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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좌골 신경통

New York

2017.04.2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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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주 희 / 수필가
아침에 일어나니 걷는 것이 불편하다. 엉덩이에 통증이 있다. 어젯밤에 이불을 잡아당겨 옆으로 누워 잔 것이 화근이겠지 했다. 하루를 보냈는데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통증이 가시지 않는다. 타이레놀이나 에드빌도 효과가 없다. 이 지독한 통증으로 걸을 수도 없고 일을 할 수도 없었다. 좌골 신경통에 걸린 것이다. 의학 용어로 좌골 신경통은 일명 궁둥 신경통이라고 한다. 궁둥 신경의 경락을 따라 일어나는 지속성 신경통을 말한다. 좌골 신경통은 병명이 아니고 말 그대로 좌골 신경에 통증을 느끼는 증상이다. 좌골 신경과 관련된 통증은 엉덩이에서부터 아래쪽으로 대퇴부와 다리까지 통증이 있을 수 있고 발과 발가락의 통증을 동반할 수도 있다.

좌골 신경통은 평생 유병률이 13~40% 정도 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고 발생은 남녀 간에 차이가 없다. 20대 이전 연령에서는 거의 없지만 나이가 많을수록 발병률이 증가해 30~40대에서 가장 많고 50대 이후부터는 빈도가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통 대퇴부 뒤쪽의 통증 종아리나 발의 통증이 있을 수 있고 통증과 함께 화끈거리거나 저린 느낌이 나거나 감각이 둔해지고 다리에 힘이 빠지는 등의 증상이 있을 수 있고 이러한 증상은 종양이나 좌골 신경이 지나가는 근육 등의 구조물에 의해 좌골 신경이 눌리거나 좌골 신경 자체의 손상이나 염증에 의해서 발생할 수도 있다.

일단 질병이 아니라서 조금 안심은 되었지만 통증을 이기는 방법은 가만히 누워 있거나 앉은 자세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었다. 일을 하면서 걷고 팔을 올렸다 내렸다 무거운 옷도 걸고 내려야 할 때마다 죽을힘을 다해서 통증과 싸웠다. 지나가던 손님이 가게 안으로 들어와 묻는다. 진통제를 사 가지고 와서 먹으라고 권한다. 손님 앞에서 에드빌 2알을 꼴깍 삼켰다. 조금 가라앉는 것 같았지만 통증은 여전하다. 다른 손님이 밴 게이를 사 와 바르라고 한다. 뚜껑을 열고 손바닥에 꾹 짜서 궁둥이와 장단지에 쓱쓱 문질러 발랐다. 약간 통증이 멎는다. 그런데 웬일인가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 바른 자리와 그 둘레가 부르트며 두드러기가 일어나기 시작하더니 너무 가려워서 혼쭐이 났다. 통증이 시작될 때에 마사지가 필요하다 느껴 온 다리를 문지르고 토닥거렸더니 허벅지가 아파서 손대기가 두려웠다. 엉덩이에서 발끝까지 찌릿찌릿한 기분 나쁜 통증. 가만히 앉아 있어도 묵직하게 저려 내리면서 입안에서 침이 나올 정도로 시디신 중력.

침을 세 번 맞았다. 한두 번 맞으면 깨끗이 통증이 없어질 줄 알았는데 한 달이 지나도 통증은 없어지질 않는다. 일 마치고 목욕탕에 따뜻한 물을 받아놓고 그 안에 앉아 있으면 통증이 없어진다. 다리를 쭉 펴고 누워서 30분쯤 기다렸다 나온다. 좋은 것에는 항상 부작용이 따른다. 매일 뜨거운 물에 들락날락하니까 건조한 피부가 가려워서 또 야단이다. 우리 손님들도 한 번씩은 이 통증에 시달렸고 통증에 대해서는 해박했다. 제발하는 사람도 있고 한 번으로 끝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특히 뚱뚱한 사람들이 많이 걸렸다. 남자들은 허리띠를 두르고 다녔는데 원래는 허리에서부터 통증이 시작한다고 했다. 길가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지팡이를 짚고 때로는 절뚝거리면서 걷는 사람들 대부분이 좌골 신경통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그중에서도 다행이다. 오른쪽이 아닌 왼쪽이라서 운전할 수 있고 오른발에 힘을 주어 일을 할 수 있었다. 잠을 깊이 잘 수 없고 몇 번씩 통증으로 깨어 화장실 가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친구들이 찜질방을 좋아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따뜻한 물과 수증기가 몸을 나근나근하게 풀어주고 신경과 근육을 이완시켜 주니 비가 오는 날이나 무더운 날에는 찜질방에 누워 있는 것이 최상의 피로 회복이라는 것을.

아픔은 모르는 사이에 찾아온다. 내가 이런 통증에 시달린다는 것을 전혀 생각지도 못했지만 찾아왔다. 다음에는 또 다른 무엇이 찾아올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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