께 공생하는 박테리아들이 엄청나게 많다.

일반적으로 갓 태어난 아기의 장은 무균 상태이나 외부로부터 음식을 섭취하는 순간부터 수많은 미생물들이 자연스럽게 몸 안으로 들어오게 되고, 이들은 주로 장내에서 자리를 잡고 번식하게 된다.
이러한 미생물들 중에는 유산균처럼 숙주의 건강에 득이 되는 경우도 있고, 설사나 복통을 일으키는 유해균도 있으며, 숙주의 건강과는 별 상관이 없는 일반 균들도 있다.

성인 한 사람의 장안에는 약 500-1000 가지 종류의 박테리아가 무려 수십에서 백조 개나 살고 있는데, 사람에 따라 그 종류와 수가 서로 다르다고 한다.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의 어원은 ‘for life’를 뜻하는 ‘Pro Biota’에서 유래되었으며, 유엔 산하 식품 및 농산물 기구(FAO,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ited Nations)와 국제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가 2001년 공동으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적절한 양을 섭취했을 때 숙주에게 건강상 이득을 주는 살아있는 미생물’로 정의되어 있다.
앞서 언급한 유산균이 프로바이오틱스의 좋은 예이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장내 유해균의 번식을 막아 설사를 비롯한 각종 장 질환의 위험을 감소시키며, 유당(lactose)을 잘 소화시키지 못하는 사람의 경우 유당분해를 촉진하고, 장에 존재하는 면역 세포들과의 활발한 상호작용을 통해 면역기능을 향상시켜주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최근 영국 런던왕립대학(Imperial College London)의 제레미 니콜슨(Jeremy Nicholson) 박사 팀과 스위스 네슬레의 한 연구팀이 공동으로 수행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사람의 장내 미생물 중 유익한 균인 락토바실러스를 생쥐에 접종하고 2주가 지난 후 분석을 해보니,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 및 간에 존재하는 각각의 아미노산 종류를 비롯한 여러 가지 생체 대사 산물의 프로파일이 현격히 다르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소장에서 지방을 흡수하는 담즙산의 기능을 프로바이오틱스인 락토바실러스가 억제하여 비만을 예방하는 것으로 나타난 점이다.
이는 적절한 프로바이오틱스의 복용이 현대인의 건강에 최대 위협을 가하는 비만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므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대하여 음식으로 섭취되는 프로바이오틱스의 양이 몸 안에 이미 존재하는 미생물들의 수에 비해 너무나도 작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별로 의미가 없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생쥐를 이용한 실험에서는 인간의 유산균을 상대적으로 다량 이식하여 실험할 수 있었으나, 막상 사람의 경우 100조에 이르는 이미 존재하는 미생물에 요구르트 등을 통해 섭취되는 고작 몇 십억의 프로바이오틱스는 너무나도 작은 비율이므로, 과연 큰 효과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니콜슨 박사는 비록 적은 양일지라도 프로바이오틱스는 몸 안에 들어가면 기존의 박테리아들과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장내 환경의 변화에 충분히 효과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러한 주장이 맞는지는 앞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질 것이다.

비만은 유전적인 요소와 환경적인 요소가 모두 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컨디션이다.
유전적 요소만 따지더라도 한두 개의 유전자만 관여하는 것이 아니므로, 유전자를 갈아치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므로 프로바이오틱스를 잘 활용하여 비만을 퇴치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면, 현대인의 건강에 크나 큰 기여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생명과학이나 글 내용에 관련된 문의는 [email protected] 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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