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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보이스] 위아래 훑어보지 말았으면

Los Angeles

2008.03.1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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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에서 태어났고 지금은 11학년이다. 엄마가 그동안 공부한 한국어 실력도 자랑(?)할 겸 중앙일보에 평소 한국 부모님에 대해 느낀 것을 적어보라고 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이 '에스컬레이팅 아이'(escalating eye) 였다. 사람을 곁눈으로 위아래로 훑어보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사람을 볼 때 '눈'과 '눈'을 마추친다. 눈길을 피하면 상대가 뭔가 자신에게 해롭게 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생각해서 상대를 경계하게 된다. 그러나 이것 보다 더 기분나빠하는 것이 사람을 위아래로 훑어보는 것이다. 상대를 당혹시키는 무례한 행위라 생각한다.

가끔 교회나 부모님과 함께 한국분들이 많이 모인 곳에 갔을 때 이처럼 사람을 위아래로 그것도 노골적으로 머리에서부터 신발까지 살펴보는 것을 많이 보았다. 그리고 실제로 나도 이런 시선을 받을 때가 많다. 어떤 분에게 '안녕하세요' 인사하면 눈을 마주치면서 '그래 안녕' 하면서도 눈은 금방 내 머리에서 시작해서 마치 내가 무슨 신발을 신었는지 보려는듯 발끝까지 살펴본다.

그러면 기분이 좋다가도 상당히 불쾌해지면서 "만일 미국사람에게 이런 식으로 하면 큰 오해를 받을텐데" 하는 걱정까지 든다. 엄마는 이것도 다 "한국 사람들이 너에 대한 좋은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고 하신다. 그러나 문제는 실제 미국 사람들은 아무도 그것을 좋게 받아들이지 않는데 있다.

내가 잘 아는 교회 형은 미국회사에 다니는데 미국인 매니저가 "왜 한국 사람들은 잡 인터뷰를 할 때 곁눈질로 사람을 훑어 보는 지 모르겠다"며 그같은 태도는 결코 호감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 고용되기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우리 엄마말처럼 "좋은 관심"이지만 미국인들에게는 가장 안좋은 인상을 준다. 한국사람끼리는 별문제가 없지만 이것이 습관이 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염려가 드는 것이 사실이다.

교회에서 처음 만났는데도 단지 엄마의 친구분이란 이유하나로 다짜고짜 "키도 크고 잘 생겼다. 사귀는 여자 친구 있지"하고 묻는 것도 나에게 대한 좋은 관심이라는데 솔직히 이런 관심은 안가져 주었으면 한다. 우리들은 너무 황당하고 그래서 한국사람들은 왜 이렇게 무례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지나친 관심은 상대를 불편케 한다는 것을 한국 부모님들이 이해했으면 좋겠다.

대니얼 최(1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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