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트 쿠튀르(haute couture)'는 프랑스어로 고급 맞춤복을 뜻한다. 한 벌 가격은 최소 1~2억원(10만7000~21만4000달러)이다. 시퀸(주로 여성용 옷에 장식으로 쓰이는 작은 금속 조각. 아주 작은 단추처럼 생긴 것을 실로 엮어 장식한다) 몇 만 개를 엮어 드레스를 수놓고 어울리는 모자 하나 꽃장식 하나 완성하는 데 몇백 시간씩 공을 들이니 그렇다.
단지 장인의 정성이 깃들어서 손이 많이 가서 비싼 것은 아니다. 오트 쿠튀르는 패션 디자이너 혹은 브랜드의 자존심 그 자체다. 오트 쿠튀르 패션쇼에선 특정 디자이너 혹은 브랜드의 정체성 원형에 가까운 DNA를 확인할 수 있단 얘기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도 오트 쿠튀르 패션쇼만큼은 파리에서 연다. 세계 패션의 흐름을 이끈다고 자부하는 최고의 패션 디자이너 혹은 브랜드가 "오트 쿠튀르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오트 쿠튀르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디자이너 입장에서야 자존심일 수 있겠지만 그런 옷을 구경만 해야 하는 대중에게 오트 쿠튀르는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그렇지만 생각을 한번 뒤집어 보자. 넘보지 못할 가격의 미술품도 작품 자체를 즐기는 차원에선 얼마든지 대중과 가까워질 수 있다. 오트 쿠튀르도 그렇다. 패션 디자이너 '오트 쿠튀리에'가 빚어내는 진정한 예술로서의 패션은 한번쯤 감상해 볼 가치가 분명히 있다.
명품 브랜드들마다 오트 쿠튀르 라인이 있다. 우리 한인에게 친숙한 브랜드는 샤넬 크리스티앙 디오르 조르조 아르마니 베르사체 등. 로스앤젤레스에서 오트 쿠튀르 라인을 아이쇼핑 겸 눈요기를 할 수 있는 거리는 단연 로데오 드라이브다. 최근에는 고급 주문복을 위한 의상실보다는 프레타 포르테(prete porter) 즉 고급 기성복의 오트 쿠튀르가 많아지고 있다. 로데오 드라이브 숍에는 프레타 포르테에서 선보여진 의상이 대부분이지만 오트 쿠튀르 라인의 의상도 구경할 수 있다.
영화 '프리티 우먼'에서 줄리아 로버츠가 쇼핑하는 거리로 등장하기도 했던 이 고급 부티크 거리는 세계의 모든 명품 브랜드들이 즐비하다. 명품 숍 렌트 가격도 '고급' 단연 세계 최고로 비싸다.
로데오 블러버드는 윌셔블러버드 남쪽에서 시작되어 산타모니카 북쪽까지 이어진다. 타운에서 10분정도 운전해서 가면 장인들이 오랜 전통 끝에 만들어낸 고급 의상의 진수를 제대로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