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말] 주지(周知)하다시피
조 현 용 / 경희대학교 교수·한국어교육 전공
지적으로 말하려는 사람들의 표현 중에서도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들이 있다. 예를 들어 '주지하다시피'라는 말을 들을 때 괜히 기분이 나쁜 경우가 있다. 주지(周知)라는 말은 여러 사람이 대부분 알고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주지라는 표현을 들었을 때 내가 모른다면 그것은 내가 모자라거나 아니면 그 사람이 나를 무시했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주지하다시피라는 표현은 위험하다.
자신이 조금 더 지식인처럼 보이고 싶은 사람은 이야기를 시작할 때나 설명을 해야 할 때 '주지하다시피'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약간의 허영심이 비추어지는 표현이다. 글을 쓸 때도 이 표현을 자주 쓰는 사람이 있다. 이 정도는 청자나 독자 모두 알고 있을 거라는 말투의 표현이어서 청자에 대한 존중보다는 무시의 느낌이 드러나기도 한다. 그 정도는 알아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물론 단순히 말버릇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말버릇이 상대를 기분 나쁘게 한다면 고쳐야 한다.
'상식이지만' '다 알겠지만'이라는 표현도 비슷한 느낌이다. 사실 상식적인 이야기나 다 아는 이야기는 말할 필요도 없다. 괜히 덧붙이는 말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할까? 여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을 굳이 한 것에는 태도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정도는 모르면 안 된다는 자만이 들어가 있다. 말하는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가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히려 겸손한 태도라고 할 수 있지 않겠나 하고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청자의 입장에 서 보면 오히려 답을 찾을 수 있다. 내가 모르는 이야기를 상대가 이 정도는 다 알 거라는 말투로 이야기한다면 기분이 좋을 수 없다. 〔〈【이와 비슷한 태도로는 어려운 영어 어휘나 고사성어를 생각 없이 사용하는 것이다. 자신에게는 어렵지 않은 어휘일지라도 듣는 이에게는 답답함이 될 수 있다. 이런 말들로 인해서 의사소통에 단절이 온다. 이야기를 할 때 상대가 당연히 알 거라고 단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상대가 알 수 있는 표현인지에 대해서 늘 살펴야 한다.】〉〕
한편 우리가 이야기를 시작할 때 자주 하는 표현 중에 '농담인데'라는 표현이 있다. 웃을 준비를 하라는 말로 보이는데, 실제로는 그런 말 중에 웃긴 경우가 별로 없다. 어떤 사람은 아예 '별로 안 웃긴 농담이지만'이라고 이야기도 한다. 별로 안 웃길 것 같으면 안 하는 게 좋다. 농담은 대화의 활력소이다. 재미있는 농담을 듣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유머라고도 하는데 서양 연설의 필수적인 요소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반면 농담에는 약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농담을 하려면 웃긴 농담을 준비해야 한다. 그런 경우에는 '농담이지만'이라는 표현도 필요 없다.
오늘은 우리가 말버릇처럼 사용하는 몇 가지 표현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말은 맛있게 해야 한다. 따라서 남을 무시하는 것처럼 들리는 표현이나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표현은 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재미없는 농담도 포함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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