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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속 신기루 같은 장밋빛 신전… 요르단 페트라 국립공원

Los Angeles

2017.04.1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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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에 빗댄다면 페트라는 팔자가 억센 도시였다. 2000여 년 전 아랍 민족 나바테아인이 맨몸으로 오르기도 힘든 해발 950m의 바위투성이 고지대에 도시를 건설했을 때부터 정해진 운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바테아인이 아라비아의 거상으로 부상하면서 페트라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교역의 중심지가 됐다. 그러나 사막 한가운데 도드라진 거점 도시는 로마제국의 표적이 됐다. 페트라가 106년 로마군에게 점령당하며 나바테아 문명은 쇠락했다. 그러나 페트라가 역사에서 자취를 감춘 이유는 따로 있었다. 6~7세기 발생한 대지진이 삽시간에 도시를 집어삼켰던 것이다.

영화 '인디애나 존스-최후의 성전'에서 고고학자 인디애나 존스(해리슨 포드)는 예수의 성배를 찾아 사막 한복판의 고대 신전으로 향한다. 말을 타고 협곡 사이를 얼마나 달렸을까, 갑자기 시야가 탁 트이며 장밋빛 신전이 나타난다. 사암 절벽을 정교하게 파내어 지은 석조 건물이다. 이 신전이 바로 고대도시 페트라(Petra)의 대표 건축물 '알카즈네(Al Khazneh)'다. 너비 30m, 높이 43m의 알카즈네는 이음새가 거의 없이 견고하고 매끈하다. 사암 덩어리를 위에서부터 아래로 일일이 조각했기 때문이다. 페트라는 고산지대 바위산을 정교하게 깎아 만든 고대 도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요르단을 대표하는 국립공원이다. 세계 7대 불가사의다.

수백 년 동안 전설 속에 잠들어 있던 페트라를 다시 깨운 것은 스위스의 젊은 탐험가 요한 루트비히 부르크하르트였다. 1812년 청년 요한은 요르단 남서부 지역을 탐험하고 있었다. 황무지와 가파른 협곡이 어우러진 도시 '와디 무사'에 도달한 그는 사막의 유목민 베두인족 사이에서 전해오던 전설을 듣게 된다. 와디 무사 인근에 보물이 감춰진 고대 도시의 폐허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페트라였다.

이미 페트라에 정착해 살고 있던 베두인족은 자신의 생활 터전을 침범당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요한은 베두인족 가이드를 앞세워 협곡 틈새로 숨어들었고, 마침내 폐허 속에 잔존해 있던 나바테아인의 도시를 발견했다.

페트라에는 알카즈네 말고도 수십 기가 넘는 신전과 무덤이 있다고 한다. 아직 도시의 4분의 1만 발굴했을 뿐이라고 하는데, 개중에서 가장 빼어난 것이 알카즈네다. 알카즈네는 이집트 파라오의 보물이 감춰져 있다는 전설 탓에 뒤늦게 '보물창고'라는 이름을 얻었다. 관문처럼 버티고 선 알카즈네 뒤로 로마의 영향을 받은 건축물들이 웅장하다. 이집트의 오벨리스크(태양신 숭배의 상징물)를 닮은 석조 무덤과 헬레니즘 양식의 신전이 길가에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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