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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암에 걸렸다고 포기하지 마세요"

Los Angeles

2017.05.03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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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첫 암전문 수의사 수지 강 인터뷰
동물들도 노령화 탓 암 발병 늘어
고양이 고통 잘 견뎌 늦게 발견도


"한 번은 애완견과 그 주인이 암에 동시에 걸린 경우가 있었습니다. 둘다 치료를 받는데 개주인이 그러는 거예요. 자신은 너무 힘든데 자신의 애완견은 치료를 받느라고 힘들어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이죠. 너무 잘 논다는 거예요."

한인 수의사로 첫 여성 암전문의인 수지 강 박사(DVM)를 만났다. 그는 애완동물중 개와 고양이 전문으로 수의대를 졸업후 1년짜리 인턴과 3년과정의 레지던트를 모두 마치고 현재 OC와 LA에 3곳의 클리닉을 갖고 있는 VCG(Veterinary Cancer Group)의 LA와 OC오피스에서 수의과 암전문의로 일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수의과 암전문의로 일하고 있는 사람은 불과 340명이다. 수의과 전문분야도 내과, 외과, 피부과, 심장과, 안과, 방사선과, 치과, 암전문과로 나뉘어져 있다. 암전문의는 암을 전문적으로 다루지만 실세 수술을 하는 것은 아니고 암에 걸린 동물들의 주치의인 셈이다.

강 박사는 "애완동물이 암에 걸리는 이유는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스트레스, 음식, 유전을 꼽는다. 하지만 치료 과정은 정말 다르다"고 말했다.

"암에 걸린 애완견과 주인이 치료 과정에서 겪은 것이 달랐던 이유는 바로 암치료에 대한 접근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애완동물은 암에 걸려도 남은 일생의 질에 초점을 두고 사람의 경우는 수명 연장에 초점을 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애완견은 사람에 비하면 조금씩 죽어가지만 완치를 겨냥하는 것이 아니기에 일상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 치료의 목적이고 사람은 완치를 위해 강한 키모나 방사선 치료를 받기에 견디기 힘들만큼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 동물들이 진단 결과를 알리도 없고 암이 뭔지도 모른다. 걱정을 안하니 통증만 없애주면 된다"며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도 그래야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볼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애완동물이라도 개와 고양이는 암에 대해서 정말 다르다고 한다. 개의 경우엔 암에 걸리면 잘 놀지도 않고 평소와 다르게 밥도 적게 먹기 때문에 수의사가 만져서 덩어리를 찾아내 치료에 들어가는데 비해 고양이의 경우 동물 성격상 아픈 것을 잘 참아내는 습성때문에 실제 암이 발견됐을 때는 너무 늦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반려동물로 생각하는 주인들은 매년 한번씩 건강 검진을 시킨다는 것이다.

"사람하고 다를 바 없습니다. 예전에 비해서 동물들도 식생활이나 환경이 오래 살 수 있게 됐기에 노령화에 따른 암 발생률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그래서 개나 고양이를 위한 건강보험도 활발하게 팔리고 있는 이유다.

애완견의 경우 큰 종류는 수명이 7~8년이고 치와와 같은 작은 종류는 15~16년까지도 산다고 한다. 고양이는 20년을 거뜬히 산다.

강 박사는 어려서부터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되고 싶었는데 어떤 계기로 수의사로 방향을 바꿨다. 이제는 그의 환자(?)의 경우 이름과 얼굴을 모두 기억할 정도다. 솔직히 주인 이름은 모를 경우가 많다.

"2세지만 한국어가 완벽하다보니 한인 애완견 주인들이 저를 많이 찾아옵니다. 자신의 애완견의 병증을 영어로 유창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것도 큰 고통이라고 합니다. 제가 애완견과 한인주인들의 통역을 하고 있는 셈이죠."

그는 "요즘 반려견이라고 하면서 함께 살지만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들은 절대 암치료로 인한 고통이 없으니 제때 치료해주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수지 강 박사는 학부를 UC데이비스 동물학과에서, 수의과대학원은 역시 UC데이비스에서 했고 퍼듀에서 수의과 인턴, 코넬에서 레지던트를 했고 현재는 VCG에서 암전문의(veterinary Oncologist)로 일하고 있다.

▶문의: [email protected], 웹사이트: vetcancergroup.com(한국어 페이지)


글.사진=장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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