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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정치인들의 말·말·말

New York

2017.03.28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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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병 국 / 시인
우리가 생명을 달고 이 세상에 태어나 적령이 되면 "아빠 엄마"를 시작으로 말을 하게 된다. 그리고 성년이 될 때까지 계속 말을 배운다. 좋은 말, 나쁜 말, 쉬운 말, 어려운 말을 가리지 않고 배우면서 교육을 받기 시작하면 말의 뜻과 정의를 올바르게 터득하며 말을 가려서 하게 된다. 말은 사람의 습관에 따라 주위 모든 대인 관계에서 상대방의 인정을 받는다. "저 사람은 참 말솜씨가 좋다" "말하는 습관이 아주 나쁘다" "말하는 게 유식해"… 무식하다, 점잖다, 불량하다, 건방지다…. 또 있다. "말하는 것 보면 저 사람 양반 집안이야…" "가정교육이 덜 됐군"에 이르기까지 개인적으로 가문에 이르기까지 평가를 받게 된다.

이렇게 우리가 평생을 살아가면서 사용하는 말은 내용에 따라 많은 한자성어로 표현된다. 남아일언중천금, 일구이언, 유구무언, 어불성설, 감언이설 등등. 말은 자신의 습관이기도 하다. 글로 표현하기도 어려운 낯뜨거운 말을 습관대로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도 있고 남에게 칭송 받는 교양 있는 말로 남에게 인정을 받기도 한다.

오늘 새삼스럽게 말에 대한 표현을 갖고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근래 한국에서 대통령의 유고로 인해 정치와 사회가 혼돈스러운 기회를 틈타 정치인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말을 가리지 못하고 함부로 입에서 나오는 대로 표현하는데, 말의 중요성이 어떤 것인지 한번 짚어 보고 올바른 말로 순화해 보자는 것이다. 특히 차기 대선을 향한 소위 대권주자들이 자신들의 입장과 대선 공약 및 정책을 제시하는 내용들은 과거 어느 대선 때나 마찬가지로 선심 공세와 황당무계한 약속뿐, 말이면 다하는 판이어서 문제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대권주자의 말은 첫째 '남아일언중천금'이어야 한다. 그리고 지키지 못할 말들을 함부로 '일구이언' 해서는 아니 되며 '어불성설'과 '감언이설'은 국민을 졸(卒)로 보고 속이는 결과이니 '유구무언' 해야 한다. 말이면 말이라고 정확한 계산도 없이 이렇게 하면 국민들이 좋아하고 자신을 선택해 줄 것이라는 착각으로 경거망동하는 사람은 대선주자로서 자격이 미달된 사람이다.

대통령이 되면 미국보다 북한을 먼저 방문하겠다? 이 사람 도대체 어디 사람인가? 사드 배치 안 된다, 된다 오락가락도 마찬가지.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차기 정권에서 결정하자는 일구이언, 말 바꾸는 졸장부가 과연 대권 자격이 있는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기각되면 혁명이라는 사람, 수시로 말 바꾸다 탄핵 후엔 무조건 승복하자는 사람, 매일밤 촛불집회 앞장서는 사람, 함부로 말을 바꾸는 그런 사람이 과연 대한민국 대통령의 자격이 있는지? 안보고 뭐고 위태위태한 대한민국 현실에 병역을 모병제로 하겠다는 말은 어불성설한 감언이설을 앞뒤 가리지 않고 함부로 내뱉는 것에 불과하다. 부자는 군에 안 가고 가난한 자만 군대에 가라는, 말 같지 않은 말의 하나다. 무상교육. 이 역시 감언이설에 불과한, 판단이 부족한 결정이기도 하다. 무상교육의 재원은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 확실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이구동성으로 내놓는 대선 주자들의 재벌개혁은? 노동이사제는? 부당이득 환수라고? 너도 발표하니 나도 발표해야겠다는 식의 경쟁의식의 발로일 뿐이다. 한국 근대화 발전에 일익을 담당했던 재벌들들 마치 무슨 범죄집단이라도 되는 듯 몰아부치는 것은 정치를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의 자가과시 술수에 불과하다. 솔직히 지금까지 역대 정권들은 개인적인 사리를 취한 자도 있었지만 국가가 재벌을 보호하며 지원해 모든 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았는가. 비록 재벌이 비대해졌다 해도 국가경제 발전에도 크게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재벌개혁은 무조건 말로 해서는 아니 된다. 지도자가 된 후에 신중히 다루어야 할 커다란 과제임을 명심해야 한다.

공공부분 81만 개 일자리 창출 약속도 있다. 소요예산만 21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거금의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법인세 증세로? 국민에게 세금 폭탄으로? 지금 한국 졍제의 어려움은 차기 정권에서도 쉽게 벗어날 길이 보이지 않는데 말이다. 또 내가 대통령 되면 국민 개인별로 몇십 만원씩 주겠다는 사람도 있다. 이 사람을 진실로 허황된 거짓말로 국민을 졸로 보고 우롱하고 있다. 남아일언중천금이다. 미사여구, 감언이설, 어불성설한 발언들 중에서 잘못하면 유행어가 나올까 심히 걱정스럽다.

이렇게 말의 가치는 개인적으로든 국가적으로든 중요한 결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어느 경우에는 자신이 내뱉은 말이 오히려 독이 되어 스스로의 가치를 인정 받지 못한다는 점을 지금 대선을 앞둔 사회적 혼란을 틈타 한껏 발돋움해 보고자 하는 정치인들은 명심하고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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