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100일(29일)을 앞두고 가진 AP통신과의 최근 인터뷰(23일)가 언론의 화제가 되고 있다.
트럼프의 과장화법과 독특한 세계관, 뻔뻔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이유에서다.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 "정도를 넘어선 자화자찬(over-the-top boastful)"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들 발언에는 향후 최소 4년가량 이어질 트럼프의 통치철학의 힌트가 담겨있다. 어떤 발언들이었을까. 트럼프의 대표적인 발언 몇 가지를 WP의 해석을 곁들여 풀어본다.
1."아베는 내게 감사하다고 했는데."
"난 F-35 전투기 90대의 조달가격을 삭감해 7억2500만 달러를 아꼈다. 앞으로 3000대의 (추가) 주문이 있을 전투기를 말이다. (F-35 제조사인) 록히드마틴이 F-35 조달가격을 낮춘 것은 나 때문이다. 아베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내게 처음 한 말이 바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였다. 일본이 (F-35를) 10대인가 12대를 구입하는 데 1억 달러를 절약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그런 이야기를 보도하지 않는다."(트럼프)
▶WP:피노키오 지수 4! (거짓말 수준을 책정하는 '피노키오 지수'에서 가장 심한 수준이 4임). 미 국방부는 이미 트럼프가 록히드마틴 최고경영자(CEO)를 만나기 전 약 6억 달러의 비용 절감을 발표했다.
2.악수도 안 나눴는데 최고 궁합?
"가장 케미스트리(궁합)가 잘 맞은 지도자 중 한 명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였다."(트럼프)
"정말인가?"(AP)
"(백악관 내에서 사진촬영 중) 누군가 '그녀와 악수를 해달라'고 외쳤다고 한다. 그러나 난 그 말을 못들었다. (그래서 악수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난 이미 그녀와 악수를 4번이나 했다."
▶WP:트럼프는 이미 오래 전부터 메르켈에 대해 '재앙적 지도자' '독일을 망치는(ruining)'이란 단어를 써 왔다. 정상회담 당시도 두 사람은 불편해 보였다. (백악관에서) 외국 지도자들과 사진 찍는 시간에 악수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3."내 연설은 사상 최고"
"많은 사람들이 (지난달 1일 트럼프의 첫 의회 연설이) 역대 의회 연설 중 최고였다고 말한다. 이라크 총리인 하이데르 알아바디는 '트럼프는 오바마가 8년 동안 해놓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8주 동안에 했다'고 말한 것을 아느냐. 우리는 왜 그런 말들을 화제로 삼지 않는가."(트럼프)
▶WP:또 시키지도 않는 자랑이군. 와우.
4.이탈리아 총리가 '나토 분담금' 약속했다?
"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방위비 분담금을 내라고 요구했다. 어제(20일) 이탈리아의 파올로 젠틸로니 총리와 만났는데, '그래, 돈 좀 내야 해'라고 농담을 나눴다. 그가 돈을 낼 것이다."(트럼프)
"진짜 회담에서 젠틸로니 총리가 그런 말을 했다는 거냐."(AP)
"결국에는 돈을 낼 것이다. 난 대통령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트럼프)
▶WP:자신의 외교 기술이 얼마나 뛰어난지 보여주고 싶어하는군. 하지만 젠틸로니 총리가 과연 트럼프의 이런(부담금을 내기로 했다는) 발언을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진다.
5.45%가 고정 지지층?
"내 큰 기반은 45%다. 공화당은 현 대통령 선거 방식상 불리하다. 에이브러햄 링컨(공화당 소속 제16대 대통령)이 다시 돌아와도 캘리포니아와 뉴욕에선 못 이긴다."(트럼프)
▶WP:그의 지지기반은 우리가 볼 때는 35% 수준이다.
6."북한 문제 때문에 융통성 발휘"
"내가 대통령이 된 다음에 중국은 환율을 조작하지 않았다. 설령 중국이 환율을 조작했다고 해도 중국이 북한 핵과 다른 문제를 도와주고 있는데 내가 '북한 문제 좀 도와줄래? 아, 그리고 또 하나. 당신네는 환율조작을 했어'라고 말한다면 제대로 굴러가겠냐."(트럼프)
▶WP:대통령은 분명 유연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대다수 대통령은 약속을 어긴다. 그런데 트럼프는 엄청난 약속(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 공약)을 하고 불편해지면 (약속을 어기는 정도가 아니고) 즉시 무시하는 훨씬 더 뻔뻔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