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 스토리] 이탈리아의 진한 아마로네
배문경
법무법인 김앤배 공동대표변호사·Wine Scholar Guild 정회원
아마로네 와인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다. 아마로네라는 이름은 '쓰다, 시다'라는 뜻의 아마르(Amare)에서 유래한 것이다. 즉 아마로네 와인은 약간 씁쓰름하고 신맛이 가장 큰 특징이다. 진하면서 드라이한 레드 와인으로 잘 알려진 아마로네 와인은 독특한 제조기법이 신맛의 비결이다. 이른바 아파시멘토(Appassimento) 기법이다. 포도를 건조시켜 포도수분은 30~40% 줄여서 당분과 풍미를 농축시키고 2단발효기법과 3가지정도의 포도를 한데 섞는 블렌딩으로 만들어진다. 포도를 말려서 와인을 만든다는 것은 정말 독창적인 기법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인들에게 가장 익숙한 프랑스의 '보졸레 누보'는 바로 햇포도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유명하다. 그러나 아마로네 와인은 그와는 정반대다. 마치 장을 숙성시키듯 포도를 말려서 만드는 것이다.
해마다 10월의 첫 2주동안 이 지역의 포도수확이 시작된다. 포도송이가 다른 포도송이와 너무 가까이 있어서 햇빛 등을 가리는 포도들은 가려내고 잘 자란 포도만을 수확하여 스트로맷 등에 올려놓고 포도를 말리는 것이다. 현재는 각종 환경이 잘 통제된 특수 건조 챔버에서 포도를 말리고 있다. 통상 건조에 걸리는 시간은 120일, 약 4개월간 건조시키게 된다. 이 같은 건조과정을 통해 품종별로 조금 차이가 있지만 최소 27%에서 최대 45%의 수분이 줄어들게 된다. 건조작업이 마무리되는 시점은 이듬해 1월말 또는 2월초, 건조된 포도는 으깬 뒤 30~50일정도의 발효과정을 거친 후 와인으로 탄생한다. 건조를 통해 수분, 특히 당분이 줄어들면서 신맛이 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마로네 와인의 주 품종은 어떤 것일까. 콜비나(corvine).론디넬라(rondinella).몰리나라(molinara) 등이 가장 유명한 3대품종이며, 오셀레타.베르두쪼 등도 재배된다. 건조과정에서 콜비나는 35~45%, 론디넬라는 27~40%, 몰리나라는 30~40%의 수분이 줄어든다. 이 포도품종을 적절히 배합해서 아마로네 와인이 탄생한다. 대부분의 아마로네 와인은 콜비나 품종이 60~70%, 론디넬라가 최대 30%, 그리고 다른 포도가 최대 25%까지 블렌딩 된다. 건조로 인해 당분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당연히 알코올 도수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마로네 와인의 또 다른 특징은 '어 도수가 세네', 즉 와인 중에서는 독한 와인인 셈이다.
발폴리첼라의 와인은 5개의 등급이 있다. 발폴리첼라 클라시코(Valpolicella Classico).발폴리첼라 수페리어(Valpolicella Superiore).발폴리첼라 수페리어 리파소(Valpolicella Superiore Ripasso).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Amarone della Valpolicella).레치오토 델라 발폴리첼라(Recioto della Valpolicella) 등으로 나눠진다.
아마로네 와인은 포도송이에서 한알 한알 따내는 작업을 거치기 때문에 매우 손이 많이 가고 따라서 가격이 다른 와인보다 월등히 높다. 대략 한 병에 50달러 내지 60달러에서부터 시작된다. 알코올 도수는 법정최저도수는 14%지만 15%를 넘는 와인이 즐비하다. 거의 모든 와인들은 최소 5년정도의 숙성과정을 거쳐 시장에 나온다.
처음 아마로네를 마셨던 기억이 난다. 너무 진한 과실과 검은 체리 맛에, 와인을 마치 씹어 먹는 듯한 느낌도 났고, 알코올 도수가 높아 금방 취할 것 같기도 했다. 그렇지만 나는 그 후 계속 아마로네의 풍요로운 맛을 찾게 됐다. 아마로네 와인은 건조된 포도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 고장 특유의 토질, 즉 떼루아를 느끼기 힘들다고 말한다. 하지만 올해 3월에 출시된 2013년 아마로네는 그 어느 때보다 힘차고 풍미가 가득하며, 이 지방의 개성을 살린 우아함도 곁들여져 있다. 오랜 기간 동안 숙성시키면 10년정도 지나면 자신의 멋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된다. 지금 2013년 아마로네를 몇 병 사놓고 멋진 맛을 기대하며 10년정도를 기다린다면 얼마나 살 떨리는 설레임을 줄까. 상상만 해도 달콤쌉쌀한 기분이다. 멋진 베니스의 풍경과 로미오와 줄리엣의 애틋하고 '심쿵'한 마음도 아마로네의 맛을 더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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